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육아2013. 7. 23. 00:03

평상시의 수민이는 참~ 착하다.

 

 

잘 시간에 수현이가 안 자고 방에서 놀려고 하면, "수현아 잘 시간이야~ 많이 놀았어." "형아 손잡고 가자" 하고 수현이 손을 잡고 내가 누워있는 침대방으로 온다. 동생 손을 잡고는 수현이가 넘어질 수도 있으니 천천히 걸어오는 모습이 얼마나 이쁜지! 혹시 내가 쳐다보면 방해가 될까봐 나는 힐끔힐끔 보며 침대에서 킥킥거린다.

수현이가 자꾸 수민이가 가지고 있는 장난감을 뺏어가면 "엄마, 수현이가 자꾸 달라고 하는데 어떻게 하지요?" 하고 예쁘게 물어보고는 속상하지만 동생에게 양보하기도 하고,

밥을 먹을 때는 "엄마 최고!" "엄마 맛있는 거 해줘서 고마워요~" 한다.

실수로 물이 담겨있는 컵을 엎질렀을 때는 "엄마! 미안해요!!" 하며 정말 미안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특히 수민이는 어린이집에서 바른생활 사나이로 유명한데, 항상 장난감 정리 시간에 정리 안 하고 놀고 싶어 하는 친구들때문에 속상해 한다고 한다. 정리를 하기위해 친구가 놀던 장난감을 뺏다가 싸움이 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선생님이 "수민이 오늘 하루종일 정리만 했어요".. 이런 날도 있다.

길을 걸어가다가도 쓰레기를 보면 "엄마, 쓰레기가 여기에 있는데 어떻게 하지요?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넣어야 하는데.." 하면서 속상해 한다. "그럼 수민이가 쓰레기통에 갔다가 버릴래?" 하면, 기뻐하며 쓰레기를 주워서 쓰레기통을 찾아다닌다. 지나가던 할아버지한테 엄청 칭찬도 받았다. ㅋㅋ

그러다 요즘은 쓰레기들이 너무 더러워서 내가 못 하게 한다... 청소 아저씨가 깨끗하게 치워주실꺼야. 지지 묻었으니까 만지지 말자.. 했는데, 우연히 다음 날 청소해주시는 아저씨를 만나 확인을 한 뒤로는 쓰레기를 보면 "청소 아저씨가 치워주실꺼야." 혼잣말로 쓰레기를 한 번 쳐다보고는 지나간다.

이런 아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우리 모자는 하루에도 뽀뽀를 셀 수 없이 한다. ㅋㅋㅋ

 

그런데 이렇게 이쁜 수민이가 한 번씩 돌변할 때가 있으니... 뭔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을 때다.

 

지난 주의 나는 수민이와 전쟁을 치르며 설명해주기로 결심을 했건만...,

그 결심이 무색하게도 이번 주에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나의 인내심은 시험당했다.ㅠ

 

지난 금요일,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길. 기분 좋게 걸어오고 있었는데, 수민이가 "엄마, 차가운 물 가지고 왔어?" 하고 물었다. 이 때 예쁘게 물어보던 수민이.. 내가 안 가지고 왔다고 하자, 그 때부터 돌변했다.

"엄마, 차가운 물 가지고 와야지! 지금 차가운 물 먹고 싶어~ 지금~! 지금~!" 하면서 찡찡대기 시작하는데,

집에 가서 줄테니까 조금만 참고 가자고 아무리 타일러도 소용이 없다. 급기야 골목 중간에 멈춰서 자기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엄마가 가지고 오라고 소리를 지른다. "지금 가지고 와!" 하면서..

타이르는데도 한계가 있다. 더운 날 오르막 골목에서 수현이를 데리고 서로 대치하는 상황이 계속 되다보니 짜증이 슬슬 나기 시작했다. 빨리 집에 가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럼 엄마 수현이랑 집에 갈꺼야~ 너 혼자 여기 있어" 이런 협박...

꼼짝도 안하는 수민이를 그대로 두고, 가까운 슈퍼로 뛰어가서 수현이가 탄 유모차를 잠시 맡기고, 물을 하나 샀다. 그런데 그 자리에 꼼짝도 안 하고 "엄마가 수현이랑 갔잖아! 수민이 놔두고 갔잖아!!!" 하면서 동네가 떠나가라고 악을 쓰고 있는 수민이 모습을 보니 갑자기 열이 확 받았다. 

몇 발 자국만 더 가서 달래주면 되는데, 길 중간에 서서는 엄마 여기까지 왔으니까 너도 여기까지 오라며.. 화를 냈다. 하지만 수민이 황소고집을 당해낼 수 있을까.. 결국 수민이한테 가서 물을 줬는데, "이거 시원한 물이잖아! 차가운 물 줘!" 하고 또 운다. 이 순간 나의 인내심이 사라졌다. 결국 등짝을 한대 때렸더니 수민이가 소리지르면서 운다. 정말 왠만해서 밖에서 이렇게 싸우고 싶지 않았는데...

맞고 나서도 악을 쓰며 울더니 나한테 거의 질질 끌려오면서 그 때부터는 "엄마 미안해요~ 엄마 미안해요~" 사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머리끝까지 화가난 상태.. 사과도 받아주고 싶지 않았다.

집 앞에 와서야 화해를 하고 안아줬는데, 너무 울어서 온 몸이 땀 범벅인데 집에 들어와서는 또 목욕을 안하겠다고 반항한다. 아...

한 번 이렇게 싸우고 나면, 마라톤을 뛰기라도 한 것 처럼 너무 지친다.

 

 

 

이 떼를 어떻게 할까.. "설명해주기" 방법은 아이가 이성적인 말이 통할 때 통하는 것 같다. 한 번 성질을 부리기 시작한 순간에는 아무리 옆에서 설명을 해줘도 소용이 없다. 수민이의 떼는 하루 걸러 한 번씩 찾아오는데, 이유도 가지가지다.

외할머니 집에서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식탁에 있던 방울토마토를 안 가지고 왔다며, 토마토 다시 가지러 가자며 울기 시작... 결국 중간에 시장에서 내려서 토마토를 사고서는 할머니, 아빠, 엄마 모두에게 혼이 나고 서러워 울었던 적..

또 외할머니 집에서 차를 타고 집으로 오던 길... 이모 아이패드로 앵그리버드 게임을 못 하고 온 게 화가 나서 "앵그리버드!!! 앵그리버드!!!" 하고 울기 시작... 차 안에서 수민이 울음 소리에 혼이 쏙 빠진 외할아버지는 가다가 옆에 차를 문지르고 가는 바람에 보험 아저씨와 경찰까지 부르는 사태가...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예전에 소정이 누나랑 코엑스에 갔다가 지하철 타고 오는 길에 소정이 누나는 그대로 타고 가고 우리만 내렸더니 승강장에 대자로 누워서 "소정이 누나 보고싶어!! 소정이 누나한테 갈꺼야!!" 이러고 울었던 날.

 

지난 일요일에는 누가 준 사탕을 먹다가 안 먹겠다고 주길래 쓰레기통에 버렸더니, "사탕 먹고 싶어!!! 엄마가 쓰레기통 버렸잖아!!!" 하면서 울기 시작했다. 이 날은 엄마 아빠 돌아가며 달래다가, 화를 내다가, 그래도 울어서 둘 다 포기했다. 방에서 울으라고 놔뒀다가, 울다 지칠 때쯤 방에 들어가보니 그제서야 "엄마 미안해요." 한다.

 

수민이의 고집은 정말 보통 고집이 아니다. 한 번 떼가 났을 때 수민이가 하자는 대로 하면 아주 쉽게~ 수민이를 잠재울 수 있지만, 그렇게 하다가는 공들여 가르치던 수민이 버릇이 한 순간 나빠질 것 같아서 매번 이렇게 싸우며 진을 뺀다.

 

그러면서 터특한 최고의 방법은 "무관심" 인 것 같다.ㅋ

혼을 내거나 때리는 건 별로 도움이 안 되거나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 같다. 아이도 상처를 받는 것 같다.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에 나오는 것처럼 팔 다리를 제압하고 혼내는 방법은 지금은 별로 효과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나만의 매뉴얼을 만들었다.

 1. 일단 울기 시작하면, 허용해 줄 수 있는 건 조금만 더 허용을 해주고 한번 더 약속하기.

 2. 그래도 울면, "안 돼!" 라고 단호하게 말하고 안되는 이유를 설명해주기

 3. 악을 쓰고 울기 시작하면, 안 되는 건 안되는 거야. 약속 상기시켜주고 무관심 모드로...

 4. 우는 소리가 조금 잦아졌을 때, 이리오라며 팔을 벌리고 있으면 수민이가 다가와 안긴다.

 5. "많이 울어서 힘들었겠다. 속상했지?" 우선 달래주고,

 6. 그래도 안 되는 이유 설명해주고,

 7. 사랑한다고 안아주기

    

우는 아이 붙잡고 싸우고 있느니 차라리 이런 방법으로 나의 화를 다스르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교회에서 또래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이랑 이야기해보면 집집마다 다 난리다. 같이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나만 화내는 게 아니구나. 다 비슷비슷 하구나.. 싶어서 왠지 마음에 위로가 된다. 서로 토닥토닥 하면서... ㅋㅋ

 

그나마 다행인 건.. 수민이가 떼를 부리며 우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거,  

아주아주 다행인 건, 전쟁을 치르고 나서는 다시 착한 수민이 모드로 돌아와서 나를 힐링해준다는 거...

 

자려고 누워서 수민이는 이렇게 말한다. "엄마, 아까 울어서 미안해요. 안 그럴께요."

물론 다시 그러겠지만.. 그래도 이런 아들을 미워할 수가 있겠나. ㅋㅋ ♡

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