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여유가 생겨서 책장을 기웃거리다가 <대한민국 부모>라는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어린이집 행사에 갔다가 추첨받아서 받았던 선물인데.. 읽어보니 그동안 내가 고민하고 있던 게 해결되는 느낌이다.
모든 엄마가 다 그렇듯.. 나도 가끔 수민이가 너무 똑똑한 것 같다고 느낄 때가 있다.
낮잠을 늦게 자서 잠 안오는 날은 혼자 새벽 두시까지 혼자 100피스 퍼즐을 다 맞추고 자고,
어린이집에서 친구가 노래를 부르는 걸 듣고 집에와서는,
"엄마, 현태가 부르던 노래 그거 뭐야?" "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이렇게 하는 거 있잖아"..
하고 음으로만 노래를 부르길래, '우리나라를 빛낸 100명의 위인들'을 찾아서 가사를 프린트해줬다. 따로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혼자 프린트 된 종이를 보며 설 연휴동안 연습하더니 이제 1~2절은 달달 외워 부른다. 어린이집 선생님한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아~ 그래서 발음이 정확했구나!" 하신다. 수민이더러 현태는 어디까지 부를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1절 중간까지 안다고 함.. 여기서 나는 뿌뜻함을 느낌.. 역시 내 자식이 똑똑하구나... 이러면서.. ㅋ
그리고 더 나아가 나는 세 아들 다 서울대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직 셋째는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다.
왜 나는 아이들이 다 서울대에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가.
적나라하게 분석해보면, 나는 아이들이 원하는 꿈을 찾아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고 말하는 탈을 쓴 대한민국의 뻔한 엄마였을 뿐... 속내는 우선 아이들 명문대에 보내 자식들 잘 키웠다며 엄마로서 인정받고 싶었고, 자식이 좋은 대학에 가서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직업을 갖게 되기를 바라며, 그래서 돈 잘 버는 직장을 갖게 되면 우리의 노후를 기댈 수 있는 보장성 보험으로 여기고 있지는 않았을까.
수민이가 자라면서 점점 고민이 많아진다.
'지금 이 시기에 어떤 전집을 들여야 되지 않을까? 영어 공부도 시켜야 되지 않을까? 초등학교 입학할 즈음에는 좋은 학군이 있는 곳으로 이사를 가야되지 않을까?...'
하지만 이렇게 엄마 욕심과 주위 사람들 말에 휘둘리다보면 아이들 교육비에 가정 살림이 흔들거리고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스트레스로 망가진다. 하지만 이게 우리나라 현실..
그런데 좋은 대학교에 가면 뭘 하지? 명문대학에 입학시키려고 부모는 안간힘을 쓰지만 그 뒤에 아이들은 행복한 삶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 대답은 당연히 부정적이다.
안그래도 이 책에 꽂혀서 한동안 생각이 많았는데, 주일 교회에 갔더니 설교에서도 비슷한 맥락의 말씀을 하셨다.
'이 세상이나 세상에 있는 것들을 사랑하지 말라
누구든지 세상을 사랑하면 아버지의 사랑이 그 안에 있지 아니하니
이는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이니
다 아버지께로부터 온 것이 아니요 세상으로부터 온 것이라
이 세상도, 그 정욕도 지나가되 오직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자는 영원히 거하느니라'
<요일 2:15-17>
지금 정말 내가 해야할 고민은 나는 정말 아이들을 살아있는 아이들로 키울 수 있을지가 아닐까.
자신의 삶에서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지, 무조건 이겨야 인정받는 사회 속에서 나 먼저가 아닌 다른 사람의 삶에 관심을 가지는 것, 독립적인 인간으로 인정하는 것.
책 말미에 이렇게 말한다. '아이가 독립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아이에게서 독립하는 것' 이라고..
지금은 아이들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아이들이 자라면서 내 뜻과 다르게 행동하고 싶을 때.. 아이들이 사춘기가 오면 부모와 충돌하고 서로 힘들어하는 게 그래서 그런 것 같다. 부모가 아이에게서 독립하지 못해서...
우선 모든 걸 내가 관리하고 케어하려고 하려는 것부터 벗어나야 겠다.
아주 작은 것부터.. 요즘은 수현이가 양치를 하는데, 자기가 먼저 하겠다는 걸 엄마가 먼저 한 다음에 하라며 매일 실랑이 하는데, 그것부터 고쳐야겠다. ㅋ 그래.. 너 마음대로 하렴... ㅠ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서가 희생하는 삶이 아니라 지금 나와 남편이 더 행복한 가정을 만들 수 있게 노력해야겠다.. 어쩜 너무나 당연한 사실.. 당연히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내 생각과 행동이 다른 걸 나 자신도 모르고 있었을 때.. 이렇게 책 한 권으로 엄마로서 내가 앞으로 뭘 어떻게 해야할 지 방향이 조금 틀어졌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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