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육아2014. 1. 22. 13:33

누군가.. 애들이 어린이집 다닐 때가 엄마가 제일 편한 시기라고 했었다.

수민이, 수현이는 아직 어린이집에 다니고, 아직 다닐 날이 많이 남아있지만.. 수민이가 이제 다섯살이 되면서 나도 교육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하기시작했다. 특히 교육비 지출에 대해서...! 적정선은 어디인가..

 

수민이는 어린이집에서 단체로 하는 영어,음률, 체육 특별활동이 한 달에 5만원. (구립이라 싸다)

그리고 다섯살이 되면서 시작한 사회교육원. 토요일 11~4시까지, 한 달에 3번하는데- 12만원. (이건 다니고 있는 교회에서 운영하는 거라 저렴하다) 시간별로 한글, 책읽기, 수학, 암산, 이미지트레이닝, 몰펀블럭을 돌아가면서 한다.

지금까지 2번했는데, 도시락 싸는 재미, 친구들이랑 다양하게 수업하는 재미가 쏠쏠한가보다. 토요일이 되면 교회로 공부하러 간다며 좋아하고, 갔다오자마자 "엄마, 오늘 정말 재밌는 수업을 많이 했어!" 하면서 자랑한다.

 

그리고 내가 조금 신경써서 하는 건 웅진에서 만드는 곰돌이라는 학습지.

수민이는 30개월쯤부터 학습지를 시작했었다. 그때는 뭘 가르치려고 하기보다는 나는 육아가 너무 버겁고 동생이 생긴 수민이가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나름 탈출구를 찾은 거였다. 그때는 구몬 선생님이 와서 20분동안 수업을 하고 갔는데, 우리 상태가 좋아진 후로는 학습지만 신청해서 나랑 둘이하고 있다.  

곰돌이는 한글/수학,과학 한 세트가 한 주씩 할 수 있게 4주치가 오는데, 수민이가 너무 좋아한다. 수현이한테 장난감을 뺏겨 울거나 기분이 안 좋을 때는 곰돌이를 하자고 달래면 순식간에 신이 나서 달려온다. 이럴 때 쓰려고 숨겨놓고 아껴놓아도 2주면 다 끝내는 곰돌이.. 이걸로 인해 뭔가 큰 발전을 바라기 보다는 한 권을 끝낼 때까지 책상에 앉아 집중할 수 있는 자세를 기를 수 있는 것 같아 그걸로 만족한다. 

다만 작년 여름부터 책을 혼자 읽기 시작한 수민이한테 단계가 조금 쉬운 것 같아 한글은 세 단계를, 수학과학은 두 단계를 올렸다.

 

열공중인 수민이와 형이 하는 건 다 따라하고 싶은 수현이..

 

그리고 책 구입에 대한 고민도 빠질 수 없다.

 

수현이는 책 내용보다는 책에 나오는 인물들 표정에 관심이 많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왔다고 했더니 어린이집 갔다오자마자 옷 팽개치고 현관앞에서 책 보는 아이들.. (가운데)

자기 전에도 평균 책 5~10권씩은 기본.. (오른쪽)

 

수민이는 정말 유별나게 책을 좋아한다. 6개월쯤부터 책을 펼쳐서 보여주면 울던 아기가 뚝 그칠 정도였으니.. 수현이는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커가면서 형이 책 보는 걸 따라서 읽기시작하더니 이제 시도때도 없이 책을 펼쳐서 혼자 본다.

아이들이 이렇게 책을 좋아하는 건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그래서 가끔 나는 곤혹스러울 때도 있다.

 

어린이집에서 데려와 식사준비하고 밥먹이고 정리하고, 목욕하고 애들한테 책 읽어주고 곰돌이까지.. 하루 일정이 끝난 뒤에는 나도 잠깐 숨돌릴 시간이 필요한데, 잠깐 앉기만 하면 수민이는 책을 낑낑거리며 들고와 읽어달라고 한다.  

"지금 엄마 좀 쉬는 시간이니까 너 혼자 읽어. 혼자 읽을 수 있잖아." 하면,

"그럼 엄마 한번 수민이 한번 그렇게 읽는 건 어때?" 간절하게 나를 쳐다본다.

혼자 좀 오래 읽었으면 좋겠는데, 금방 다 읽고는 '와~ 엄마가 읽을 차례다~' 하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싫다고 할 수도 없다.

 

그러다 책을 읽어주는 cd를 알게 됐다.

불끄고 자면서 해준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를 너무 좋아해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왔더니 또 너무 좋아길래,

웅진 사무실에 가서 세계명작 책을 보여달라고 했더니 이 전집에는 놀랍게도 읽어주는 cd가 있었다.  

그런데 추천해주는 선생님 왈, 우리나라 정서를 먼저 알아야된다며 전래동화를 먼저 보는 게 좋다고 한다. 

전래동화와 세계명작책을 정품으로 같이 사려니 가격이 어마어마해서, 각각 반으로 나누어 놓은 세트를 또 사려니 60만원이다.. 이걸 투자해야 되나 말아야하나ㅠ

 

아.. 읽어주는 cd만 있다면...

<장점1> 내가 읽어주지 않아도 되고 그 시간에 나는 쉴 수 있음.

<장점2> 일정한 속도로 읽으니 수민이가 집중해서 읽어야 하고,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될듯

<장점3> 세 아이들이 물려받으며 쓸 수 있음

생각할 수록 좋은 점만 가득했다.. 가격에 대한 부담감만 빼고.. 

 

그래서 한번 중고로 책을 알아봤다. 일주일 간의 검색과 고민 끝에 중고나라에서 웅진 '호롱불옛이야기' A세트를 13만원에 구입 (정가는 35만원).. 중고이고 개인거래라 어느정도 신뢰가 필요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아주 만족한다. 책도 새 책이고 CD도 잘 나온다.  세계명작은 당분간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어주기로 했다.

 

 

내가 이렇게 고민했던 걸 아는지 모르는지.. 아주 감사하게도 수민이가 너무 좋아한다.ㅋㅋ 책을 받은 지 일주일 정도 지났는데, 자기전에도 듣고, 일어나자마자 책상에 앉아서 또 듣는다.

처음에는 자기가 책을 읽는 속도랑 CD속도랑 안 맞아서 계속 "엄마 여기야? 여기야?" 하더니 이제 많이 들은 이야기는 혼자 책장을 넘기며 본다.

그리고 무엇보다 큰 변화는 하루 30분씩은 보던 TV를 끊었다는 것!!! (10일 경과!)

 

둘째, 셋째도 아들인 걸 미리 알았더라면.. 수민이 옷 살 때 옷을 크게 안 사고 딱 맞는 좋은 옷을 사 입혔을텐데 하는 후회가 조금 있었는데, 대신 책을 사줘야겠다. 좋은 책을 사 놓으면 어차피 세 아이들 다 읽을테니까...

살 때마다 나는 폭풍검색질을 하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잘 읽어주기만 한다면 돈도 시간도 아깝지 않다.

 

중학생만 되면 애들 둘만해도 교육비가 한 달 200만원씩이라던데..

정말 이렇게 책을 열심히 읽으면 사교육이 정말 필요 없을까? 정말 나는 사교육을 안하고 아이들을 키울 수 있을까?

우리 아이들로 실험해봐야겠다. ㅋㅋ

아예 사교육을 안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지금처럼만 해준다면.. 어쩐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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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