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육아2014. 4. 24. 16:44

유아 때는 꿈을 생생하게 꾸는 것 같다.

수민이 세살쯤 티라노사우르스가 트리케라톱스를 공격하는 장면을 3D로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게 너무 리얼했는지 충격을 받고는 어떤 날은 아무리 달래고 타이르고 괜찮다고 해도 "티라노사우르스 무서워~!!" 소리를 지르면서 자기 전 한 시간 정도 운 적도 있다.

그래서 '티라노 사우르스 안 무섭게 해주세요.. 수민이 지켜주세요.. 다윗처럼 티라노 사우르스 만나도 돌 던져서 이기게 해주세요. 무섭지 않게 용기를 주세요' 매일 기도를 했었다. 그런데 요즘은 그 대상이 괴물로 바뀌었다.

 

수민이가 괴물 꿈을 꾸고 자세하게 설명한 적이 세 번정도 있었다.

한 번은 괴물이 자기를 쫒아와 엉덩이를 물었다며 공포에 질려 '악' 소리를 지르며 깬 적도 있고, 나머지 두 번은 괴물이 어떻게 생겼었는지 자세히 설명해준다. 한 번은 귀가 크고 뾰족하고 눈이 노랬는데 수영을 하고 있었다고.. 근데 무서워서 도망쳤다고... 또 한 번은 목에 날개가 달려있었는데... 어쩌고 저쩌고... 그 상상력과 꿈의 디테일함에 너무 재밌었는데 다 잊어버렸다. ㅋ

 

괴물 꿈을 꿨을 때는 새벽에 일어나 잠을 자면 꿈 속에 또 괴물이 나올꺼라며... 불도 켜고 자려고 하고, 다시 잠들기를 거부하기도 하고, 침대에서 잘 때 그 꿈을 꿨다며 그 이후로는 바닥에서만 자려고 했다.

 

악몽은 낮 동안 경험한 일이 원인일 때가 많다고 한다.

'...불만 끄면 소스라치게 놀라거나 대낮에도 낮잠을 거부하는 아이들이 종종있다. 이런 경우 괴물이나 무서운 장면이 나오는 만화, TV프로그램의 영향이 크다... 화가 날 때, 심하게 혼났을 때, 무섭다고 느꼈을 때 등의 감정 때문에 악몽을 꾸기 시작한다. 이럴 땐 아이의 행동에 대한 부모의 반응이 매우 중요하다.... ' - <맘&앙팡> 기사 중에서..

 

수민이는 TV도 거의 안 보는데.. 심하게 혼난적이 있었나? 곰곰 생각해보며 밤마다 괴물이 무섭다며 우는 아들을 달래줄 방법을 찾던 중.. (기도도, '괴물은 없어'도, '엄마 아빠가 지켜줄께'도 효과가 없다)

한달 전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알라딘 중고서점으로 출동했다. 괴물을 물리치는 책을 찾으러...

 

 '...맥스는 호통을 쳤지. "조용히 해!" 맥스는 눈 하나 깜짝 않고 괴물들의 노란 눈을 노려보았어...

...괴물들은 깜짝 놀라, 맥스보고 '괴물 중의 괴물'이라고 했지... -<괴물들이 사는 나라> 중에서-

 

수민이가 이 부분을 보면서 너무나 통쾌해 한다. 그 뒤로 수민이는 수현이가 괴물을 만나면 자기가 지켜줄꺼라며.. 괴물을 만나면 자기는 물리치는 방법이 있다며 의젓하게 이야기 한다. "조용히 해!!! 시끄러워!!!' 큰소리로 소리치면 된다며..ㅋㅋㅋ

 

아무래도 수민이의 공포심은 책을 읽으면서 생긴 것 같다. 그래서 이에는 이인가.. 그래서 책으로 해결이 되는 듯..

 

수민이는 괴물 뿐 아니라 육식공룡, 육식동물, 용, 도깨비, 헐크같은 힘이 세고 공격적인 걸 좋아한다. 이건 남자아이 성향상 더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이런 괴물류가 등장하는 책을 선호하고, 학습지나 스티커북을 같이 할 때도 악어, 호랑이, 사자같은 걸 먼저 찾아내서 그 부분을 먼저 하고 싶어하는데, 문제를 풀 때는 심지어 정답이 아닌 경우에도 이런 동물들은 꼭 동그라미를 쳐야 직성이 풀린다.

그런데 이렇게 좋아하던 괴물을 언젠가부터 기겁을 하며 무서워 하기 시작했다.

 

한때 수민이는 <빨간모자> <늑대와 일곱마리 아기양> <아기돼지 삼형제>.. 이런 책들을 좋아했다. 그런데 여러번 읽다보니 궁금증이 생겼나보다. 왜 빨간모자나 일곱마리 아기양처럼 아기돼지들은 늑대 배를 싹둑싹둑 잘라서 꺼낼 수 없냐며... 나는 "빨간모자랑 일곱마리 아기양은 꿀꺽 삼켰고, 아기 돼지들은 이빨로 씹어먹어서 소화가 다 되서 그래..." 라고 설명해줬는데, 언젠가부터 거기에 대해 공포심이 생긴 것 같다. 그 뒤로 괴물, 도깨비나 늑대한테 잡아먹히는 오디오 CD를 틀어주면 달려와 벌벌떠며 빨리 끄라고 운다.

 

그래서 이제는 책을 사줄 때도 내용을 검색해보고 사게된다.

 

그래서 아기돼지 삼형제도 종류별로.. 

(형 돼지들이 안 잡아먹히고 막내돼지한테 도망가는 걸로) 

 

수민이가 책을 좋아하다보니 책 사주는 건 아깝지가 않다. 그래서 지난 12월부터 전집을 매달 한 질씩 사들였던 것 같다. 예전에는 전집 사느니 서점에서 좋은 책 한 두권씩 사주는 게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여러모로 전집이 나은 것 같다. 권당 가격이 싸기도 하고 더 체계적이다. 문제는 비싼 전집 가격.. 이건 중고책으로 해결했다. 주로 <개똥이네>사이트에서 책을 사는데, 잘 고르면 펼치면 '쩍쩍' 소리나는 새 책을 가격보다 1/3 정도면 살 수 있다. ^^

또 새로운 책으로 자극을 주면 더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전집을 사면 모든 책을 다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이건 커가면서 수준과 관심이 바뀌면 언젠가는 읽을 것 같다. 

 

어쨌든.. 책을 잘 활용하는게 관건이지만 책 덕분에 아이들과 할 이야기는 훨씬 많아진다.  

태교로 책을 많이 읽어주는 게 확실히 좋은 영향이 있다면 셋째는 영재가 태어날 듯..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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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