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빈이 태어나기 한 달 반 전쯤 동영상과 이북 제작하는 일이 들어왔다.
영상편집을 프리랜서로 일을 하다보니 일이 들어올 때마다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있는데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특히 이번에는 출산예정일이 한 달 밖에 안 남은 상황이라 거절을 할까 고민을 하다가 우선 견적서만 보냈었다.
한 달동안 연락이 없길래 처음엔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했다. 만삭에 두 아이들 데리고 일하기는 힘들겠지..
그런데 점점 아쉬운 마음이 커졌다. '괜히 아기 낳는다고 이야기 했나?' 조리원이랑 산후도우미에.. 돈 들일은 많은데, 일을 한 번 하면 돈도 벌 수 있고... 나는 일하는게 너무 재밌고... 또 한번 일을 쉬면 계속 못할 것 같은 불안감도 있었다.
연락은 한달이 지나서야 왔다. 담당자가 너무 바빴다고...
이 때는 예정일이 보름밖에 안 남았기 때문에 확실하게 거절하는 게 맞았을 수도 있지만, 연락이 없던 한 달 동안 이미 아쉬운 마음이 커져 있었기 때문에 바로 하기로 했다....ㅋ 회사에도 내 상황을 설명하고, 같이 일하는 친구에게도 더 도움을 받기로 했다.
언제 진통이 시작될 지 모른다는 조바심에 일을 받자마자 바로 시작했다. 주말 내내 사업내용 파악하고 시나리오를 쓰고, 조리원에서도 틈틈히 일하려고 벼르고 있었던 노트북도 샀다.ㅋ
수빈이 낳기 3일 전에도 미팅을 하고 (4/25), 출산예정일보다 일주일 정도 빠르게 유도분만(4/28)한 것도 담당자 출장에 맞췄다. 차장님 일주일 출장다녀오시는 동안 어차피 작업 진행이 안되니 그 사이에 애를 낳고 조리를 하겠다며... ㅎ
다행히 조리원에서 나올 때까지 크게 할 일은 없었다.
집에 돌아와 산후도우미 이모님의 도움을 받으며 일을 하다가 또 회의하러 광화문도 다녀왔다.(5/13) 출산 2주만의 외출이라 회음부방석을 가지고 갈까 고민하다가 민망해서 안 가지고 갔다. ㅋㅋ 너무 무리하는게 아닐까 조금 걱정했는데 그래도 택시타고 왕복해서 괜찮았다. 오랜만에 바깥바람도 쐬고 광화문에 사람들 바쁘게 오가는 모습을 보니 기분전환도 됐다. 기분좋은 외출이었으나 2시간 앉아서 회의한게 조금 무리였는지 다음날은 완전 뻗었음...
5월까지 모든 작업을 1차적으로 제출해야 해서 아주 빠듯하게 진행했고 이제 끝이 보인다.
출산 직후.. 조리만해도 모자랄 마당에 일한다고 난리었지만, 그래도 하길 잘했다. 정신 없던 덕분에 산후우울증이 올 여유도 없었달까.ㅋ 어쨌든 무난하게 마무리 했다.
모든 걸 할 수 있었던 건 시간 조절과 배분... 과 잠을 조금 덜 자는 것...
몸은 조금 고달퍼도 일을 끝내면 mission complete!! ^^ 한 느낌이 있어서 보람이 있다.
전에 어린이집에 애들 데리러 갔는데, 어떤 엄마가 나보고 애 낳는 체질아니냐고 한 적이 있었다. 그 땐 왠지 기분이 나빴다. 내가 애 낳는 기계인가... 나도 똑같이 애기 키우기 힘든데... 본인은 힘들고 나는 체질상 거저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그런데 얼마 전에 ebs에서 육아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 애 낳는 체질일 수도 있겠다.
그 방법이란 긍정적인 마음과 자기가 좋아하는 스스로 찾아서 하는 것.
나 고등학교 때부터 별명이 초 긍정이었는데...ㅋㅋ
예를 들어 빨래가 쌓여있으면 그걸 보고 스트레스를 받는지.. 아니면 하고 나면 기분 좋아질 거를 생각해서 빨래를 하고 즐거움을 느끼는 반응의 차이라고 한다. 나도 깨끗한 집을 보면서 기뻐하는 스타일이라.. 비슷한 점이 있다.
일하면서 뿌듯함도 느끼고.. 미싱질하면서 취미생활도 하고.. 이건 최적의 조건을 다 갖춘 게 아닌가. ㅋ
또 나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 하나는, 가끔 밖에 나가 커피를 사먹는 거.
가정주부로서 비싼 커피 한 잔씩 사먹을 때마다 죄책감을 느꼈는데, 이제 그렇게 안 느낄려고 노력중이다.
내가 스트레스를 안 받아야 아이들도 남편도 행복할꺼라며... 이정도면 너무 지나친 자기 위안인가? ㅋㅋ
'일상 > 육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몸이 둘이였으면... (0) | 2014.07.10 |
---|---|
거친 남자아이들 (6) | 2014.06.30 |
셋째 아들, 수빈이 (0) | 2014.06.18 |
엄마의 부재 (0) | 2014.05.19 |
조리원 생활 (0) | 2014.05.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