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여행, 나들이2013. 5. 22. 11:27

라스베가스는 우리 부부의 로망이었다.

 

호주에 있을 때 처음 카지노란 곳에 가봤다. 어렸을 때는 오락실에 가면 큰일나는 줄 알았던 나에게 카지노는 정말 무서운 곳이었다. 여름 방학에 친구들이랑 골드코스트에 놀러갔다가 처음 카지노에 갈 기회가 있었는데, 여권도 안가지고 간데다 당시 thong (쪼리)을 신고 있던 나는 드레스코드에 맞지 않아서 못 들어가고 밖에서 기다렸는데 그걸 오히려 다행으로 생각했었을 정도로.. 그러다가 나중에 카지노를 가봤는데 완전 신세계였다. ㅋㅋ 맛있는 커피도 하루 두 번 공짜에다, 좋은 생음악을 옆에서 들을 수도 있고.. 좋은 분위기에서 맥주 한잔 마실 수도 있고.. 그리고 중요한 건 나랑 오빠는 운이 좋아서 돈도 잘 땄다. ㅋㅋ 딴 돈으로 집세도 내고 시험비도 해결하기도 했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우리는 카지노에 가끔씩 가곤 했는데, 교회를 열심히 다니기로 한 뒤로 양심에 가책을 느껴서 이번에 라스베가스는 안 가려고 결심했다. 그런데 LA 도착 이틀째, 남편이 이번 기회가 아니면 못 간다는 말에.. 둘다 아쉬움이 남기지 않기 위해 결국 가기로 했다.

 

라스베가스 가는 길..

 

전날 6시까지 꼴딱 밤을 샌 나는 가는 차 안에서 기절한 듯 잠을 잤다. 남편이 자꾸 "저것좀 봐!" 하며 아기 그랜드캐년을 보라고 했지만 나는 비몽사몽 정신없이 잤다.

 

드디어 라스베가스 도착.. 숙소에 체크인 하고.. 우선 밥을 먹으러 돌아다녔다.

하루종일 굶어서 엄청 배가 고팠는데, 한국음식을 먹어야 살 것 같았다. 굶주려서 짜증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네온사인으로 된 한국어 발견! "해장국"

 

여행 중 두 번째로 제대로 된 식당이었는데, 외국의 한국 식당은 역시 비쌌다.

일단 배를 채우니 좀 살 것 같았다. 그런데 호주에서 한국식당에서는 팁을 안 주던 경험으로 여기서도 팁을 계산 안하고 식사비를 냈는데, 아줌마가 물었다. "팁은 식탁에다 뒀어요?"

나는 그 말을 잘못 알아듣고 "네" 했는데, 오빠가 아니라며 5달러를 더 드렸다.

헐... 서로 민망한 이 상황.. ㅋ

 

팁 문화에 적응이 안된 나는.. 팁으로 주는 돈이 너무 아깝다. 안그래도 식사비도 비싼데.. 거기에 항상 15%를 줘야 한다니.. ㅠ 미국은 뭐든지 돈이다. 이건 길거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할리우드, 타임스퀘어, 라스베가스.. 관광지마다 이렇게 코스튬을 입고 관광객들과 사진을 찍어주고 나서 팁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널려있다. 팁을 주는 건지 모르고 순진하게 사진을 찍었다가 싸우는 일들도 가끔씩 생긴다고 한다. 이것도 미국의 특별한 문화인 것 같다. 팁 주는 게 싫어서 실제로 사진 찍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데, 그나마 인기 있는 건 저런 예쁜 여자들이다. 이런 기회에 사진 한번?ㅋ 정말 많다..  

 

라스베가스

   

오빠가 감탄했던 호텔 천장의 하늘.. 실내를 실외처럼 꾸며놓음

객실이 최고로 많다는 피라미드 모양의 호텔..                                 라스베가스의 밤거리                        

 

라스베가스가 유명한 건 볼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호텔들마다 저마다 특색을 가지고 있고, 그 중에서도 튀기 위해 각 호텔들마다 화려하게 꾸며져 있다. 규모도 엄청나다. 특히 이런 호텔들이 제공하는 쇼들이 유명한데, 그중에서도 무료로 유명한 쇼들이 몇 개 있다.

전구쇼, 해적쇼, 화산쇼, 분수쇼 등....

이런걸 잘 챙겨 봐서 라스베가스에 온 값을 했어야 하는데, 감기몸살+시차적응+무리한 일정(?)으로 컨디션이 최악이라.. 우리가 본 건 분수쇼 하나. ㅋ

돌아다니려면 체력이 필요하다. 시간을 여유롭게 가지고 계획적으로 움직여야 함...

 

벨라지오 호텔- 분수쇼

 

분수쇼는 오후6시부터 15분마다 한번씩 음악에 맞춰서 물기둥이 춤을 춘다.

 

이렇게 호텔들 구경하러 돌아다니는 것만 해도 재밌긴 한데, 반나절 동안 다 돌아다니기에는 한계가 있다.

 

카지노는 이렇게 줄지어 늘어서 있는 호텔들 안에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첫 날 80달러를 잃었는데, 다음 날 아침 2시간 동안 92달러를 땄다. 대박을 꿈꿨지만.. 사실 돈을 잃지 않은 것만해도 감사하다. ㅋㅋ 한 번 베팅할 때마다 1달러씩만 거는 소심한 우리는 최소 10달러씩 걸어야 하는 테이블에서 하지도 못하고, 컴퓨터로 게임만 했다. 라스베가스까지 와서 우리 뭐하는 거니.. ㅋㅋ

 

우리가 카지노를 좋아했던 건, 호주에서의 좋은 추억때문인데 여기는 호주랑 완전히.. 달랐다.

우선, 입장할 때 여권이랑 복장을 체크하고 입장하는 호주와 달리 여기는 입장 제한이 전혀 없었다.

실내에서 담배를 켜도 상관이 없고, 심지어 아기를 태운 유모차를 끌고다녀도 상관이 없다. 뭐든지 가능하다. 그래서 어쩐지 특별한 곳에 와 있다는 느낌이 별로 안든다. 너무 가벼운 느낌..

 

다음날 뉴욕행 비행기가 LA에서 오후 3시반에 있어서 오전에 서둘러 돌아왔다.  

라스베가스에 가기로 미리 정했더라면 여기에 있다가 바로 뉴욕으로 출발하는 항공편을 예약했을 텐데, LA까지는 차로 4시간정도.. 다시 돌아가는 수고와 시간과 돈 낭비ㅠ 역시 계획을 신중하게 잘 짰어야 이런 낭비가 없다.

그래도 카지노의 궁극이라고 할 수 있는 라스베가스에 와서 건진 게 있다. 이제 전~혀 아쉽지 않다는 거.. ㅋ

 

라스베가스에서 유명하다는 부페.. 위키드 스푼 

다음날 공항에서 먹은 맥도날드

 

우리는 여행 내내 잘 못 먹고 다녔다. 좋은 레스토랑을 가든 맥도날드를 가든.. 느끼해서 많이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일정상 돌아다니다 보면 하루에 두끼 챙겨먹으면 다행.. 이러니 감기가 더 안 낫는 것 같다.

여행와서 완전 고생하고 있다. 뉴욕에 가면 뭔가 달라질까?

 

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