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육아2013. 7. 16. 15:58

항상 기도할 때마다 지혜로운 엄마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한다.

 

그런데 내가 구하는 지혜란 무엇인가...

언젠가 설거지를 하는 데 다리에 매달려 안아달라고 우는 수현이에게 밥 주걱을 주자, 울퉁불퉁한 면이 재미있는지 한동안 가만히 있었던 적이 있었는데, 이런 게 지혜일까? 고민해보면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어떻게 하면 화를 내지 않고, 혹은 내가 참지 않고 아이들과 웃으면서 지낼 수 있을까.

 

  슈퍼 앞에서 아이스크림 사달라고 우는 수민이

(안그래도 아토피때문에 아이스크림 안 사주는데, 이렇게 울고 떼쓸 때는 절대로 안 사준다.

이럴 때 바로 전쟁 시작ㅋ)

 

요즘같은 장마는 엄마들에게는 참 반갑지 않다. 엊그제는 어린이집에 가려고 준비를 다 하고 나서려고 하는데 하늘에서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지금 나가면 우리 셋 다 쫄딱 젖겠구나 싶어서 티비를 틀어줬다. 20분 후에 비가 지나가서 나가려고 했더니, 수민이가 폴리를 더 보겠다고 울기 시작했다. "폴리 더 볼꺼야!" "어린이집 안 가!" 하면서...

그럼 한 개만 더 보고 가자고 약속하고 기다렸는데, 이번에도 더 볼꺼라며 악을 쓰고 울기 시작했다. 몇 번이고 타이르다가 도무지 말을 듣지 않는다.

좀 더 보여주려다가 자꾸 이런식으로 하면 끝이 없을 것 같아서 훈육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팔 다리를 잡고 있었더니 수민이가 온 몸에 힘을 쓰면서 "아빠 살려줘!!" 하면서 소리를 지른다. 온 몸은 순식간에 땀 범범이 됐다. 수현이도 달려와 수민이와 내 사이에 앉아서 매달리며 울고..

훈육하는 것도 내가 평정심을 갖고 있을 때 해야지 나도 너무 화가 난 상태라 애한테도 나한테도 너무 힘든 시간이라 포기했다. 그러고는 화가 나서 수현이를 안고 둘이만 나간다고 협박했다.

"너 자꾸 그러면 수현이만 데리고 갈꺼야! 너 혼자 집에 있어!" 하면서..

그러고 현관 밖에서 3분 정도 기다렸는데, 전혀~ 통하지 않는다. 다시 집으로 들어왔다.

수민이가 너무 흥분해서 말도 안 통하고 나에게도 진정의 시간이 필요해서 아예 수현이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서 라디오를 틀어놨다. 수민이는 그동안 밖에서 계속 뒹굴며 운다. 10분정도 기다렸다가 나가서 이리오라며 안아줬더니 그제서야 한 풀 꺽여 안긴다. 나도 너무 속이상해 나도 울고 싶다며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우는 척을 했더니 그러지 말라며 손을 자꾸 치운다.

 

아침부터 한 시간동안 실랑이를 하다보니 너무 지치고 돌덩이가 가슴에 박힌 것 처럼 마음이 무겁다.

오후에 수민이를 데리러 갈 때는 그래도 아침에 혼이 났으니 어린이집 갔다오면 착한 수민이로 돌아올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보는 순간부터 여지없이 무너진다.

계속 찡찡거리는 수민이.. 비가 오기 시작해서 급하게 유모차를 밀고 집으로 가는데, 내가 몇 발 자국 먼저 갔다며 자꾸 "엄마가 애기만 데리고 먼저 갔잖아!" "수민이는 안 데리고 갔잖아!" 하며 멈춰서 움직이질 않는다. 지나가는 아줌마, 할머니들이 한 마디씩 다 거들고... 결국 어떤 할머니가 수현이를 데리고 간다는 말에 따라옴...

 

아침에도 화를 냈는데.. 찡찡대는 수민이한테 또 화내기는 싫어서 그 뒤부터는 계속 회유로 방법을 바꿨다.

집에 돌아와서 수민이를 안아주며 "아침에 엄마가 수현이만 데리고 밖에 나가서 속상했어?" 했더니 갑자기 슬프게 흐느낀다. 계속 그 생각이 머릿속에 남아있었나보다. 우선 꼭 안아서 미안하다며 달래주고는 그러고 나서 설명을 해줬다.

"엄마가 집에 갈 때 먼저 가는 거는 수민이를 두고 가는 게 아니라.. 엄마는 힘이 약해서 수현이를 안고 가면 힘들어서 먼저 가서 기다리는 거야. 엄마가 수민이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계속 설명해줬더니 수민이가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 "그랬구나!"

 

'유레카!!!' 그 순간 갑자기 머리에 '이게 바로 지혜구나!' 싶은 감동이 생겼다.

헐...  이렇게 쉬운 방법이 있었구나.

끝까지 좋은 말로 설명해주기.. 폭력이나 협박은 전혀 도움이 안된다.

사실은 너무나 당연하게 사실이지만, 직접 부딪혀서 깨닫는 거랑은 차원이 다른 깨달음이 있다. 

 

그 뒤로 며칠 수민이랑 잘 지냈는데, 수민이는 너무 착한 아들이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떼를 쓰기 시작한다.

오늘도 아침에 어린이집에 가려고 내가 먼저 신발을 신고 현관에서 기다렸더니, "엄마가 먼저 신발 신었잖아~!!" 이러고 화를 내며 방에들어가서 안 나온다. 결국 내가 신발을 벗고 기다려야 나와서 신발을 신는다..

어린이집 가는 길에는 뛰어가다가 넘어지고는 "엄마 때문에 그랬잖아~ 엄마가 빨리가서 넘어진거잖아!" 하고 운다.

안아서 달래주고 먼저가서 미안하다며 사과하고, 손 잡고 가자고 타이르고.. 그래도 어린이집 가는 내내 찡찡대는 우리 아들... 좋게 잘 이야기해야지 하면서도 쉽게 안 통할 때는 나도 다시 부글부글....

 

사실은 내가 구할 건 지혜가 아니라 인내인가 싶다.  

화를 참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너그러움? 마음의 부드러움? ㅋ

그래도 수민이가 수현이를 안 때리고 타이르는 모습을 보면 그래도 먼 길의 반은 왔구나 싶다...

하나님. 저에게 인내하는 마음을 주세요..

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