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육아2012. 9. 16. 23:20

확실히 둘째는 서럽다.

어느날 친정집에 가서 수현이를 바닥에 눕혀 놓고 쉬고 있었더니, 동생이 수현이가 불쌍하다고 한다. 수민이 이맘 때 하루종일 안고 있었던 거에 비해 확실히 수현이는 손은 덜 타고 있다. 눕혀놓으면 뒹굴뒹굴 돌아다는데 굳이 안아줄 필요는 없지만 조금 미안한 감정은 있다.

 

수민이가 처음 뒤집기 연습을 할 때처럼 옆에서 같이 힘주며 응원한 적도 없고, 수현이가 처음 기어갈 때도 수민이 때처럼 동영상을 찍어대며 소란을 피우지도 않았다.

 

첫째를 낳고는 모든 게 다 처음이었던 엄마는 아기가 손가락만 움직여도 신기했다. 남들이 보면 다 똑같은 사진이지만 내가 봤을 때는 천 가지 표정을 가진 우리 아기가 너무 예뻐서 사진을 찍고 또 찍으며 좋아했었다. 그런데 최근 사진을 정리하다보니 온통 수민이만 가득하고, 수현이 사진은 거의 없는 걸 보고 조금 반성했다.

나중에 수현이가 서운해 할 수도 있겠구나..  

 

변명을 하자면 이미 한 번 경험을 해 보고 나니, 한번 본 영화를 또 보는 느낌이랄까. ^^;

 

 

수현이는 5개월에 접어들면서 요즘은 기어다닌다.

앞에 물건이 있으면 열심히 기어가 물건을 잡고 물고 빠는데, 전체적으로 발달이 빠른 편이다. 그런데 조금씩 늦던 수민이가 천재처럼 보이던 건 엄마로서 첫 경험이었기 때문이었고, 수현이는 자연스러운 성장과정이려니 하게 된다. 조금 빠르고 늦는 건 중요하지 않다는 걸 경험으로 알게 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려니..' 하는 마음을 갖게 되면서 좋은 건, 작은 일에 일희일비 하지 않는 다는 것. 

아기가 힘들 게 하더라도 그러려니 하고나니 훨씬 안정된 육아를 할 수 있게 되었고, 또 안정이 되면서 첫째를 정신없이 키우면서 보지 못한 것들이 보이게 되었다.

 

아기에게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 지 어색하기만 하던 나는 이제 혼잣말도 잘 하면서 아기랑 잘 놀 수 있게 되었고,

아빠가 집에 있어도 혼자 목욕 시키는 게 오히려 편하게 되었고, 아기의 울음소리를 구별하고 생활패턴을 읽게되었다.

힘들 때는 자주 티비를 틀어 보여주기도 했지만 지금은 티비도 컴퓨터도 거의 안 켜고 하루를 보낸다.

아기 볼은 너무 부드럽고 폭신하고 젖냄새도 너무 좋고 사랑스럽다.

아이가 둘이지만 그렇게 힘들지 않다는 말은 이런 이유에서다.

 

젖을 물고 곤하게 자려다가도 수민이 형아의 "응가~!" 소리에 엄마는 바로 화장실로 달려가버리는 서러운 둘째지만 그래도 우리 둘째 아들.. 튼튼하게 잘 자라주고 있다.

나도 수현이 방긋방긋 웃는 모습에 하루하루 피곤이 녹아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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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