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육아2012. 10. 15. 22:27

요즘 수민이는 미운 세살.

하루에도 수 차례 나에게 약을 줬다 사탕을 준다.

 

"안녕하세요!" 인사도 잘 하고, 시장이나 가게에 가면 "엄마 뭐해요? 옷 구경해요? 이거 얼마에요?"

혀 짧은 소리로 존댓말을 할 때는 얼마나 귀여운지!  하지만 이렇게 넘 사랑스러울 때와 미운 순간은 정말 한 끗 차이다.

 

잘 놀고 집에 들어갈 때만 되면 "싫어요. 안가요." 하면서 도망다니는데,

좋은 소리로 타일러야지 매 순간 다짐하다가도 수민이가 수현이를 때릴 때는 나도 모르게 소리부터 지르게 된다.

그럼 수민이가 울고, 또 형 울음소리에 수현이도 울고.. 악순환의 반복.

그나마 밖에 나가서 가끔 발악하면서 우는 애들을 보면 그래도 수민이는 양반이라는 생각을 하며 위안한다. ㅋ

 

수민이는 수현이가 만지려고 하는 장난감마다 "만지지마" "형아꺼야" "먹으면 안돼" 하면서 다 가지고 가 버리는데, 요즘은 질투가 더 심해져서 동생을 갑자기 때리는 횟수가 많아졌다. 

'괜찮겠지?' 하고 뒤돌아서면 영락없이 수현이의 울음 소리가 들린다. 갑자기 수현이 얼굴을 물어버리거나 때려버리는데, 내가 급하게 달려가서 수민이더러 뭐했냐고 물으면, "응애응애 땟지 했어요." 하고 바로 재연한다.

 

젖을 물려 재우려고 하면 수민이가 달려와 "엄마 뭐해요? 엄마 일어나~!" 하고 징징거리고, 꺼 놓은 불을 일부러 켜고, 침대에 올라와서는 자기도 코 잔다며 수현이 얼굴을 탁탁 때린다. 아니면 수현이 자는 주위에서 빙글빙글 돌다가 꼭 아기 쪽으로 넘어지기 일쑤다.

 

         수현이가 만지는 건 다 내 다리 밑으로!                       둘이 동시에 우는 중.. 나도 같이 울고 싶다ㅋ            

 

그렇다고 항상 동생을 미워하는 건 아니다.

 

수현이도 형이 만지는 것만 재밌어 보이는지 수현이도 나름의 방법으로 형을 귀찮게 하는데, 형 팔을 붙잡고 머리카락을 잡아당긴다. 그래도 수민이는 "하지마~ 형아 아퍼~" 하면서 왠만큼 참는 편이다. 또 수현이를 "예쁘다~" 하고 쓰다듬어 줄 때도 있고, 동생이 울 때는 나보다 먼저 뛰어가서 장난감을 먹으라고 앞에 던져주고 오기도 할 때는 웃음이 난다.

 

"수현아 까꿍!"

     수현아 형아 밥 먹을께~ 기다려~                                       형아, 나 그거 좀 줘 봐요~!           

 

길지는 않지만.. 가끔 찾아오는 평화로운 순간 

책상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교회에서 또래 엄마들한테 물어봤더니, 이럴 때일 수록 수민이한테 집중적으로 사랑을 표현해줘야 한다고 했다.

나는 수민이랑 밖으로 매일 돌아다니고 하면서 놀아준다고 하지만 그래도 수민이한테는 많이 부족한가보다. 보통 동생 젖 줄 때 질투가 제일 심하다고 하는데, 수민이가 느끼는 감정이 짐작도 간다.

 

하지만 더 사랑해줘야지 마음먹어도 쉽지 않다. 나도 스물스물 산후우울증이 생기는 것 같고, 매일 바쁘고 정신없게 보내다보면 수민이랑 집중해서 하루에 30분 놀아주기도 힘들다.

 

고민끝에 대안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오는 선생님을 알아보기로 했다. 선배맘들의 조언을 받아서..

그리고 나의 우울함은 요즘 교회를 다니면서 위로 받고 있다.

 

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