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육아2013. 11. 6. 13:38

나는 두 번의 임신 과정을 겪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입덧도, 몸이 힘들었던 것도 아니라 기형아 검사 때였다.

수민이를 임신했을 때는 기형아 검사를 했었는데, 확률이 1/8 이 나와었다. 그 때 남동생 홍집이 이야기를 했더니 의사선생님이 그 이야기를 왜 이제하냐며... 깜짝 놀라길래 나는 덜컥 겁이 나서 산부인과 의사선생님 앞에서 엉엉 울었던 기억이 있다. 엄마는 만약에 그렇다면 낳지 말라며.. 우리는 양수검사까지 했고, 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일주일 내내 울며 지냈었다.

수현이를 임신했을 때는 기형아 검사를 안 하기로 과감히 결정했다. 그런데 갑상선 수치가 낮게 나와서 병원에 가보라길래 평소에 가던 이비인후과에 갔는데, 이번에는 여기 의사 선생님이 나한테 왜 갑상선 약을 안 먹고 있었냐고 (큰 소리로) 한참동안 화를 냈다. 특히 임신 초기에 아이 뇌가 형성될 때 갑상선 호르몬이 얼마나 중요한데.. 나 때문에 이미 아이가 기형이 된 것 처럼.. 별 걱정 없이 잘 지내다가 날벼락을 맞은 것처럼 충격을 받고는 교회에 가서 또 울면서 기도했다. 혹시 나 때문에 아기가 잘못됐을까봐...

그 때 마음 고생한 걸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난다.

아주 감사하게도 아이들은 아주 건강하게 걱정없이 잘 자라고 있고...

 

그런데 그 기형아 검사가 나한테는 트라우마로 남아서 또 임신을 하게 되니 그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혹시나 그러면 어떡하지?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마음..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문제 중에서 아주 작은 일부분이긴 하지만 (이사와 인테리어와 시댁사업과 세 아이들을 키워야 하는 나의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무엇이든지간에 지금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없기에 지난 달부터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교회에 가서 잠깐씩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점점 마음이 편해진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조심을 했는데도 그 적은 확률에 아기가 생겼다는 건..ㅋㅋ 꼭 태어나야만 하는 아기인 느낌이 든다.

만약에... 라는 생각을 안 할 수는 없지만, 어떻게 되든 꼭 낳을 거다.

검사는 보건소에서 무료로 해주는 기본적인 것만 하기로 했다.

 

고생하는 우리엄마를 생각하면 무자식이 상팔자인가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친정집 근처에 살지만 항상 바쁘고 피곤한 우리엄마 생각을 하면 자주 못 가게 된다. 공사다망한 우리엄마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홍집이 작업장 때문인 것 같다. 작업량은 많고, 납품 기간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아이들 손이 느리고.. 그러다보니 작업장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건 아이들 부모님이다. 환갑이 넘은 침침한 눈으로 책상에 앉아서 수작업을 하느라.. 자꾸 눈이 안보인다고 하시고 다리도 아프다고 하시고.. 이제 작업장 그만 좀 가라고 수없이 이야기해도 어떻게 안 가냐며.. 항상 죄인처럼 살아오신 울 엄마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엄마를 보면서 생각한다. 무자식이 상팔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가족 마음 한켠을 아프게 하면서도 없어서는 안되는 우리 홍집이...

 

 

세상은 잘나고 재능있는 사람들 위주로 돌아간다. 그런데 하나님은 왜 이 낮은 자를 만드셨을까..

우연히 발견한 찬송..

 

<똑바로 보고싶어요 주님>

똑바로 보고 싶어요 주님 온전한 눈 짓으로
똑바로 보고 싶어요 주님 곁눈질 하긴 싫어요
하지만 내 모습은 온전치 않아 세상이 보는 눈은
마치 날 죄인처럼 멀리하며 외면을 하네요
주님 이 낮은 자를 통하여 어디에 쓰시려고
이렇게 초라한 모습으로 만들어 놓으셨나요
당신께 드릴 것은 사모하는 이 마음 뿐
이 생명도 달라시면 십자가에 놓겠으니
허울뿐인 육신 속에 참빛을 심게하시고
가식뿐인 세상 속에 밀알로 썩게하소서

 

얼마전에는 미용실에서 들춰본 잡지에서 우연히 "동화작가 원유순" 이라는 글을 읽었다. 다운증후군 발레리나 지윤이 이야기를 <발레하는 수녀님> 이라는 동화책을 쓰신 분.. 몇 년 전에 인간극장에서 인상깊게 봤던 지윤이... 다운증후군이고 상처를 가지고 있는데도 굉장히 밝고, 자기 꿈을 확실히 알고 추진해가는.. 따뜻한 가족 이야기였는데, 여기서 이렇게 발견하게 되다니..

 

그런데 새로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지윤이 엄마가 후회하고 있는 점이 우리 엄마가 후회하고 있는 점이랑 완전히 다르다는 거.

지금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지윤이가 세상의 벽에 부딪히는 걸 보면서 괜히 교육시키고 대학까지 보낸 것 같다고.. 장애우는 교육을 안 받을 수록 취어이 잘되고 단순 노동 같은 것이 장애우한테 많이 열려 있는데 지윤이는 단순한 것을 싫어한다며 아이의 눈높이만 높게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고 하셨다.

우리엄마는 홍집이가 원하는 거, 잘하는 거를 적극 지원해 주지 못해 준 것에 대한 후회가 크신데...

 

두 분다 정말 최선을 다해서 아이들을 키웠는데, 서로 가지 못한 길에 대한 후회를 하시는 걸 보면서 마음이 복잡해진다. 어떻게 키우든지 다 후회가 되는 걸까? 

처음에는 내 걱정에서 시작된 이런저런 고민들...

나는 이런 여러가지 과정을 겪으면서 엄마의 마음을 더 알아가는 것 같다.

언제 만들어 질지 모를 미래의 나의 다큐멘터리에 대한 영감도 이렇게 하나씩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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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