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육아2014. 1. 28. 17:41

수민이가 벽에 낙서를 했다...

 

약간 정리벽이 있는 나는 낙서에 대해 굉장히 민감하다. 그래서 아이들한테 아기때부터 지금까지 벽에 낙서는 안된다며 계속 가르쳤고, 내가 싫어하는 걸 아는지  수민이 수현이가 지금껏 이렇게 낙서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있어도 볼펜으로 살짝 그은 정도... 나는 그것도 뭐라고 했었는데...

이 낙서를 본 순간 나는 머리를 쥐어뜯었고, 수민이는 꿀밤을 두 대 맞으며 혼이 났고, 그래도 화가 가라앉지 않은 나는 낙서를 차마 쳐다볼 수 없어 등을 돌린채 소파에 앉아서 울었다. (진짜 짜증폭발해서 눈물을 흘림ㅋㅋ) 사태를 파악한 아빠는 수민이한테 엄마 근처로 오지말라며 경고했다...

남편은 나더러 저기에 그림을 그려보라고 했지만, 난 속으로 내가 신사임당이냐며 어이없어했다.

 

수민이가 이렇게 과감하게 벽에 낙서를 하게 된 건 며칠전 봤던 이 문제의 동화책 때문이다. (그렇다고 확신함)

 

아이가 벽에 잔뜩 낙서한 걸 본 엄마는 한숨을 쉬고는 새로 벽지를 바른다. 

그런데 아이가 (상상속의 친구들과 놀며) 또 낙서를 하자 엄마의 반응은...

"엄마가 그걸 몰랐구나!"하며 아이를 꼭 안아주고 끝난다.

 

이런 비현실적인 동화책이 있나.. 수민이한테 읽어주면서 속으로 '이러면 안되는데..' 하다가 결국 그래로 끝이나자 어이가 없었다. 곧바로 수민이는 엄마 낙서해도 되냐고 물었고, 나는 안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런데 그 뒤로 자꾸 '엄마 낙서해도 되?' 하더니 이 일을 저지른거다. 

저녁을 먹고 치우는데 갑자기 수민이가 깔깔 거리며 방으로 들어가 숨길래 나는 쟤가 왜 그거나 싶었는데.. 자기는 나름 장난을 친거였다. 아마도 저 동화책의 엄마의 반응을 기대하면서?ㅋ

 

정말 아들 셋을 키우며 깨끗한 집을 유지하는 건 불가능한 걸까..?

우울해하고 있던 와중에 우연히 이 기사를 발견했다.

벽에 그림을 그리는 아이 옆에서 엄마는 물을 갈아주는 시중을 드는 엄마.. 내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던 동화책에서보다 세상에는 더 관대한 엄마가 있었다... 이럴 수가. 이런 일이 가능하다니..!?

 

 (벽에 아이들 벽화를 그리고는 과감하게 페인트칠해서 지우고 또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엄마)

 

낙서하는 아이를 보고 예술혼을 불사른다고 생각하는 것, 그리고 너무나 멋지게 변신시킨 벽화 두가지 모두 나에겐 엄청난 문화적 충격.

또 어떻게 이렇게 시기적절하게 이 기사가 나왔으며 내가 이걸 읽었다는 것도 신기했다. 누군가 나에게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것처럼.. (정말 하나님이 이런 방법으로 나에게 말씀하시는 걸까?)

 

충격 뒤에는 나도 한번해봐? 하는 마음도 생겼다.

나는 왜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아니.. 생각은 했어도 당연히 엉망일꺼라고 생각했었지 이렇게 멋진 벽화가 가능할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 생각해보면 초등학교때 친구들이 자꾸 망쳤다고 새 종이에 그림을 그릴 때, 나는 스케치북 한 장 위에 덧그리고 또 덧칠해서 결국 완성을 했었다. 그렇게 이 벽을 스케치북처럼 활용을 해 볼까? 안그래도 온 집이 새하얘서 조금 포인트도 필요했는데.. (나의 생각을 바꿔준 민소맘께 감사합니다)

 

나도 똑같이 이카루스를 그리고 싶었지만 수민이가 이미 그려놓은 그림을 덮어야 하니.. 딱 맞는 모양이 필요하다.

뭘 그릴까? 요즘은 낙서한 그림을 보면서 계속 생각한다. 구정 지나고 한번 시작해봐야겠다.

(망치면 벽지에 바르는 페인트로 덮는 걸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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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