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여행, 나들이2013. 9. 4. 15:21

어쩌다보니 우리가족은 매년 8월 말에 휴가를 가게된 것 같다. 남들보다는 늦게 가지만 오히려 이 때가 조금 선선해지고, 외출하기에 좋은 날씨다.

휴가가 점점 다가온다는 설레임으로 기다리다보니 어느새 8월 마지막주..

 

수목금은 남편이 양양에 있는 회사 콘도를 예약해서, 하루 일찍 출발해서 화요일만 다른 곳에서 자기로 했다.

 

그런데 원래 계획은 <한 번에 양양까지 가기 힘드니까 중간에서 한번 자고, 양떼목장 구경하고 널널하게 가자...> 였는데, 남편이 예약한 곳을 확인해봤더니 뜬금없는 정선 하이원..

어느 세월에 대관령까지 가서 양떼목장 구경하고 또 정선으로 간단말인가.. 차 뒷좌석에서 나는 애들이랑 씨름해야되는데 몇 시간 늘어나면 난 뒤에서 전쟁을 치러야 되고, 그렇다고 안가자니.. 내일 양떼목장 가자고 수민이한테 바람은  있는대로 불어놨는데... 갑자기 스케줄을 꼬이게 만들어버린 남편에게 짜증을 확 냈다. ㅋ 하루 전날이라 취소할 수도 없다.

그래도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지도를 보며 곰곰히 연구를 했다. 최선은 첫째날은 정선- 둘째날에는 대관령에 들렀다가 양양으로 가는 방법.. 정선에 아이들이 갈 만한 곳을 검색해봤더니 다행히 하이원 리조트 안에 양이 있는 작은 동물농장이 있었다. 이걸로 양떼목장이라고 회유해보기로... 오히려 잘 된 걸 수도 있다며..

 

다음날 금붕어도 할머니댁에 맡겨두고, 모든 채비를 마친 후 출발했다. 가다보니 애들이 푹 잠들어서 휴게소도 안 들리고 한 번에 정선에 도착했다. 짐을 풀고 우리가 바로 간 곳은 리조트 안에 있다는 동물농장..

 

그런데 성수기가 지난 터라 리조트는 완전히 썰렁했다. 홈페이지에 놀이동산이라고 소개해 놓은 곳도 다 문을 닫았고, 동물들을 찾아서 헤매다가 멀리서 "매~"하는 염소 소리를 듣고 뛰어갔다. 그런데 양은 없고 토끼랑 염소만 있었음..

수민이는 현수막을 가리키며 "저기에는 양이 있는데, 왜 여기에는 없어요?" "어디로 갔을까?" 계속 묻는다.

 

하이원 리조트 내 겸손한 동물 농장..

관리하는 사람도 없고, 애들을 위해 내가 열심히 풀을 뜯어다가 날랐다.ㅋㅋ

다 문이 닫혔지만 그래도 미끄럼틀은 탈 수 있었음..

 

사실 케이블카도 타고, 저녁에는 하이원 분수쇼도 볼 수 있었는데.. 나는 너무 피곤했다. 분수쇼는 라스베가스에서 다 봤다며.. 그래도 케이블카는 타볼껄 그랬다. 남편이 타자고 했을 때는 애들 무서워할꺼라고 타지말자고 했는데, 나중에수민이가 타고 싶다고 하자, 탈 껄 그랬구나 싶었다. 수민이가 타자고 한 시점은 6시 2분쯤.. 운행이 6시까지라 이제 끝나서 못 탄다고 했더니 "그런데 왜 계속 움직여요?" 자꾸 질문이 꼬리를 문다. 설득하는 데 더 힘들었음. ㅋ

나의 귀차니즘은 고지대라 쌀쌀한 날씨도 한 몫했다. 긴 팔은 하나도 안 챙겨왔는데.. 애들은 얼마나 추울까. 나는 담요로 애들을 싸고 노심초사하고 있는데, 남편의 대답은 "괜찮아.. 괜찮아.." 뭐가 괜찮다는 거임? 나는 너무 추워서 팔에 닭살이 돋았는데... ㅠ 결국 일찍 들어가서 방에서 안 나왔다...^^;

 

다음날은 바로 대관령으로 갔다. 예전부터 양떼목장 입구까지 갔다가 비가 와서 두 번인나 허탕을 친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꼭 가려고 마음 먹었다. 다행히 날씨도 좋아고 이번에는 수민이한테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

 

<대관령 양떼목장>

   양 밥통에 올라가 양들에게 호기심을 보이는 수현이와 흥분해서 먹이를 마구 뿌려주는 수민이..

양 머리털을 움켜쥐는 수현.. 평소 수민이 형아 머리를 잡아당기는 모습과 흡사하다.

천천히 걸어오다 발견한 아기동물농장 전단지..

"엄마, 여기에 가요!"

 

양떼목장은 코스를 걸으면서 산책하면 좋을 것 같은데, 유모차를 끌고 올라갈 수도 없고 애들 데리고 가기는 힘들어서 먹이 주는데만 들렀다가 왔다. 먹이도 너무 금방 주고.. 기대했던 양떼목장이 시시했는지 수민이가 내려오는 길에 '아기동물목장' 현수막을 발견했다. 우리도 그냥 가기는 아쉬웠는데, 잘 됐다 싶었다. 양떼목장에서 4km 떨어져있음. (입장료는 24개월 이상 7천원씩- 동물 먹이를 종류별로 통에 담아 준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던 <아기동물농장>

토끼와 다람쥐

"엄마 멍멍이가 내 손을 잡았어요"

'아이구~ 귀여운 것!!' 요런 표정

병아리와 메추리

앵무새 밥주기.. 수현이는 똥 범벅인 나무 밑둥에 거의 누워서 줬다. 아...

                              수민이는 금붕어 낚시 홀릭              고슴도치 만져보기 (이후 고슴도치를 너무 좋아하게 됨)

너무 예쁘게 생겼던 사슴... 원래 주걱으로 주는 거였는데, 나중에는 직접 손으로..설마 사슴이 물진 않겠지? 

이정도 우유주는 것 쯤이야..

양, 염소 종류별로 다가가 먹이 주기..

"오리야~ 이리와봐! 밥 줄께!"

엄청난 속도로 다가와 빛의 속도로 해치우고 제 갈길 가는 오리들..

 

여기가 아이들이 있는 가족에게는 최고의 장소가 아닌가. 개인적으로는 양떼목장보다 나은 것 같다. 모든 가축이 다 모여있고, 만져보고 먹이를 주는 것도 자유로워서 수민이 수현이는 정말 즐거워했다. 1시간 정도 있었는데, 아빠랑 수현이를 데리고 먼저 나갔는데도 수민이는 가기가 아쉬워서 금붕어 낚시 세번 더 하고, 고슴도치도 만져본 후에 내 손에 끌려서 나갔다. "다음에 보자~ 또 올께!"

 

지난 번에는 보은에 가서 젖소도 구경하고.. 요즘 동물들이랑 접촉할 시간이 많아서인지 수민이 수현이는 동물들한테 거리낌 없이 다가간다. 동물들이 위험하지는 않아도 처음보는 동물에게 다가가 겁없이 만지고 직접 밥을 주는 모습이 너무 신기하다. 비록 손과 옷은 동물들 똥과 침으로 범벅이 되긴했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어서 나도 좋았다. 나한테도 힐링이 되었던 하루!

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