일상/육아2011. 9. 21. 11:00
아기가 점점 자라는 모습을 보면 참 신기하다.

16개월에도 걷기를 싫어하고 세발자국 걷는 수준에서 멈춰 있던 수민이가 드디어 수민이가 걷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보다가 병원에 가보려고 했는데, 갑자기 걷기 시작하니 한 시름 놨다.
아장아장, 뒤뚱뒤뚱...걷는 모양새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걷기 시작한 이 한 달간 수민이가 훌쩍~ 자란 것 같다.

아직 말은 못해도 말귀도 알아듣기 시작했다.

티비 앞에 수민이가 얼굴을 붙이고 있을 때 내가 "쇼파에 앉아서 봐야지~!" 하면, 바로 쇼파에 가서 앉기도 하고..
(그래봤자 10초지만ㅋ)
내가 화장실에 있을 때 들어오려고 해서 "안돼! 기다려!" 하면, 속상해하면서도 문 앞에서 기다리고,
"퐁당퐁당 하러갈까?" 하면 목욕하는 줄 알고 뒤뚱뒤뚱 먼저 화장실에 들어간다.
"고양이는 어떻게 울지?"하면 "아웅~아웅~" 대답하고, "소는 어떻게 울지?" 하면 "음메~음메~"도 한다.
(아직 할 줄 아는 동물이 두개밖에 없음)
동물들도 잘 알아서 동물백과사전을 펴서 사진을 보여주면 동물모형들도 잘 찾아서 그림에 대고 좋아한다.
(낙타, 코뿔소.. 어려운 것도 이제 잘 안다)

이런 사소한 행동들, 목소리 하나하나가 너무나 신기하고 예쁘다.
하지만 걷기 시작하면 내가 힘들어진다고 하더니, 정말 떼가 엄청 늘었다.
아직 잘 걷지도 못하면서 가고 싶은데는 많고, 하고 싶은 게 많은데 못하게 할 상황은 계속 생긴다..

모양 맞춰서 넣는 나무상자에 마음대로 잘 안들어가지면 짜증내면서 다 흐트려버리고..
좋아하는 토끼그림 옷이 더러워서 벗기면 화를 내고, 다시 입히라고 옷을 흔들며 소리지른다.
밥상에 있는 건 맵던 짜든 숟가락으로 다 찔러보려고 하고,
베란다에 나가서 세탁세제통을 자꾸 건드려고 하고,
책꽂이에 책이 안 끼워진다고 소리지르고,
복숭아 하나를 다 먹어서 또 가지러 간 사이에 엄마 간다고 울고, 안 준다고 운다.

어지르는 건 한 순간이라 쫒아다니면서 치우는 것도 끝이 없고,
어떤 짜증이 심한 날은 하루종일 애기 소리지르는 것만 듣다가 스트레스로 폭발할 것 같다.
이런 상황에 아빠가 요즘은 애키우기 참 쉬운 세상이라고 하는 얘기도 좋게 안들린다.

두 얼굴의 아들

그러다 며칠 전에 성희한테 전화가 왔다.
수민이 떼가 늘었다는 얘기를 듣고, 전에 선물해줬던 책을 다 읽었냐며..
그 책을 쓴 사람이 내용을 실제로 적용시켜 만든 동영상을 찾았다며 택배로 보내주겠다고 했다.

<우당탕탕, 작은 원시인이 나타났어요>, 떼쓰는 아이와 의사소통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인데,
한참 읽다가 추석보내면서 잊어버리고 있었다.

수민이랑 씨름하던 중에, 그냥 지나가는 말로 하는 위로가 아니라 내 상황을 이해하고 이렇게 실제적으로 도와주려고 하니 고맙기도 하고.. 전화하는 중에 갑자기 눈물이 주르륵 주르륵..
나도 몰랐다. 내가 이렇게 힘들었었나? 위로받고 싶었나?

다음날, 디비디를 택배로 받았다.
아기가 기분이 좋을 때는 어른도 '유아어'가 자연스럽게 나오는데,
아이가 화가나거나 떼를 쓸 때는 어른도 화를 내고 강압적이 된댄다.
아기가 화가 나 있을 때는 아무리 설명을 해줘도 하나도 귀에 안들어 오기 때문에 소용이 없다고..

실제로 디비디 영상을 보면 아기 달래는 방법이 너무나 신기하게 통한다.
밖에 나가자고 떼를 쓰면, "우리 수민이가 밖에 나가고 싶구나~ 밖에 나가고 싶지? 밖에 나가고 싶어요~" 이런식으로 계속 반복해서 말해주면 아기도 '아.. 엄마가 나를 이해하는 구나' 하고 순식간에 진정된다고..

동영상에 고무되어서 바로 실제로 적용해봤는데, 통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중요한 건 내 의지와, 이 생각이 자연스럽게 내 행동으로 익힐 때까지 인내력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그래도 확실히 전보다 "안돼!" 하는 소리도 많이 줄었고, 나도 모르게 수민이한테 소리지르는 것도 없어졌다.

동영상 하나 보고 내 마인드가 이렇게 달라졌다는 게 신기하다.
아빠 말대로 애 키우기 좋은 세상이긴 한가보다.
찾아보면 도움의 손길이 많이 있는 것 같다... 
너무나 좋은 선물을 준 성희한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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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