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2주 전.. 화요일. 오전 11시 비행기라 아침부터 분주하게 준비했다.
몇 달 전부터 수민이한테 "엄마 아빠 비행기 타고 열밤 자고 올껀데.. 수현이가 엄마 보고 싶다고 울면 어떻게 하지?"
그러면 "수현이한테 엄마 열밤 자고 올꺼니까 기다려~ 이렇게 말해줄꺼야." 하던 수민이가,
아침부터 분위기가 이상한걸 느끼고는 일어나서 불안해 했다.
엄마아빠가 짐을 챙겨 떠나는 모습을 보니 "엄마 아빠 가지마~ 수민이도 같이 갈꺼야~" 하면서 엉엉 운다. 어쩔 수 없이 우는 수민이를 뒤로 하고 떠났다. 악을 쓰고 울던 수민이는 막상 우리가 사라지니 멍하고 있더니 잘 놀았다고 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눈 딱 감고 재밌게 다녀오자.. 했지만 나는 며칠전부터 감기몸살이 제대로 걸렸다.
정말 나는 일년에 감기 한 번 잘 안걸리는 건강한 몸인데, 하필이면 이럴 때 걸리다니... 안타까움에 땅을 치며 울고 싶었다...그래도 가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걱정 반 설렘 반. 비행기를 타고 출발했다.
비행기에서 내가 하도 기침을 하고 콧물을 흘려서 민폐를 좀 끼친 것 같다.
엉덩이가 저릴정도로 긴 비행을 마치고 LA에 도착한 건 오전 9시반. 좀 나아질 거라는 기대와 달리 완전 반대인 시차 때문에 무조건 누워서 자고 싶었다.
미국에서의 첫 날이 밝았는데.. 이런..
우선 렌트카를 빌리고, 한국식당을 찾아서 순두부찌개를 먹고, 숙소에 갔다.
미국에서 머물 숙소는 모두 airbnb (airbnb.com)에서 예약을 했다. 현지인이 본인의 집들을 빌려주는 데 호텔보다 더 싸고, 현지 분위기도 느낄 수 있고, 잘 고르면 좋은 가격에 드림하우스에서 머물 수 있다.
우리는 조금 늦게 예약을 시작했는데, 자기 집이라 그런지 많이 까다로워서 퇴짜를 여러번 맞았다. 자기 딸이 오기로 해서 미안하다는 둥.. 집 주인 반응이 24시간 동안 없으면 자동으로 결제가 취소되는데, 그걸 7번 정도 기다리다가 좋은 집은 다 놓쳤다. 방만 빌려주거나, 같은 방에서 쉐어를 하거나, 집 전체를 다 빌려주기도 하는데, 우리는 집 전체를 빌리는 걸로 찾았다. 1박에 10만원 조금 넘었다.
오후 3시쯤 집으로 찾아갔는데, 집 주인 Jack이 기다리고 있었다. 굉장히 밝고 친절했다. 동네는 조금 낡았는데 집은 깨끗했고 부엌이랑 세탁기 등 (우리가 이용하지는 않았지만) 모든 시설이 다 갖추어 있어서 좋았다. 스낵이랑 물, 타올도 준비해 놓고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무조건 자자며 누웠다. 제일 중요한 건 체력을 회복하는 거라며.. 한 숨 자고 났더니 저녁 7시가 넘었다. 그래도 첫날인데.. 이대로 하루를 보낼 수는 없어서 무거운 몸을 이끌고 할리우드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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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할리우드.. 우리의 첫 관광지는 생각보다 별거 없었다. 늦은 밤에 가서 그럴 수도 있고, 우리가 조사를 잘 안해가서 그럴 수도 있고.. 돌아다니다가 겨우 들어간 레스토랑은 내가 한국에서도 제일 가기 싫어하는 멕시칸 레스토랑이었다. 엄청 배고팠는데 거의 다 남겼다.. ㅋ
처음 팁을 줘야하는데 어떻게 줘야하나 고민했다. 42달러가 나왔는데, 음식값을 계산하고 팁은 테이블에 놓으면 되는 건가 했는데, 45달러를 냈더니 거스름돈을 안 주고 그대로 끝났다. 그럼 우리가 50달러를 냈으면 그것도 안 거슬러 주는건가? 이거 어떻게 하는 거임? (그러고 보니 우리는 호주에서도 거의 팁을 안내고 살았다. 대부분 만들어먹었음)
나중에 다른 사람들한테 물어보니 이건 특이한 경우라고 한다. 보통 아무 말 없이 다 가져가진 않는다고..
뭔가 우울한 하루.. 더 나를 짜증나게 했던 건.. 건물 내 레스토랑을 이용하면 주차비가 2달라라고 했는데, 9달러 나왔다. 영수증이 필요한가 싶어서 다시 레스토랑 가서 영수증을 받아왔는데, 기계에서 영수증이 안 읽힌다. 주차장 입구에서 하면되겠지.. 하고 차를 끌고 나왔는데, 관리하는 애가 레스토랑에서 말해서 적용시켰어야 한다고 함.
귀찮아서 그냥 내고 말았지만.. 나는 평소 아껴쓰던 돈을 이런데서 막 쓰는게 너무 짜증났다. 오빠는 여기까지 와서 그런데 연연하지 말라고 했지만 기분이 잡쳐서 숙소로 돌아왔다. 그래.. 잊어버리자. 내일은 좀 더 나은 하루가 되길.
다음날.. 푹 자고 일어났더니 벌써 12시가 넘었다. 준비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오늘 오후에는 LA에 살고 있는 토퍼를 만나기로 했으니 그 전에 가고 싶었던 곳들을 열심히 돌아다녀야 한다.
날씨도 좋고.. 많이 자서 그런지 감기도 조금 나아졌다.
먼저 산타모니카 해변으로 가기로 했는데, 가는 길에 비버리힐스 쪽으로 드라이브하면서 부자동네를 구경했는데 정말 으리으리했다.
멀리 보이는 HOLLYWOOD 간판
길가에 넘치는 야자수들.. 외국에 오긴 왔구나.
산타모니카
숙소를 산타모니카 해변 쪽으로 할껄 그랬다. 우리가 묶고 있는 곳은 주택단지인데 여기는 바다 근처고, 좋은 레스토랑도 많고, 쇼핑할 데도 많았다. 딱 도착하니 관광지 분위기다. 침체되어 있던 나는 여기 거리에 도착해서 기분이 업되고, 근처에 있던 GAP에서 옷도 두 벌 샀다.
여유있게 바닷가도 거닐고 하면 좋았을텐데.. 토퍼와 약속 때문에 서둘러 게티뮤지엄으로 떠났다.
게티뮤지엄은 석유재벌인 J.P Getty가 오랫동안 수집한 미술품들로 만든 미술전시관이다. 입장료도 무료이고, 트램도 공짜.. 주차비 15달러만 내면 된다. 이렇게 사회에 환원하는 게티에게 감사를...
LA에 간다면 여기는 꼭 가보길... 올라가면 끝내주는 LA 전망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게티 뮤지엄>
몇 작품들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이어폰도 무료로 빌려주는데, 한국어도 9개 정도 있다.
LA에 산다면 가끔 와서 레스토랑과 커피숍에서 한나절을 보내도 좋을 듯..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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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토퍼를 만났다.
토퍼는 7년 전에 호주에서 교환학생하다가 만난 친구다. 그 뒤로 토퍼는 한국에 와서 1년정도 영어선생님을 했었는데, 사람들이 왜 한국에 왔냐고 하면 킴벌리랑 림수 때문이라고 대답할 정도로 우리와 친했던.. 같이 오빠네 시골도 놀러가고, 우리가 결혼할 때 축가도 불러주고 오빠 형네 아이들 영어도 공짜로 가르쳐 주기도 했다.
한국에서 캐나다로 돌아간 뒤에 몇 년간 연락이 소홀했었는데 지난 달에 어떻게 지내냐고 연락이 왔었다. 우리 미국에 간다고 했더니, 자기 LA있다며 우연히 만나게 됐다. 연락이 안 왔으면 LA있는 줄도 몰랐을 텐데, 이래서 인연은 인연인가보다.
그동안 토퍼는 많이 성숙해진 것 같다. 약간의 빈대 경향(?)이 있었는데, 저녁도 쏘고 LA 기념이라며 할리우드 그림이 그려져있는 스타벅스 컵을 사줬다. 목사님이 되려고 공부중이라는데, 완전히 다른 환경에 살아왔는데도 이렇게 친구가 되어 인연이 이어지고 또 살아가는 과정을 서로 나눈다는 게 신기하고 재밌다.
토퍼한테 typical food를 소개해달라고 했더니, IN&OUT 햄버거를 먹으러 갔다.
고기패티를 냉동하지 않고 신선하게 조달하기 위해서 미국 서부에만 있다는 인앤아웃 햄버거... 엄청 맛있다는데, 나는 감기로 미각까지 상실해서 별 맛을 못 느꼈다. 처음 한 입 물었을 때 순간적으로 맛있었던 것 같다.
코가 막혀서 먹을 때는 숨을 못 쉬는 바람에 여행내내 먹는 게 고역이었다.
오랜만에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잘 돌아왔는데, 밤에 커피를 마신 탓에.... 나는 이날 새벽 6시까지 뜬 눈으로 밤을 샜다.
오빠와 다음날 스케줄을 논의하던 끝에 LA에서는 별로 볼게 없다고 판단하고, 다음날 아침에는 라스베가스로 가기로 했다.
사실.. 그리피스 천문대도 가고 싶었고, Farmer's market 도 못갔지만, 시간이 없는 우리에게 이틀을 더 투자할 만큼은 아니라고 판단.. LA는 유니버셜 스튜디오나 디즈니랜드 목적으로 올 게 아니었던.. 시간이 더 여유로와서 그랜드 캐년까지 볼 게 아니었던 우리에게 맞지 않는 곳이었다.
결국 주차비 9달러를 아까워했던 나는 이번에는 하루 더 예약한 LA숙소를 과감히 포기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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