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육아2011. 11. 11. 17:41

몇 달 전만해도 서로 말이 안통해 수민이는 떼쓰고 나는 화를 냈었다.
그런데 2개월 정도 사이에 수민이가 훌쩍 자란 것 같다.
아기의 뇌가 발달하는게 눈에 보인다.

가장 큰 변화는 말을 알아듣기 시작했다는 거다.
텔레비전이 보고 싶을 때는 손가락질을 하고, 내가 '리모콘 가지고 와' 하면 리모콘을 찾아서 가지고 온다.
밥먹을 때, 식탁의자에 앉으라고 하면 쪼르르 와서 올라가서 앉는다.
티비를 보다가 좋아하던 프로그램이 끝났을 땐 급하게 나에게 달려와 큰일이 난 것처럼 날 부른다.
이제는 싫다는 표현도 고개를 저어가면서 확실하게 하고,
같이 놀고 싶을 땐 내 손을 꼭 잡고 가고 싶은 데로 끌고 가기도 한다.

또 사람들을 따라하기 시작했다.
내가 빨래를 널면서 허공에 한 번씩 터는 걸 보고는 수민이도 수건을 가지고 와 탈탈 턴 다음 나에게 주기도 하고,
청소기 앞부분만 떼어서 청소한다고 밀면서 돌아다니고,
빗자루랑 쓰레받기도 가지고 집안 구석구석을 다닌다.
내 화장품를 가지고 얼굴에 탁탁 두들기며 흉내를 내고
아이폰도 이제는 곧잘 다룬다.

아직 말은 잘 못하지만, 그래도 '엄마','아빠','야옹~','음메~','우웅~'(청소기소리),'똑딱똑딱'(시계소리) 등 시키면 잘 하는 단어들도 꽤 생겼다.
'화난 표정'하면 얼굴과 손에 힘을 주면서 '우!' 하기도 하고
어디 언덕을 올라가려고 하면 '으따~으따~'해가며 열심히 힘쓰며 올라간다.
음악나오면 팔을 흔들며 춤추는 것도 귀엽고 예쁘다.

수민이가 말을 조금씩 알아들으면서 달래는 것도 훨씬 쉬워졌고 편해진 것도 많다.
힘들어 진 건.. 갈수록 어려워지는 '놀아주기'..

쓰던 침대에 볼풀을 만들어줬더니...                                          윙크하는 중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텔레비전을 틀어달라고 소리를 지르는데,
관심을 딴데로 돌리려고 책을 보여주다가,
밥을 먹고 치우는 동안 잠깐 텔레비전 시청..티비를 끄면 틀라고 야단이다.
수민이 방으로 데려가 실로폰도 두들기다가 미끄럼틀도 타고 볼풀에도 잠깐 들어가고, 라디오 틀고 춤추다가
칠판에 낙서도 좀 하다보면 한 시간정도 지나간다.
가끔 아침에 목욕 겸 물놀이도 하고, 다시 책을 보여주다가, 동물인형들 가지고 놀다가, 스티커북에 스티커 붙이고 놀다가.. 아침 시간은 이렇게 지나간다.

계속 혼자 종알종알 떠들다보면 나중엔 말하는 것도 힘들고. 이렇게 놀아주다 보면 내가 먼저 지친다.
나 힘들다고 수민이 티비 보여주고 쉬다보면 또 죄책감이 든다.
텔레비전을 보여줄 때는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가는지 모르겠고, 누가 수민이 한끼만 먹여줬으면 좋겠고..

오후에는 나도 지치고 수민이도 답답해서 찡찡거리니.. 아예 밖으로 나간다.
집 정리하고, 나 나갈 준비하고, 수민이 옷입히고, 양치질하고 수민이 물건 챙기다 보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준비하는 동안 수민이는 날 쫒아다니며 찡찡거리고.. ㅋ
어쨌든 도서관이든 친정집이든 시장이든 놀이터든.. 어디든 가서 놀다가 낮잠을 재우면 드디어 내 자유시간이 된다...

요즘엔 유모차를 안타려고 하니 불안불안..
가고 싶은 데도 많고, 궁금한 것도 많다.

자~ 내려갑니다~!

혼자 미끄럼틀 탔다고 박수


내 자유시간이 생기면 가끔 미드를 보거나 블로그를 쓰거나, 일을 한다. 
하루종일 애기한테 시달리면서 어떻게 일하냐고 하지만 그래도 시간은 생긴다.
수민이 자는시간, 티비보는 시간, 수민이 밤에 잠들고 난 새벽.. 틈틈히 하다보면 꽤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둘째가 태어나면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친정집에 가면 마냥 쉬고 싶은 날 보며 울 엄마는 걱정을 하시고..
나는 이대로 괜찮은 엄마인지 걱정도 되고 육아는 피곤하고, 가끔 내 모습은 정체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이렇게 수민이가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모습을 보면 19개월 이 시간이 아깝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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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