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둘을 키우면서 아이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특히 수현이는 어린이집도 일찍 보내기도 했고 (15개월), 아기 때부터 틈만 나면 밖으로 나가서 놀았던 수민이에 비해 똑같이 해주지 못해서 더 그런 마음이 크다.
한 아이만 있을 때보다 시간과 체력도 부족하고.. 잘해주고 싶은 마음과 달리 엄마 몸이 하나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다며 위로하하지만, 이런 미안함이 커져서 언젠가부터는 알 수 없는 죄책감이 생긴 것 같다..
그런 마음을 보상하려고 하루는 수민이만 어린이집에 보내고는 수현이랑 코엑스에 핸드메이드 박람회에도 가기도 하고,
또 하루는 수현이만 어린이 집에 보내고는, 일본에서 온 세나누나 만나러 수민이랑 예술의 전당에 어린이 전시도 갔다오기도 했다.
이 날은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커피숍에 가있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둘이 데이트 하는 게 재밌었다. 그런데 전시를 다 보고 나온 수민이가 여기 놀이터 아니라며 (전시회가 시시했음) 키즈카페 가자고 떼를 쓰는 바람에 고속터미널역에 가서 키즈카페 찾아 헤매고 다니고 (결국 못찾음), 집에 올 때는 버스에서 잠든 수민이와 짐을 들고 낑낑거리며 집까지 걸어오는 데 정말 죽는 줄 알았다. 큰 맘먹고 나갔는데 이렇게 외출을 하고 돌아오면 진이 다 빠져버린다.
집에 와서는 또 어린이집에 한명을 데리고 와야하고, 간식과 저녁을 챙기고 목욕시키고 놀아주고 재워야하는 빡센 저녁시간을 보내야 하다보니 다시 또 외출 하고 싶은 생각이 사라진다.
몇 번 아이들과의 외출 휴유증으로 이제 외출을 자제해야겠다고 생각할 때쯤.. 수현이 어린이집에 보내기 전에 9~10월 문화센터를 예약해놨었는데, 그 9월이 다가왔다.
그냥 할까? 취소할까?
11시부터 한 시간 하는데, 끝나고 어린이집에 다시 보내기도 시간이 애매하고 그렇다고 수요일 하루는 아예 어린이집을 안 보내자니.. 내가 너무 힘들 것 같았다.
정말 수현이랑 놀고 싶은 마음이 우러나서 하면 좋은데, 언젠가부터 힘들다며 자꾸 몸을 사리는 나를 본다. 너무 욕심을 부리는 것 같기도 하고.. 취소할까? 그래도 수민이도 문화센터 두 달 다녔었는데, 똑같이 해줘야지 않을까..? 혼자 끝도 없이 고민을 하다가 어린이집 선생님한테 물어봤더니, 엄마랑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다고 하신다. 이 때 나는 내심 이제 어린이집 적응해가는데 너무 무리하면 아이가 힘들꺼라는 대답을 듣고 싶었던 것 같다.
별 것도 아닌걸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는데 마침 교회 예배에서 율법주의적인 죄책감에 대해 말씀하셨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하나님은 나를 사랑하신다고.. 해야한다는 마음에 억지로 할 필요 없다고...
뭔가 나한테 하시는 말씀 같았다. 너무 나는 율법주의적으로 살고 있구나. 내가 이렇게 하지 않아도 내가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는데...
그런 마음이 들고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고 문화센터를 취소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다음주 수요일이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수현이랑 즐거운 마음으로 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다.
죄책감으로 시간을 보내지 말아야지.
수현이랑 문화센터에서.. (9/4, 9/25)
나름 즐기고 있는 수현이.. 그걸로 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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