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건물은 각 집마다 돌아가면서 총무를 일 년씩 한다.
총리는 관리비를 관리하고 필요한 곳에 쓰는 일을 한다. 우리집 차례는사실 작년 7월부터였는데, 4월말에 아기를 낳은 나의 사정을 봐주신 502호 아주머니께서 올해 1월까지 맡아주셨다. 본인은 이사도 오기 한 달 전에 앞집에서 떠넘기다시피 맡겼다고 하시며 한탄하셨는데, 그래서 더 감사하다. 내가 아기를 낳든 말든 넘길 수도 있었을 일이다. 그마저 1월이 넘어가도록 말씀이 없으시니 바늘방석에 앉은 듯 내가 불안해서 찾아왔다.ㅋ
그런데 이게 은근히 신경써야될 일이 많다.
일단 건물명으로 된 계좌를 만들었고, 엘레베이터 유지보수 관리하는 엘레베이터업체와 한전에 이체등록을 했다.
총무를 넘겨받을 쯤에는 엘레베이터 고장이 잦아서 관리기사님한테 엘레베이터 부품교체에 관한 설명을 들었는데, 인버터를 교체하게 되면 500만원정도 든다고 한다. 그럼 미리 돈을 모아 두어야 하나? 아니면 고장났을 때 각 집에서 1/n씩 부담해야하나? 관리비 인상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야할 것 같아서 이웃모임을 주최하기로 했다.
자칭(?) 문서 전문가 남편에게 각 집에 보낼 공문을 만들어 달라고 일임했는데 바쁜 남편.. 이거 신경쓸 틈이 없이 산다. 하루 날 잡고 새벽2시까지 만들었다. 그 때 나는 같이 영상편집 일하고 있었고.. 애기는 자꾸 깨서 울고.. ㅠ
어쨌든 힘들게 만든 공문에는,
1. 작년 결산과 올해 예산 정리
2. 엘레베이터 유지보수 관련 관리비 인상 안건
3. 청소 안건
4. 관리비 계좌변경 공지
5. 안건관련 이웃모임 일정
이렇게 정리해서 만들었는데, 너무나 일목요연하게 예술적으로 잘 만들어서 남편에게 폭풍칭찬을 해줬다. ㅋㅋ
다음 날 아침에는 공문 봉투에 손글씨로 이웃회의 시간, 날짜 공지를 일일히 적어 우편함에 넣었다.
안그래도 형들 등원으로 바쁜 아침에 이걸 하고 있으니... 결국 이날도 형들은 어린이집 지각..ㅋ
공문보내기
이웃모임은 2/8 일요일 저녁 8시에 우리집에서, 7집이 모여 (두 집 불참) 한 시간정도 이야기를 했다.
요즘 세상에 반상회를 하다니... 여러 어른들을 집으로 초대하는 거라 마음이 분주하고 어려웠다. 딸기와 음료를 준비하고, 청소를 하고, 혹시 싸움은 안 나겠지...? 약간 걱정도 하며 준비했는데, 무난하고 화기애애하게 불참한 집들이 청소 안한다고 흉을 보며..ㅋㅋ 끝났다. 이렇게 공문을 만들어 돌린 적도 처음이라며 칭찬하시며 3년만 하라며 농담반 진담반 이야기를 듣기도.. ㅋ
엘레베이터 수리는 업체가 제시한 대로 관리비를 4만원 정도 더 내고 보험을 들어서 고장 시 무상으로 부품교체를 하게 될 듯하다. 가장 주된 관심사는 청소였다. 건물청소는 그동안 3일씩 돌아가면서 했는데, 평일에 3일이 걸리면 우리집의 경우 못하게 되고, 사실 그런 식으로 안 하고 넘어가는 집들도 많아서 일주일씩으로 바꾸기로 했다. 일요일날 반드시 대청소를 하고 주중에는 수시로 청소하기로... 봄, 가을 연 2회에는 전문청소업체에 대청소를 의뢰하기로 했다.
이웃모임 결과와 청소담당 일정을 또 정리해서 엘레베이터와 우편함 옆에 공지했다.
이웃모임 후, 청소는 큰 탈 없이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총무라고 해도 일이 매일 있는 것도 아니고 사실 별 일은 아닌데, 감투를 쓰고 있으니 확실히 책임감이 무겁다.ㅠ
우리집 청소 차례에 더 열심히 하게 되고, 다른 집들이 청소를 잘 하고 있는지 확인을 하게 되고, 먼지가 보이면 은근히 신경이 쓰인다.
시키지 않아도 아침일찍 내려가서 반짝반짝 청소해 놓은 남편...
그런데 이 와중에 형들 어린이집 선생님이 위원회(학부모 2명, 조부모1명)가 되어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하셔서 하기로 했는데, 엉겁결에 내가 위원장까지 되었다는 사실....
위원회의가 있던 전 날에는 위염이 심하게 와서 밤새 토하고 죽다가 살아났는데, 약속을 했으니 지키려고 수빈이를 엄마에게 맡기고 갔다. 정말 땀흘리며 앉아있다가 중간에 화장실에 가서 토하고.. 그 와중에 위원장을 시키는데 거절할 정신도 없었다. ㅠㅠ 그냥 연2회 회의만 참여하면 된다고 하는데... 과연...?
스승의 날이 다가온다. 평소 아무것도 안하던 나지만 슬슬 걱정이 된다. 학부모 대표인데 뭘 해야하는 건 아닌가??
고민하다 결국 그냥 평소대로 아무것도 안하기로..ㅋ 어린이집에서 뭔가 하기를 바랬다면 평소 하던 엄마를 시키지 않았을까 하면서...
요즘 하는 건 특별히 없는데, 혼자 요렇게 꾸준히 고민거리를 붙잡고 살고 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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