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날 수민이가 감기가 걸렸다.
어린이집 처음 다니기 시작하면 감기를 달고 산다더니.. 금요일 밤부터 열이 나길래 토요일날 오전에 소아과를 갔는데, 소아과가 발 디딜틈 없이 북새통이다. 예약도 안되고 오후 2시이후에 오라고 한다. 집에 돌아와 점심엔 또 신나게 잘 놀고 열도 없길래.. 병원에 안 갔더니 낮잠에서 일어난 수민이가 또 열이 끓는다. 주말이라 병원도 약국도 못 가고..
일요일 아침에는 다시 열은 내렸는데 어디 가진 못하겠고 시댁에 갔다.
그런데 지난 주에 내가 아파서 시댁에 수민이를 잠깐 맡겼던 동안 컴퓨터를 많이 했었나보다.
시댁에 도착하자마자 컴퓨터 틀어달라고 야단이다. 잠깐 틀어주고는 어머니한테 맡기고 우리는 나갔다 왔더니 그때까지 하고 있었다. (얼마나 많이 했는지 이제 마우스로 클릭도 잘하고 점프할 때 스페이스바도 알아서 누른다)
당장 컴퓨터를 껐더니 수민이가 떼를 쓰고 난리가 났다.
저녁에는 아버님이 오셔서 수민이 얼굴을 보고는 (감기때문에 생긴 눈꼽+ 콧물과 아토피로 거칠어진 피부) 누가 애를 저렇게 해 놓느냐며 뭐라 하신다. 얼굴에 스테로이드 연고를 잔뜩 바르시면서 고쳐놓을 테니 애를 두고 가라고 난리시다. 집에 가려는데 못 데려가게 수민이 옷도 못 입게 하고..ㅋ 나는 애가 아프니 엄마가 끼고 있어야 한다며 아버님이랑 은근히 신경전을 벌였다.
결국 수민이는 집에 데리고 왔지만 뭔가 찜찜한 이 마음..
월요일 아침에는 수민이 병원에 갔다가 집으로 데리고 왔는데, 약을 먹고 좀 살아나더니 밖에 나가자고 난리다.
현관문에 매달려 찡찡대길래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왔더니, 바로 잠이 들었다. 이런.
어디로 가야하나.. 고민하다가 수민이도 잠들었으니 이비인후과랑 산부인과로 갔는데, 도착하니 병원 점심시간.
30분을 커피숍에서 때우고 있는데 수민이가 깨버렸다. 한 번 오기 힘든 병원.. 이왕 예약해 놓은 거 갔다가 두 시간동안 전쟁을 치뤘다.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병원에서 수민이 악쓰는 소리밖에 안 들리더라. 금방 내 차례라는데, 왜 이렇게 안 주는 건지.. ㅠ 다 나만 쳐다보는 거 같아서 수민이를 안다가 앉혔다가, 사탕도 줘보고 좋은 말고 달래고.. 내 인내심도 한계를 느꼈다. 결국 산부인과에서는 태동검사를 하다가 "선생님 이거 떼 주세요!" 하고 나왔다. 수민이를 업고 나오는데, 어떤 임산부가 나를 너무나 불쌍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ㅋ
그러고는 친정집으로 왔더니 또 컴퓨터를 틀어달라고 떼를 쓴다.
그동안 집에서는 거의 안 보여줬는데.. 어제 하루 사이에 중독됐나보다. ㅠ
집에서는 훈육이 통하는데, 이렇게 시댁이나 친정에 오면 받아줄 사람이 있어서 그런지 혼을 내면 소리를 지르며 반항을 한다. 특히 요즘은 어린이집 다니면서 때리는 버릇도 생겨서 마음에 안들면 다가와 사정없이 때리기도 한다. 목에 핏대를 세우며 부들부들 떨면서 소리를 지르는 아이의 모습이 가끔 무섭기까지까지 하다.
수민이한테 혼을 내니 엄마는 애한테 소리치지 말라고 야단이고.. 갑자기 왜이리 서러운지..
엉엉 울었다.
난 잘하려고 애를 쓰고 있는데 사방에서 날 더러 뭐라고 하는 것 같고,
수민이는 말도 안 듣고 힘들게 하고.. 한편으론 수민이가 말이 느린 게 내 탓인가 싶다.
마음이 힘들던 중에 지나가다 받아온 책에 있던 떼쓰기 특집이 생각나서 펴 보았더니 딱 나랑 수민이 이야기다.
"...떼쓰는 아이를 보면 엄마의 양육태도나 애착을 문제 삼거나, 엄마 스스로도 '내가 잘못 키워서 그런가' 죄책감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의 기질도 큰 영향을 끼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활동성 기질이 높은 아이는 행동조절이나 감정조절에 어려움을 겪기 쉬운데, 이로 인해 감정을 폭발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경우 엄마가 따뜻하고 참을성 있게 훈육하려 해도 아이의 기질을 감당하기 어렵다..." <'엄마는 생각쟁이' 147호 중에서>
18개월부터 24개월 전후로 가장 심하게 떼와 고집이 나타나는데, 떼를 쓴다는 것은 몸과 마음이 성장해서 홀로서기를 시작한다는 신호라며 아이의 떼를 환영해주라고... 떼를 부리면서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조절하게 된다며...
하루에도 몇 번씩 수민이랑 씨름하다보면 가끔 도망가고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2년동안 늘은 건 인내심이다.
그런데.. 아들 둘을 키우려면 또 어떤 산을 넘어야 하나..
엄마는 어떻게 애 셋을 키우셨나요.. 홍집이까지..
하트스티커를 가지고 신나게 달려와 엄마한테 붙여주는 수민이...의 착한 버전
그래도.. 사랑하는 울 아들..
(마무리는 급 훈훈하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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