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육아2014. 7. 10. 14:09

2주 전 수현, 수민이가 차례로 수족구에 걸렸다. 

이제 2개월된 수빈이한테 옮을까봐 친정과 시댁에 바로 SOS를 쳐서 격리시켰는데, 덕분에 나는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휴가(?)가 생겼다. 첫째 때는 100일까지 울면서 하루하루를 보냈었던 것 같는데, 지금은 순한 아기랑 둘이 있으니 너무 허전했다. 평소 시끌벅적하다가 애들도 없으니 사람사는 집 같지 않더라..


5일간 충분히 쉬다 못해 너무 심심해서 애들이 돌아오기만 기다렸는데...

나에게는 4박 5일로 간다던 남편이 중국출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월요일에는 수현이 눈 옆이 찢어지고, 친정부모님이 시골에 가시는 큰 변수와 함께.. ㅠ 


그래도 수목금 3일간은 혼자서도 아이들이랑 잘 지냈다. 

금요일에는 어린이집 끝나고 아이들과 도서관에 가서 수민이가 고른 책을 읽고 오는 여유까지 부렸다.. ㅋㅋ 



그런데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길 때쯤 위기가 찾아왔다.


토요일 오전 9시에는 수현 실밥 풀러 중앙대병원에 가야하고, 

10시~11시 반에는 어린이집 학부모 참여수업이 있고,

12시에 수민이 놀이학교에 보내야 하는데, 도시락도 싸야한다. 


애 셋을 다 데리고 하루 스케줄을 소화할 생각을 하니 고생길이 훤했다. 다행히 병원은 동생한테 수민이랑 아기를 부탁해서 다녀오고, 어린이집에는 셋 다 데리고 가서 365반 선생님한테 아기를 맡기고 형들이랑 놀았다. 그래도 정신이 없긴 없더라. 몸이 힘들어도 애들만 잘 따라주면 훨씬 수월한데, 이 날 나를 너무 힘들게 했던 건 수현이었다.


어린이집 참여수업


전 날 수현이가 수민이 형이랑 앉아서 발로 밀기 놀이를 하다가 형 발에 오른손을 맞았는데 아프다며 엄청 울었었다. 밤에도 깨서 계속 울고 아빠 찾으면서 울고... 병원가느라 일찍 일어났더니 잠을 못자서 울고, 배도 고프고 잠도 오고 총체적 난관 이었던 것 같다. 

집에와서 밥먹고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더니 자고 일어나서 더 찡찡거린다.


팔이 계속 아프다며 우는데, 몸을 일으킬때 오른팔로 짚으면 아프다고 울고 오른 손 달라고 하면 왼팔로 오른손을 들어서 준다. 몇 번 응급실 경험이 있으니 이번에도 덜컥 겁이 났다. 애가 너무 아프다니까 정말 응급실에 가야되나? 지금 애들 데리고 응급실 갈 상황이 아닌데... 수민이 데리러 갈 시간도 다 되고 어떡해야 하나 고민하면서 우선 집을 나섰다. 

 

수빈이는 안고, 수현이는 유모차에 태우고 병원에 가는 길. 

그런데  수현이는 안전벨트도 안 한다고 발버둥 치고 울고 난리가 났다. 도저히 이대로 병원을 갈 수가 없어서 수민이 데리러 교회로 방향을 바꿨다. 정말 이 순간 두손에 백기를 다 들고 항복하고 싶었다.  

횡단보도에 서서 어쩔 줄 몰라하며 기다리는데 악을 쓰며 우는 수현이를 어떤 아빠가 빤히 쳐다본다. 자기 애랑 번갈아가면서 쳐다보는데 수현이를 바라보는 눈빛이 너무 차가웠다. 애 키우는 부모라면 내 상황을 이해해 줄만도 한데 그 무표정한 얼굴을 보니 너무 화가 났다. 뭘 쳐다보냐고 화내고 싶었다.


꾹꾹 참으며 교회에 가서 엄마들한테 물어봤다. '응급실을 가야될까요?' 했더니 엄살일 수 있다는 엄마들.. 

아닌데.. 진짜 아프다는데.. 이렇게 아프다고 하는 애가 아닌데... 

하긴 팔이 빠진 것도 아니고 골절이 될 정도로 세게 맞은 것도 아니다... 그 때 장난감을 줬더니 수현이가 만지작 거린다.

동생이 생겨서 사랑이 필요해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그런가?

집에오면서 수민이가 수퍼에서 뭘 사달라길래 인심을 썼다. 

그런데 놀랍게도 수현이는 마이구미를 하나에 완전히 풀어졌다. 저녁에는 아프다던 팔로 팔씨름을 하고 난리다. 


하루종일 얼마나 시달렸는지 진이 다 빠진다. 이 날 나는 하루종일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잠도 못자고 완전 탈진 직전.. 

아기를 재우고 아이들 일찍 저녁밥 먹여 재우고 혼자 아이스크림을 하나 먹으면서 스스로를 위로했다. 남편이 돌아오려면 아직도 하루가 더 남았다는 사실에 OTL....

다행히 다음날 교회에서는 집사님들이 아이들을 잠깐씩 봐주시고, 오후에는 엄마아빠가 돌아오셔서 친정집으로 갔다. 

 

5일간 혼자 세 아이를 돌보면서 이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 무서울 정도로 실감이 났고, 평소 내가 얼마나 주위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는지 감사했다. 작은 도움이 얼마나 힘이 됐는지... 

잠시 나 잘하고 있다며 자만감에 빠졌더니 하나님이 그걸 완전히 무너뜨려주신 것 같다. 


그리고 일요일 자정이 넘어 아이들이 모두 잠든 시간, 남편은 아이들의 장난감 선물을 가득 들고 컴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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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