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민이가 하고 있는 한솔 북스북스는 (한 달에 책 4권+활동책이 배달됨) 자연관찰 책이 특히 잘되어 있는 것 같다.
이번에 본 책은 "나팔꽃이 피었어"
그런데 오늘 아침(9/5)에 수민이랑 봤던 나팔꽃이 생각났다.
집 앞.. 하나된 전봇대와 나팔꽃
우리 집 앞에는 나팔꽃 덩굴이 칭칭 감고 있는 전봇대가 있다. 평소에는 전봇대를 감고있는 모양이 신기하다고만 생각했다. 오늘 아침에야 수민이에게 가르쳐 주면서 그게 나팔꽃이라는 걸 알았는데, 우연히도 같은 날 나팔꽃 책을 보게 됨.. 새벽에 활짝 핀 나팔꽃이 오후에는 지고, 다음날 또 새로운 나팔꽃이 핀다는 사실도 이번에 알았다.
다음 날 부터는 어린이집에 늦더라도 한 참을 전봇대 주변에 머무르며 나팔꽃을 관찰 했다.
덩굴이 빙글빙글 감고 올라가는 모습도 자세히 보고,
아침에 어린이집에 갈 때는 나팔꽃이 활짝 피었다가 오후에는 꽃이 시들어서 쪼그라들어있는 모습도 관찰했다.
나팔꽃은 처음 쌍떡잎이 나고 그 다음에 본 잎이 나는데, 나는 수민이가 그걸 이해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런데 수민이가 이파리의 다른 모양을 비교하며 이야기 했다. "이건 같지만, 달라" 라고.. 오... 나는 아들의 이런 모습에 깜짝깜짝 놀란다. 정말 내가 정확하게 알아야 아이한테 풍부하게 설명해 줄 수 있겠구나...
↖ 졌다가 활짝 폈다가..↗
"수현아, 이게 나팔꽃이야"
수현이가 자기 말을 잘 안 들은 날은 나에게 부탁한다. 수현이 나팔꽃 못 보게 눈을 가려달라고.. ㅋㅋ
↑ 나팔꽃을 하나 꺽고 싶다고 하더니, 누구줄까 고민하다가 부끄러운 듯 입을 가리고 말한다.
"김자영 선생님 주고 싶어♥"
요즘 수민이는 궁금한 것이 너무 많다.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뜬금없이 "엄마, 그런데 귀는 왜 여기에 있어요?" "왜 이마에 안 있어요?" 하고 묻기도 하고..
어떤 날은 집에 오다가 "엄마, 아직 밤이 아닌데 왜 달이 떠 있어요?" 하기도 한다.
그 때마다 어떻게 하면 수민이한테 적절한 대답이 될 지 고민한다. 이마에 있으면 바람이 많이 들어갈 것 같다고 하기도 하고, 오늘은 달이 일찍 일어났나보다고 이야기 하기도 하고...
매번 대답하면서 느끼지만 귀찮아서 대충 대답하면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나의 두 가지 원칙은 최대한 성실하게 대답한다, 거짓말하지 않는다... 마땅하게 대답하기가 어려워 어려운 단어로 설명해줄 때도 있는데, 못 알아들을 것 같지만, 그래도 혼자 짐작을 하는 것 같다. 압력밥솥에 써있는 보온, 백미, 백미쾌속, 현미잡곡.. 이런 걸 설명해 줄 때도... 하여튼 별게 다 궁금한가보다.
남자아이라 그런지 자연관찰 책도 너무 재밌게 본다. 내가 어렸을 때는 이런 책에 별로 관심이 없었던 것 같는데, 수민이는 개구리, 박쥐, 캥거루.. 종류별로 가지고 와서 몇 번이고 본다. 특히 누가 누구를 잡아먹는 지가 제일 재밌나보다. "캥거루는 딩고랑 여우랑 독수리가 잡아먹어" "어떻게 잡아먹냐면.. 살금살금살금 가서 확 잡아먹는다?" 하면서 흉내도 낸다.
수민이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최근에는 개똥이네라는 사이트에서 수민이 '호기심아이'라는 전집을 중고로 구입했다. (정가대비 1/4가격인데, 90%가 새책임...^^)
수민이는 알려 주면 바로바로 흡수하고 또 책 읽는 걸 좋아해서 가르쳐주는 재미가 있다. (반면에 수현이는 책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임..) 수민이는 잘 때도 좋아하는 책을 골라서 꼭 안고 자야하고, 어딜 갈 때도 꼭 책을 골라 들고 가야하고, 심지어 유모차에 타서도 책을 읽는다... 이렇게 책을 달고 사는 덕분에 이제는 한글을 꽤 잘 읽는다.
바람직한 현상인 것 같지만... 내 입장에서는 가끔 짜증이 날 때도 있다.
밖에 나가야 하는데, "이거 다 읽고 갈꺼야. 다 읽어줘~ 엄마는 왜 안 읽어줘~" 하면서 200쪽이 넘는 한글사전을 들고 와서 현관에서 떼 쓰고 운다거나... 열심히 읽어 준 다음에는 조금 쉬고 싶은데, 왜 안 읽어주냐며 계속 나를 귀찮게 하거나.. 잘 시간이 넘었는데도, 쌓아놓은 책을 다 읽고 잔다며 나와 실랑이를 할 때... 나는 그만 좀 하라며 성질을 낸다... ㅋ
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 어떻게 하면 수민이 호기심을 잘 채워줄 수 있을까.
매번 여러가지 상황들과 부딪힐 때마다 잘 해결할 수 있는 지혜가 생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한 번 더 참고 말할 수 있는 인내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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