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육아2014. 3. 9. 21:45

지난 2월.. 수민이 어린이집 같은반 친구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친구엄마: "내일 골든벨에서 하는 책이 뭐에요?"

나: "... 그런게 있었어요?"

 

다음날 어린이집에서 골든벨을 하는 줄은 알았는데 지정된 책이 있는 줄은 몰랐다. 가정통신문도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버렸다... ㅋ 부랴부랴 다른 엄마한테 물어봤더니 가정통신문을 찍어서 카톡으로 보내주셨다.

 

구름빵, 무지개 물고기, 돼지책...이거 수민이 하나도 모르는 책인데... 어쩌지?

어린이집 하원 시간은 한 시간 반 정도 남았고 책 사러 가려면 지금 당장 출발해야 된다. 급한 마음에 서둘러 버스를 타고 제일 가까운 중고서점으로 갔다. 알라딘.. 정말 너무 좋다. ㅋ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핸드폰으로 책 위치까지 검색해 놓고 들어가자마자 책을 바로 찾았다. 상태 좋은 책으로 뽑아들고는 간 김에 수민이가 좋아할만한 책 두 권까지 모두 다섯권.. 계산하니 17000원!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와서 수민이한테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밤마다 잘 시간에 책을 스무권씩 들고 와서 읽어달라고 하면 열권만 가지고 오라고 하고, 또 정작 읽어주는 건 다섯 권.. 점점 글밥도 많아지니 이제 시간도 너무 많이 걸린다.. ㅠ 그런데 이렇게 엄마가 나서서 책을 읽어준다니 수민이는 신이 났다. 책 읽고 나서는 내일 골든벨 대비 질문까지...

"무지개 물고기한테 반짝이 비늘을 달라고 한 물고기는 누구일까요?" "파란꼬마물고기!"

"구름빵이 완성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몇 분일까요?" "45분!"

 

애들 동화책에서 뭘 물어보려나? 나는 점점 주입식으로 수민이한테 가르치기 시작했다. ㅋ

구름빵을 만드는데 뭐가 필요해? 따뜻한 우유, 물, 이스트, 설탕, 소금! 이 질문은 조금 어려워했지만,

수민이가 진짜 특이한게 책 읽어주고 질문하고 하는 걸 너무 좋아한다. "또 해줘! 또 해줘!" 결국 내가 먼저 지쳤다.. 우리 이제 고만하자..

 

다음 날, 항상 늦게 등원하는 수민이한테 내일 일찍 안 일어나면 골든벨 못 한다고 했더니... 아침 7시 반에 갑자기 어린이집에 가야한다고 벌떡 일어났다. 무거우니까 안 가져가도 된다고 해도 가방에 골든벨 책 세 권을 다 집어 놓고 기어코 메고 간다... 어린이집 선생님은 덕분에 책 안 읽고 온 친구들 아침에 읽어줄 수 있었다고 하심..

 

골든벨.. (수민이는 파란옷)

담임 선생님이 사진원본을 잃어버렸다고 하셔서 굳이 가정통신문을 파일로 받았다. 블로그에 올릴려고.. ㅋㅋ

 

결과는 수민이가 1등! ㅋ

 

생각보다 너무 쉽게 1등을 해서 선생님이 가르쳐 준거 아니냐고 물어봤더니, 수민이가 제일 잘했다고 하셨다. 처음에 OX 퀴즈를 했는데 수민이 빼고 다른 친구들은 질문을 이해를 못해서 주관식으로 바꾸셨다고.. 그 말을 듣고보니 또 친구들 수준이 너무 낮은 거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하고..ㅋ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 갈대같은 엄마 마음이여..

 

아직 어린 아이들이까 엄마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밖에 없는데, 구립어린이집이다 보니 맞벌이부부도 많고 할머니가 돌봐주시는 아이들도 있고.. 그 사이에서 1등한 거에 대해서는 크게 기뻐할 일은 아니지만, 어쨌든 어제 조금 무리해서 책을 사와서 읽어주길 잘 한 것 같다. 안 그랬으면 질문을 들었어도 멍하니 있었겠지... 이렇게 엄마가 조금 노력해서 아이한테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다면 뭔들 못할까.

그 생각에 이르니 요즘 엄마들이 아이들 학원에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고.. 매니저 역할을 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그렇게 해서 아이들이 더 잘 해주기만 한다면 정말 하나도 아깝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문제는 엄마와 아이의 마음이 같지 않다는 거겠지.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하자. 못 해주는 걸로 스트레스 받지 말자. 비교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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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