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육아2014. 5. 19. 15:23

초코가 태어난 후로 아이들과 떨어져 있던 10일..

내가 조리원에서 돌아오기까지 수민 수현이는 평일에는 친정집에, 주말에는 시댁으로 갔다. 양쪽 집에서 지극정성으로 보살펴주시고, 연휴 주말내내 놀러다니니.. 전화할 때마다 애들이 엄마 안 찾냐고 물어보면 남편은 "안타깝지만..." 이러고 말을 흐렸다. 난 마음이 놓이면서도 약간 서운했다.. ㅋㅋ



그런데 엄마 없이 며칠을 지내더니 아이들에게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수민이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어린이집에 데리러 오는게 싫다며 엄마가 데리러 오라고 수십번을 말하더니, 나중에는 어린이집에 엄마랑 같이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덕분에 나는 2주도 안되서 외출을 시작했다. 그래서 애들이 둘 이상이면 산후조리가 힘든가보다. 그나마 어린이집이 가까워서 다행이다. 

어린이집 끝나고도 수민이는 엄마집으로 가겠다고 고집을 부려서 수민이는 집으로 오고, 수현이만 친정집으로 보냈다.


나는 한 명이라도 없는게 훨씬 수월했다. 그리고 수현이도 집에서 형이랑 싸우고 동생에게 치이느니 혼자 할머니댁에서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는게 나을 것 같았다. 친정이나 시댁에서도 수민이보다 수현이 보는게 훨씬 수월하다고 하셔서 별 걱정을 안했고, 또 수현이는 성격이 좋아서 동생이 생겨도 잘 넘어가나 싶었다. 

그런데 이건 다 내 생각이었나보다. 


언젠가부터 수현이 어린이집 선생님은 수현이가 "엄마 없어. 아빠 없어. 형아 없어." 자꾸 이렇게 말한다고 했다. 그리고 나한테 와서도 "엄마 미워!" 하고 소리지르고 때리고.. 울음이 짧던 수현이가 별 것 아닌 일로 한 시간씩 울며 떼를 썼다.

똥 싼 기저귀 안 간다고 울고, 기다려 주다가 겨우 갈면 갈았다고 울고, 목욕 안하겠다고 울고, 엄마랑 밖에 나가자고 울고... 아무리 달래도 안되다보니 TV를 틀어주거나 단 것으로 유혹해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애썼다. 

그런데 그것도 소용이 없을 때가 많았다.


그러다 하루는 집에서 데리고 같이 잤는데, 새벽에 수현이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

무서운 꿈을 꿨겠거니.. 엄마 옆으로 와서 자라고 했더니, 대답도 안하고 계속 흐느낀다. 

"무서운 꿈 꿨어? 엄마아빠 없는줄 알었어? 왜 그래~" 아무리 달래도 말도 없이 계속 울고, 안아주려고 하면 나를 때리면서 거부했다. 그러다 아기가 깨서 젖을 물렸더니 그때부터 악을 쓰고 울기시작... 아빠도 일어나 달래줬는데 한 시간 반은 그렇게 운 것 같다.


애들 아빠는 수현이가 사랑이 필요한 것 같다며... 걱정이 됐는지 바로 다음날부터 탄력근무를 신청해서 1시간씩 늦게 출근했다. 힘들어도 애들을 데리고 같이 자고 아침에는 자기가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는게 낫겠다며..


주말에는 인천에서 어머니가 아이들을 데려간다고 오셨는데, 잘 지내고 오라고 인사하러 내려간 나를 보고 수현이가 갑자기 엄마한테 가겠다고 울기 시작했다. 결국 어머니는 수민이만 데리고 가시고, 주말동안 아빠는 수현이를 달래준다고 동물원에 갔다왔다. 


그렇게 한 명이 좀 안정되나 싶었더니 이번에는 또 수민이가 문제..ㅋ

사촌들이랑 너무 재밌게 놀아서 내 전화도 안 받더니, 일요일 밤에 갑자기 엄마한테 간다며 운다고 전화가 왔다. 결국 아빠가 인천으로 데리러 갔다가 밤 12시가 넘어서 집에 도착했다. 

그런데 잘 자고는 아침에 어린이집에 가는데 수민이가 "엄마 안녕~ 이따가 꼭 엄마가 데리러 와야되. 일찍 와야되." 

이 말을 하려고 내려갔다가 다시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오기를 네 차례나 반복했다. 네번째 인사를 하고 문을 닫았는데, 밖에서 수민이 울음이 터졌다. 엄마랑 같이가고 싶다고 엉엉 운다. 결국 아빠는 수현이만 데리고 가고, 나는 수민이를 데리고 집에 들어옴... 


이 때는 산후도우미 이모님이 오실 때라.. 오시길 기다렸다가 아기를 맡기고, 수민이랑 둘이 나왔다. 수민이는 엄마랑 걸어가면서 내 그림자 밟기를 하는데 그게 그렇게 신나는지... 

당연하던 일상이 당연하지 않게 되니 이렇게 소중해졌다.


                                                       번개 파워!!!


이 좋은 날씨에 아이들이랑 외출도 못하고 집에만 있어야 되는게 안타깝다.

모두에게 힘든 시간도 금새 지나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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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