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남편이 모임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광주에 있는 타운하우스로 이사갔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바로 그 주 토요일에 집 구경을 가겠다고 약속을 잡아왔다.
난 당장 이사 생각이 없어서 시큰둥한데다 일주일을 너무 고단하게 보내서 좀 쉬고 싶은 생각 뿐이었는데, 어쩌다보니 따라가고 있는 나... 어차피 아이들이랑 시간 보내면서 안목을 넓히는 차원으로...
지난 번에 갔던 타운하우스는 한 건물을 두 집이 나눠 쓰는 땅콩집 구조였는데, 여기는 빌라처럼 한 층에 한 두집이 각각 있고, 꼭대기층은 복층으로 되어있었다. 건물마다 모두 분위기와 구조가 달랐는데, 친구의 집은 베란다가 테라스처럼 되어 있고, 시선이 차단되어 있어서 아늑하고 좋았다.
하지만 여긴 막 분양을 마무리하는 상황이라 전세는 없고, 매매만 있는데 가격이 싸진 않았다. 특히 이 곳 주변이 약간 난개발 느낌으로 곳곳이 공사중이고, 진입로가 복잡했다.
여기에 살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이런 곳도 있구나.. 시세 확인 정도하고 돌아왔다.
이왕 집 보러 간 김에 광주 동백마을도 구경을 하고 왔다.
이 곳에 지인이 살고 있는데, 행동파인 그 분이 근처 부동산에 우리 약속을 미리 잡아 놓았다고... 덕분에 남편이 평소에 말했던 '마당있는 시골 분위기의 전세집' 한 곳을 보고 왔다. 부동산 아저씨는 일단 한 곳을 맛보기로 보면 서로 원하는 것을 알아갈 수 있다고...
시내에서 차로 10분 쯤(?) 나가면 있었던 이 곳은 완전 시골이었다... 마당과 집은 넓직한 편이었지만, 마당에 따로 담이 없고 주변에 가정집이 없어서 혼자 있으면 좀 무서울 것 같았다. 집도 환기를 안 해서 그런지 퀘퀘한 냄새와 벽에는 곰팡이가 피어있었고, 전세라 우리가 마음대로 수리할 수도 없고.. 솔직히 이런 곳에서 살고 싶지 않았다. 난 얼른 나오고 싶은 생각 뿐이었는데, 윗층에 살고 계신 주인 할머니가 직접 농사하신 방울토마토와 고추와 호박을 열심히 싸주셨다. 죄송하게도...ㅠ
당장 이사 생각도 없엇지만, 갑자기 우리집의 장접이 마구 떠올랐다.
내가 원하는대로 인테리어한 집이고, 벌레도 없고 깨끗하고, 평지에 엘레베이터도 있고, 아파트에 비해 관리비도 적게 들고, 집이 크지 않아서 청소하고 유지하기가 편하다. (겨울에도 난방비가 10만원이하.. 보일러 많이 튼 달은 12만원)
친정 집 근처고, 다니던 교회와 어린이집이 가깝다.
현재 이렇게 만족하고 있는 집을 놔두고 굳이 이사할 이유를 찾는다면, 아무래도 아이들 때문이다.
남자 아이들 셋이니 집에서 뛰는 것도, 밖에 나가서도 나는 항상 신경이 쓰인다. 특히 차가 많이 다니는 골목길에서는
"차 온다! 뛰지 마!" 아이들이 뛰는 건 당연한 일인데...
8/12 보라매공원
요즘 야구에 빠져있는 큰 아들 (탱탱볼을 야구공 삼아)
이런 사소한 일이 계기가 되서 아이들이 뛰어 놀 수 있는 집에 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요즘은 서울을 벗어나더라도 강남으로 출퇴근하기에 교통도 괜찮고, 남편이 그런 것에 부담을 안 느끼고 있으니...
이사를 가느냐 마느냐 생각하면 장단점이 끝도 없다.
아이들이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긴 하지만 매일 어딜 나가기는 힘들고, 지금처럼 평일에는 태권도에 가고 주말마다 밖으로 나가면 되지 않을까? 어디든 갈 곳은 많고, 다니기 편하고...
실제로 남편과 나는 호주에서 친구들 몇 명이랑 해변 근처에 집을 구해서 3주 간 산 적이 있는데 한 달 동안 실제로 바닷가에 나간 건 2번 정도 였던 것 같다. 물론 그 때는 아이가 없었지만 주위에 늘 원하던 것이 있어도 실제로 이용하는 건 몇 번 안 될 수도 있다는 생각.
조금 더 있다가 아이들 학교다니기 시작하면 모를까, 아직은 이사할 만한 강력한 동기가 없다.
한번 서울을 나가면 다시 서울에 들어오기 힘든데다 지금 집을 다 고쳐놨는데 팔기는 아까워서 전세로 주고 우리가 그 전세로 가서 사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지만, 적은 전세 돈을 가지고 우리가 원하는 깨끗한 집을 찾을 수 있을 지가 문제다.
지금 집을 포기할 정도로 좋은 집이 나올까?
부동산 아저씨는 전원주택에 대한 환상을 깨야 한다며 많이 보고 다니면서 현실과 조율을 해야한다고 하셨다. 마당있는 집을 찾는 사람들은 결국은 아파트 1층으로 이사간다며 환상을 깨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이번 기회로 우리가 관심을 갖게 된 곳은 향린동산이다.
부동산 아저씨는 우리가 원하는 집에 대해 이야기 했더니, 향린동산이 딱이라고 하셨는데, 나도 얼마 전에 본 매거진에서 향린동산에 관한 정보를 접한 적이 있어서 향린동산 이라면 이사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원속의 내집 - '일본 건축가와 집짓기'에서 글 중에서...
글을 쓰신 건축주 분은 자신의 가족이 원하는 이런 까다로운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는 곳이 향린동산이라고 소개하셨는데, 저 조건을 다 갖추었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매력적인 곳임에는 틀림없다.
이 곳이 우리가족에게 딱 맞는 곳인지는 천천히 알아봐야겠다. 뭐, 우리가 살겠다고 결정해도 전세가 워낙 귀해서 찾기도 어려운 일이지만 어쨌든 아주아주 운 좋게 우리에게 딱 맞는 집이 나타날 수도 있으니 남편과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기로 했다.
일단은 전원주택에 대한 막연한 환상보다는 우리가 원하는 집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도록 생각을 정리하는 게 시작이다.
우리가 원하는 집의 조건 1.
꼭 마당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집 밖으로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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