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항상 이야기하신다.
"물가에서 물을 아껴쓰라고...."
엄마가 할아버지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셨다는 이야기다.
방에 있다가 불을 켜 둔 채로 나오면 항상 혼이 나고.. 커피보트에 마실 물의 양보다 더 많이 담으면 또 에너지 낭비한다고 잔소리하시고, 우체국에 택배를 보내러 갔다 오다고 하면 어디서 만나서 주면 되지 택배비 5천원 귀한줄 알아야 한다고 하시니.. 사실 뭘 샀다고 말하면 절약할 줄 모른다고 뭐라고 하실까봐 미리 스트레스 받는다.
고등학교 때는 우리 교복을 안 사주시고 물려받아서 입었는데, 덩치가 있는 언니들이 입던 옷이라 길이는 줄여입어도 어깨가 너무 넓었었다. 동생이랑 같은 학교를 다니다보니 블라우스가 모자라서 하나를 샀는데, 동생이랑 서로 그 걸 입겠다고 싸웠던 슬픈 이야기.. ㅋㅋㅋ
그렇게 아끼고 사신 부모님은 그 덕분에 안정적인 노후대책도 마련하시고 퇴직 후에도 여유롭게 사신다.
지금은 그런 부모님이 존경스럽지만 어렸을 때는 그런 부모님 밑에서 자라면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
그래서 현재의 행복이 중요하다며.. 쓸 건 쓰고 살지만 그래도 그런 생활습관을 어느정도 물려받았다.
특히 내 의지와 다르게 안 써도 되는데 돈을 썼을 때 스트레스가 엄청 쌓이는데, 그 중 하나가 유모차다.
유모차가 두 개나 있지만, 각각 두 아이들을 키운 집에서 물려받아서 지금까지 썼기 때문에..
10년이 넘게 굴리다보니 유모차가 너무 낡았다.
덜컹거리는 유모차를 밀고 다닐 때마다...
빨아도 안 지워지는 유모차 커버의 때를 볼 때마다..
짐을 뒤에 건 채로 아이들을 먼저 안아 꺼낼 때 유모차가 뒤로 넘어갈 때마다...
햇빛 가리개를 사서 달아도 애들이 자꾸 잡아당겨서 이제 고정이 안되 제 기능을 못 할 때마다.. 생각했다.
'그래도 이 불편함은 나만 감수하면 된다. 남들이 보기에는 아무렇지도 않다. 앞으로 쓸 날이 얼마 안 남았다.. '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점점 커져가는 유모차를 구매 욕구...ㅋ
그런데 양수가 이런 내 마음을 알고 내 유모차를 사주겠다고 나섰다. 자기가 물려받아서 쓰면 되지 않겠냐며..
됐다고 만류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아마존에서 유모차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ㅋㅋㅋ (미국여행 가서 유모차가 싸다는 걸 알고 돌아온 뒤에)그러다 우연히 알게된 Britax B-AGILE... 186불.... 우리나라에서는 100만원 넘게도 유모차에 투자하는데, 배송료 포함해도 30만원 이하에 득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내가 원하는 모든 기능이 가지고 있었다.
좋은점 1. 유모차가 뒤로 완전히 눕혀져서 신생아도 안전하게 눕힐 수 있음
2. 카시트 그대로 장착 가능 (아이를 안 깨우고도 이동가능)
3. 신생아부터 큰 아이까지 탈 수 있도록 크고 튼튼함
4. 유모차 뒤에 보드를 장착해서 큰 아이가 뒤에 올라타서 갈 수 있음
5. 햇빛 가리개가 튼튼하고 완전히 가려져서 햇빛으로부터 완벽 차단됨
지금 네살 수민이와 두살 수현이가 앞으로 2년 동안 편하게 탈 수 있으면서도, 양수한테 물려줬을 때 신생아도 편하게 쓸 수 있는 유모차... 이렇게 딱 떨어지는 유모차를 만나다니.. 운명적인 만남이랄까.. ㅋㅋ
이렇게 마음에 드는 유모차를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배송료며 택스까지 추가 비용을 생각하면 반품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말 열심히 검색하면서 비교했다. 구글에서 외국인들이 사용후기를 동영상으로 올려놓은 것까지 다 찾아보고 확인해 봤다.
그렇게 받게 된 b-agile... 캠핑다녀온 날 받았는데, 받자마자 지친 몸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조립했다.
크고, 튼튼하고, 접고 펴기 쉽고, 보드를 장착하면 수민이가 걸어다니기 싫어할 때 아주 유용하다.
특히 횡단보도 앞 낮은 턱을 지날 때마다 전에 쓰던 유모차는 앞 바퀴를 항상 살짝 올리면서 힘을 주고 밀어야 했는데, 지금은 너무 부드럽게 지나간다. 이 스무스한 느낌... 지금까지 뭔가를 구입하고 이렇게 기뻤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 좋은 걸 지금까지 참고 살았다니.. 하지만 진작 샀다면 이 유모차를 못 샀을 것이고.. 또 이렇게 감사하지 못했겠지.
10년 넘은 유모차와는 감히 비교불가겠지만, 유모차를 끌 때마다 기분이 너무 좋다.
양수한테도 넘 고맙다.. 직구는 첨 해봤는데, 가장 저렴하고 좋은 방법으로 보내주신 짱몰지기님한테도 감사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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