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수민이는 엄마를 너무 찾는다.
양수이모가 슈퍼를 데려가도 엄마가 따라오는지 꼭 확인하고, 내가 안 가면 동네가 떠나가게 운다.
집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아빠가 안고 올라갈 때도 내가 바로 따라가지 않으면 겁을 먹고 울고,
집에서 엄마 껌딱지가 되는 건 말할 것도 없다.
심지어 같은 방에 있을 때도 내가 배가 뭉쳐 누워있기라도 하면
배 위로 올라가 말을 타고, 이상한 자세로 내 몸에 찰싹 붙어 매달린다.
뭐하자는 거냐고 수민이를 보며 한참 웃기도 하지만 이내 이게 도대체 뭐하는건가 싶다.
자세를 바꾸면 등에 매달리고 얼굴에 매달리고, 안경이랑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깨문다.
하지 말라고 좋게 타이르고 싶지만, 내가 성인군자도 아니고
매 순간 어떻게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그냥 참아도 스트레스, 화를 내도 나쁜 엄마라는 자책감에 매일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성희가 보내준 디비디는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지난 주 놀러온 성희가 나더러 이제 능숙한 엄마 같다고 해서
이게 디비디 덕분인가 싶어 실험?을 해봤다. ㅋ
집에서 청소기를 돌리고 있는데 수민이가 내 지갑 안에 있는 카드를 다 빼고 있는 걸 발견..
실험을 해보려고 바로 달래지 않고 "안돼!" 하면서 지갑을 뒷 주머니에 꽂고 청소기를 계속 돌리는데
수민이가 지갑 내놓으라며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안그래도 이날 오전에 인터넷 수리기사 아저씨가 오셨었는데 내 지갑에서 카드를 자꾸 꺼내 아저씨한테 갖다주는 바람에 서로 난처한 상황이 생겨서 안 된다고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안된다고 해도 소용없고, 내 바지 뒷 주머니에 지갑이 있다는 걸 잊어버리지도 않고 따라다니면서 운다.
이 떼쓰는 상황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아서 이번엔 청소고 뭐고 다 내려놓고
수민이를 안고는, "우리 수민이 속상했구나.. 지갑 갖고 싶어요~" 이렇게 달래다가
그래도 엄마 지갑은 안된다고 설명을 해주니 금새 달래져서 다른 장난감으로 간다.
달래는 시간 30초? 1분?
이런 걸 보면 아이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면 육아가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책 볼 때도, 그림 그릴 때도, 밥 먹을 때도 앉아있을 때도 꼭 내 무릎에 앉고 싶어하는 우리 아들...
그래도 엄마가 분명 힘든 순간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어떻게 해야될 지 모르겠다.
이제 배도 어느정도 불러오니 움직이기도 귀찮고, 마냥 쉬고싶다.
그래서 요즘은 빨리 어린이집 보내고 싶은 마음도 자꾸 든다.
유아 때 안정적인 애착관계를 가져야 커서도 사람사이에 관계가 원만하게 된다고 한다.
가끔 도서관이나 키즈카페에 가면 수민이 또래 아이들을 만나는데, 꼭 못되게 구는 아기들이 있다.
가지고 있는 장난감마다 뺏으려고 하는 애들, 혼자만 하겠다고 밀치고 소리를 지르는 아기들..
그러면 나도 무의식 중에 애 엄마가 어디에 있나 찾게 되는데,
찾아보면 엄마는 아이랑 상관없는 사람처럼 구석에서 혼자 책을 보고 있다.
유아시기에 엄마 역할이 중요하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모를 사람이 어딨겠는가..
하지만 열정적으로 한 두시간 놀아준다고 해도 시간은 너무 천천히 가고..
하루종일 수민이랑 놀아주고 밥먹이고 씻기고 재우다보면 내가 없어지는 느낌이 든다.
어쨌든 부모가 되었으니 애는 잘 키우고 싶지만.. 날씨는 춥고, 사람들도 잘 못만나고 수민이랑 집에만 있다보면..
더구나 요즘처럼 남편이 주말도 없이 회사에 가고, 평일도 하루도 안 빠지고 밤 12시 넘어 들어오는 덕분에
이러다 내가 우울증 걸리게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힘든 거랑은 상관없이)
걷는 것도, 말하는 것도 늦는다고 걱정하던 우리 아들은 잘 자라고 있는 거 같다.
지난 주말에 내가 '천재아가'라고 부르는 율희를 만났는데
아직 수민이가 말은 못 하지만, 말귀도 잘 알아듣고 율희랑 놀고, 손잡고 다니는 거 보면 정말 많이 컸구나 싶다.
요즘은 잘 때 티비 틀어달라고 떼도 안 부리고,
잘 시간에 수민이더러, '잘 시간이니까 책 골라서 가지고 들어와~' 하고 불끄고 침대에 먼저 누워 있으면
혼자 동화책 두 권을 양손에 들고 따라온다.
그 모습이 얼마나 이쁜지!
힘들 때마다 수민이는 이렇게 나에게 사탕을 준다.
하지만 사탕만으론 부족해..
행복한 엄마가 되려면 일주일에 몇 시간이라도 온전히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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