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육아2013. 7. 29. 16:51

사교육 광풍..

뉴스에서는 선행학습이 이제 영,유아까지 확산되고 있다며 난리다. 뉴스에 나온 장면은 4살배기 아이의 교양을 높인다며 명화를 소개하는 회당 15만원짜리 수업..

이런 부정적인 뉴스를 보면 당연히 선행학습을 시키는 엄마들이 미친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만난 엄마들.. 너무 애들 학원을 많이 보내는 것 같은 엄마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주위 아이들에 비해) 자기는 정말 조금 시키는 거라고.  

 

나도 이런 아이들의 선행학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고, 할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주의였지만.. 어느새 나도 이 세계에 어느정도 발을 담근 것 같다.

처음에는 동생이 생긴 수민이가 하루종일 울며 나를 힘들게 하는 바람에 주위 엄마 조언으로 구몬학습을 시작했다. 수민이가 자기만을 위해 선생님이 와서 놀아주는 게 도움이 될 거라고 했다. 그 때가 수민이 30개월쯤.. 수민이는 정말 선생님을 좋아했다.

그런데 점점 단계가 올라가고, 한글을 시작하면서 나의 걱정이 시작됐다. 나중에는 선생님이 한 번 오실 때마다 배우는 한글이 4단어, 6단어, 8단어, 12단어까지 늘어났는데, 이제 4살인데 이 어린 나이에 공부를 시키는 건 무리가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내가 단호하게 학습지를 끊지 못한 이유... 신기하게도 수민이는 선생님과 20분 수업하면서 그 단어들을 모두 기억했다는 거.. 선생님이 오는 시간을 너무 좋아한다는 거. 

그래서 그냥 계속 시키다가, 올해 초에는 구몬을 끊고 엄마랑 하는 웅진에서 나온 <곰돌이>를 1년 신청했다. 그런데 수민이가 계속 "수몬 선생님 오라고 해" 이러는 바람에... 선생님이랑은 구몬을 하고, 나랑은 곰돌이를 하고.. 학습지를 두 개나 하게 됐다.

 

너무 많이 시키나 싶은 마음도 조금 들었는데, 곰돌이를 신청한 건 잘한 것 같다. 나랑 이걸 같이하다보니 우리 둘 만의 시간도 자연스럽게 생기고, 놀이하는 것처럼 해서 재미도 있다.

한 묶음에 학습지 2권+책 1권이 들어있는데 4주치가 한꺼번에 온다. 우리는 도착한 그 주에 이걸 다 해버린다.  한 주치 책 세 권을 한 시간이 넘도록 꼼짝도 안하고 앉아서 끝내는데, 잘 시간이 지나서 한 권은 내일하자고 했다가는 울고불고 난리가 난다. 

 

울던 수민이도 웃게 만드는 곰돌이..

어린이집에서 집에 오는 길에 떼를 쓸 때 써먹으려고 가끔 곰돌이 학습지를 가지고 간다. 표지 끝을 살짝 보여주면 엄청 기뻐하면서 쫒아온다.

이제 수현이가 방해를 해도 아랑곳하지 않는 노하우도 생김.. ㅋㅋ

 

그러다 구몬에서 통글자가 자음으로 넘어가면서, 이제 정말 공부를 시킨다는 느낌이 확 들었을 때 바로 구몬을 그만 뒀다. 그런데 하던 걸 안 하니까 나랑 하는 곰돌이만으로는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뭘 하면 좋을까 싶어서 이것저것 알아봤다. 유아체육학원 (동네에 있어서 한번 갔는데, 시간이 안 맞아서 안함), 미술방문학습 (파주에 갔다가 상담을 받았는데 연락이 안 와서 그냥 더 알아보지는 않음)

그러다 길을 지나가다가 만난 <빨간펜>.. 구몬보다 더 저렴하고 학습지가 더 두꺼웠다. 한 번 해보려고 시범 신청을 했는데, 교회 집사님이 한솔이 좋다며.. 강력추천해서 한솔도 인터넷에서 시범 신청을 했다.

 

한 번 발을 디디면 이렇게 계속 하게 되나보다. 그런데 이게 참 무서운 것 같다.

선생님들이 한 번 집에 오면 어떻게든 엄마를 신청하게 하려고 여러가지로 엄마를 구워 삶기 시작한다. ㅋㅋ 나는 30분 정도만 있다가 갈 줄 알았는데, 거의 두 시간동안 얘기를 하는데, 안 할 수가 없게 만든달까.. ㅋ

 

우선 선생님이 처음 집에 오면 아이에게 책을 재밌게 읽어준다. 그리고 발달검사를 해주는데, 이게 포인트다. 나는 울 아들을 넘 똑똑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큰 의자와 작은 의자 그림을 보며 두개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 보라고 하는데 수민이가 말을 잘 못한다. 처음 보는 선생님 앞이라 낯을 많이 가리는 것도 있겠지만, 평소에 수민이에게 어린이집에서 뭘 했냐고 아무리 꼬치꼬치 물어도 모른다며 대답도 잘 안하고, 나는 그게 단순히 아들이라 표현을 잘 안 한다고만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선생님은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언어와 표현력이 조금 약하다고 했다.

반면에 수 개념은 뛰어나다고 했는데, 선생님이 사과 여섯개 그림을 보여주며 "바구니 두개에 똑같이 나눠 담으면 몇 개씩 담아야 될까?" 물어봤더니.. 수민이가 "세 개"라고 쥐구멍에 들어갈 것 같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걸 보며 선생님이 수민이는 확실히 이과쪽이라며 퍼즐같은 거 좋아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평소에 내가 퍼즐을 집중해서 잘 하고 벌써 100개짜리 퍼즐을 맞춘다고 했더니, 그게 그렇다며.. 날더러 어머니는 방향을 아셨으니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아이가 둘다 애매하게 하면 아이가 잘 하는 걸 찾아서 이것저것 시켜봐야하니까 아이도 엄마도 힘이 든다며..

이 정도 지나가니 나도 반은 넘어간 상태...ㅋㅋ

내가 몰랐던 수민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줘야겠구나.. 이런 마음이 자동적으로 든다. ㅋ

 

그 때부터 이것저것 좋은 프로그램들을 소개하는데, 순식간에 100만원이 넘어간다. "항상" 얼마 이상하면 사은품이 있다며 나를 부추기기 시작.. ㅋ 하지만 그런건 다 안 하겠다고 하고 우선 돌려보냈다. 권해 준 프로그램을 인터넷으로 뒤져보며 후기를 찾아보다가 결국 한솔 북스북스를 신청. 이건 책을 한 달에 네 권 보내주고, 책 내용이랑 연결된 놀이교육잡지가 하나 따라오면 그걸 엄마랑 같이 하면 된다. 선생님 방문을 신청하면 선생님이 한 달에 두 번 오는데,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선생님이 따로 가져온 책 각 권이랑 연결된 학습지를 한다.

 

 한솔 <북스북스> 책 꾸러미.. 자연관찰+창작 등 분야 별 책이 한 권씩..

 

항상 신청하면서 나 너무 오바하는 거 아닐까.. 생각하지만, 그래도 다행히 책들을 보니 알차 보인다.

특히 자연관찰 책은 마음에 든다. 자연관찰은 조금 재미가 없을 수도 있는데, 오는 책들을 보니 설명이 자세하고 쉽게 되어 있어서 수민이도 재밌게 본다. 나도 이걸 보면서 바나나 꽃이 어떻게 생겼는지 처음 봤다.

 

 

 

"초록 바나나는 맛이 없고, 노란 바나나가 맛있어!"

 

이걸 보며 요즘은 참 책이 잘 만들어 지는구나를 다시 한번 느꼈다. 또 그동안 왜 구몬을 그렇게 오래 하고 있었을까 하는 후회도 든다. 한글보다는 이런 책들 보면서 배경지식이 쌓이고 이해력 상상력을 키워주는 게 좋을 것 같다. (구몬은 학습지같은 느낌이라 6살은 되야 좀 도움이 될 것 같음) 아직 수업은 한 번 밖에 안해봤지만 수민이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리고 전집을 한꺼번에 사는 것보다 이렇게 책이 조금씩 오는 게 수민이가 더 호기심을 가지고 보는 것 같다.

 

아무리 선행학습이 문제라고는 하지만, 적당히 필요한 걸 선택해서 아이에게 권해주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지 않은 엄마가 어디에 있을까.

나도 아이들 공부에 목을 매는 열혈 엄마들을 볼 때는 저건 아니다 싶지만, 다들 자기 상황에서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고.. 또 아이가 남들보다 잘했으면 좋겠고.. 또 잘하는 걸 봤을 때... 객관적에서 한 발 더 나아가게 된다. 사실은 그 적정선을 찾아가며 모두가 다 자신은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그런데 그 적정선을 찾는다는 게 참 어려운 것 같다.

 

어쨌든, 나는 수민이가 (다행히) 좋아하니까... 그래도 괜찮다며... 토닥토닥... ㅋ

 

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