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캠핑을 다녀온 후로 수현이가 하루종일 찡찡거리고 울었다.
하루종일 나만 쫒아다니고, 낮에는 밖에 나가자고 울고, 새벽에도 깨서 울고, 안고 돌아다녀도 울고.. 너무 힘들어서 친정엄마한테 하소연했더니, 나 잠 푹 자보라고 하룻밤 수현이를 데리고 가셨다. 정말 밤에 한 번도 안깨고 죽은 듯이 자고 일어났더니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하루뿐이고 다시 힘든 상황이 계속 반복되니 누가 수현이를 몇 시간만 봐줬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이 여름만 보내고 9월쯤 어린이집에 보내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어린이집은 자리도 안 나고 아직 어린데 보내기는 이르기도 해서 사실 포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어린이집에서 부재중 전화가 두 통 와있었다. 생전 전화오는 일이 없는데... 수민이한테 사고가 났나 싶어서 급하게 전화를 했더니, 씨앗반에 자리가 나서 대기 순으로 전화했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전화를 안 받아서 다음 대기자에게 넘어갔다고... ㅠ
안 그래도 어린이집 보내고 싶던 차에 7월에는 영상 편집 일이 세 개나 있고, 9월부터는 뭔가 본격적으로 일을 해볼까 싶었는데 너무나 아쉬웠다. 혹시 다음 대기자가 안 오겠다고 하면 다시 전화를 달라고.. 안타까워하며 전화를 끊었다. 이것도 운명이겠거니 했는데 며칠 뒤에 다시 전화가 왔다. 다음 아이가 너무 어려서 안 보내기로 하셨다며..
전화 전까도 내가 더 키워보자. 그래도 엄마 손이 낫지.. 하며 위안하고 있었는데, 이 희소식(?)에 바로 보내겠다며 오케이 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가게된 어린이집... 지난 주부터 등원하기 시작했다.
첫주는 엄마와 함께 들어가 적응하는 시간을 차츰 늘여가야 한다. 수민이 때 한번 겪어본 일이라 훨씬 수월한 느낌이었다. 수현이가 낯을 잘 안가리기도 하고 또 어려서 적응을 더 잘 하는 것 같다. 선생님은 어린이집에 계속 다니던 아이 같다고 하심.
어린이집 적응 주간
첫째날(7/1)- 나도 같이 앉아서 30분 놀다가 몰래 빠져나왔다. 한시간 후에 갔더니 잘 놀고 있어서 또 한 시간 뒤에 갔더니 잠이 들어 있었다. 또 한 시간 뒤에 갔더니 깨서 밥을 먹고 있었음.. 이날 어린이집을 네번 왕복ㅋ
둘째날(7/2)- 30분 같이 놀다가 간다고 인사를 했더니 그때부터 울기시작. 안타까워서 밖에서 수현이 울음소리를 들으며 어린이집을 근처를 배회하다가 집에 갔다. 30분정도 울었다고 함..
셋째날(7/3)- 오늘은 간다고 인사하면 또 많이 울 것 같아서 몰래 빠져나갔다. 12시 반쯤 와보니 잠을 자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깼을 때 내 얼굴을 보는게 좋을 것 같아서 데리고 갔으나.. 점심을 안 먹어서 집에와 밥먹이고 하다보니 그 뒤로 쭉- 안 잠.. 하루종일 껌딱지에 찡찡거림.. ㅠ
넷째날(7/4)- 목요일은 선생님께 내가 갈 때까지 재우지 말아달라고 특별히 부탁했다. 낮잠 타이밍을 맞추려고.. 수현이를 안 재우려고 선생님이 옆에서 계속 노래하셨다고 하심.. 점심도 어린이집에서 먹은 후라 유모차에 태워 집에 오다보니 잠들었다. 집에와서 두 시간 푹 잠.. ^^b
다섯째날(7/5)- 금요일은 좀 덜 졸려했다고 함. 12시 10분쯤 가보니 잘 놀고 있다가 내 얼굴을 보는 순간 슬퍼하며 팔을 벌리고 뒤뚱뒤뚱 걸어와 안김. 밥도 먹었다고 하고 이 날 역시 유모차에 태워 집에오니 두 시간 잘 잤다.
어린 수현이를 벌써 어린이집에 보내려니 걱정과 미안함이 가득했는데, 보내고 보니 너무 좋다. 매일 30분간 어린이집에서 같이 있으면서 살펴보니 선생님들도 좋으신 것 같아 믿음도 생겼다. 2012년 이후로 태어난 아이들이 있는 씨앗반에는 영아 6명, 선생님 두 분이 계신다. 한 분당 세 아이들을 맡은 꼴인데, 그날 그날 안 오는 아이도 있고 늦게 오는 아이들도 있어서 평균 한 분당 2명 정도를 돌보시는 것 같다. 그것도 작은 공간에서 두 명이 집중적으로 아이를 돌보시니 시너지 효과도 있는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엄마라고 최고라고 하지만 하루종일 집에서 아이를 돌보다보면 나도 수현이도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다. 아이에게 짜증도 내고... 그런데 이렇게 몇 시간이라도 내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두 시간이 생기면 나는 그 사이에 일을 집중해서 할 수 있고, 이유식과 반찬도 만들 수 있고, 내 점심도 제대로 챙겨먹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주에는 수현이가 간 시간 사이에 영상도 하나 만들었고, 목요일 기도모임과 금요일 성경공부도 방해없이 할 수 있었다.ㅋ 수현이도 어린이집에서 연령에 맞는 장난감들로 친구들과 잘 놀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가장 이상적인 건, "수민이랑 수현이가 9시 반~10시에 같이 등원-> 12시 반에 픽업 (수현이는 점심 해결)-> 집에 오는 길에 수현이를 재우고 집에서 두 시간 푹 재운다 (나는 또 이 시간을 활용할 수 있음)-> 4시 수민이를 데리러 가기 전까지 두 시간 수현이랑 재밌게 놀기"
.... 아이를 키우다보면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관문들을 매 순간 만나게 된다. 똑똑하고 건강한 아이로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자연분만을 해야하고, 최소 1년은 모유수유를 해야하고, 건강이유식도 잘 만들어 먹여야 하고 문화센터를 데리고 다니면서 잘 놀아줘야하고.... 또 세 살까지는 엄마가 키우는 게 좋다는 거... 이런 관문들은 아이가 커갈수록.. 아이의 성향에 따라 점점 더 복잡하고 어려워진다.
정보가 많아 좋은 것도 있지만 이게 조절이 잘 안되고, 넘치는 순간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는 것 같다. 이 세상 어떤 엄마가 이런 고민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 하지만 중요한 건 남의 말에 의존하거나 눈치를 보며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 (결국 그 스트레스는 아이에게 돌아가게 되어있음) 나와 아이에게 가장 좋은 방법을 찾는 거다.
수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훨훨 날아갈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계속 죄스러운 마음이 드는 건, 나도 아직 이런 세상이 보는 눈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 같다... 이런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어내기 위해 당분간 (최소 두 달동안은) 오전 시간에만 맡기는 걸로 나 자신과 타협했다. 수현이가 새롭게 변한 이 생활패턴에 잘 적응했으면 정말 좋겠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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