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는 친정, 둘째는 산후도우미.. 이번에 처음으로 조리원에 왔다.
두 아이들 데리고 제대로 산후조리를 못 할 것 같아서 아예 격리된 곳으로 간 건데,
병원에서 퇴원한 날 처음 조리원에 와본 남편은 여긴 천국이라고 했다. ㅋㅋ
방 안에 있을 거 다 있고, 24시간 애기 봐줄 사람도 있고, 마사지도 해주고, 밥도 제때 잘 나오고, 간식 나오고..
그런데 남편이 두번째 왔을 때는 여기 못있겠다며 도망치듯 가버렸다... 그 뒤로 애들 보느라 올 시간도 없었지만..
잠깐 있던 남편이 느낀 것처럼 일주일 간 폐쇄된 공간 안에 있다보니 엄청 답답하다.
처음에 너무 맛있어서 아들들 생각나던 음식도 점점 질린다. 내 몸에 좋은 음식이라기보다는 모유가 잘 나오게 하는데 모든 목적이 있는 느낌.. 정확한 시간에 밥먹고, 간식먹고.. 하루종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식사, 수유, 간식, 유축, 수유.. 어떤 엄마는 자기 몸을 조리하러 온 게 아니라 젖소 사육학교에 온 것 같다고 했다. ㅋㅋ
또 내가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는 게 아니라 조리원 스케줄이 있어서 거기에 맞춰서 생활해야 했다.
8시반 식사, 9시 소독 (아기 데려가야함), 10시반 간식, 12시반 식사, 2시반 간식, 6시반 저녁, 7시 소독(아기 데려가야함), 8시반 간식.... 청소, 의사/ 한의사 방문, 요가, 모빌 만들기, 아기 사진찍기 등 계속 문을 두드리고 마사지, 수유 때문에 콜하는 전화벨 소리가 시도때도 없이 울린다. 곤하게 잠들었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난다.
밥 먹을 때는 식당으로 가서 서너명이 같은 식탁에 앉아서 식사를 하는데, 모두 모르는 사람들이라 처음에는 어색하기도 했다. 이 상황에서 남편이 방에 두고 간 책! <잡담이 능력이다> 모르는 사람 사이에서 대화를 여는 기술에 대해서... 딱 이 상황에 맞는 책이 아닌가... ㅋㅋ 매번 먹을 때마다 말 트기도 스트레스..
나는 나를 소개할 때 셋째라고 하면 다들 깜짝 놀란다. 아들 셋이라고 하면 더 깜짝 놀라고... ㅋㅋ
사람들 반응이 다 비슷하다. 어떻게 키우냐며 나를 안쓰럽게 쳐다본다.
첫 아이를 낳은 엄마들은 지금도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을 하니 그럴만도 하다.
겪어보지 않았을 때 걱정이 더 큰 것 같다. 처음 시작하는 게 제일 힘들다.
일주일 지나가니 이 생활도 점점 익숙해졌는데 그래도 집은 가고 싶었다.
집에서 애들과 전쟁을 치르는 것보다는 여기가 천국이겠지만.. 수민이, 수현이가 너무 보고 싶었다.
아이들은 로비에서 잠깐씩 면회가능한데, 올 때마다 엄마랑 있겠다고 울어서 자주 못 만났다. 시댁과 친정에 왔다갔다 하던 아이들은 엄마의 부재를 느끼는지 점점 떼쓰는 강도가 심해졌다.
수민이는 볼 때마다 엄마랑 아빠랑 초코랑 수현이랑 다섯명 빨리 집에 가고 싶다며...
지난 화요일, 드디어 초코랑 집에 간다고 했더니 수민이는 아기 떨어뜨리면 안된다며 신신 당부를 했다.
"엄마가 조심할께. 안 떨어뜨릴께."
"조심했는데 그래도 떨어뜨리면 어떻게 해?"
"절대로 안 떨어뜨릴께!"
아직도 세 아들 엄마가 됐다는게 실감이 안 난다.
우리 다섯식구.. 집에 가서도 잘 지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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