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여행, 나들이2015. 3. 30. 22:16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있었던 원성원작가님과의 '작가와의 대화'

아주 우연하면서도 뭔가에 이끌리듯이 이루어진 이 만남 덕분에 나는 메마른 땅에 갑자기 비가 시원하게 온 느낌을 받았다. 


우연하다는 건 소현언니 블로그를 보고 국립현대미술관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무료로 진행되는 교육프로그램들을 발견. 그 중에 <사진의 기술>이라는 '작가와의 대화' 프로그램을 보고 남편이 준비하고 있는 사진전시에 영감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일단 신청했다. 


그런데 아이들 셋을 데리고 집중해서 들을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끼치는 게 아닐까? 괜한 조바심에 취소할까 고민하다가 남편이 한번 가보자고 해서 애들이 난리치면 중간에 나와야겠거니.. 작가에 대해서 아무런 정보도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가기로 했다.


그리고 지난 토요일 오후, 30분이면 도착할 줄 알고 여유있게 12시반에 출발했다. 

그런데 나들이 나온 차들로 한 시간 반이나 걸릴 줄이야... 2시가 다 됐는데 점심도 못 먹어서 애들이랑 뭐라도 먹어야겠기에 미술관 앞에서 핫도그로 요기하고 십분을 지각했다. ㅠ


도착하니 다행히 우리를 기다리지 않고 시작한 상태였다. 공간도 전시장 내 오픈되어 있어서 우리는 지각한 티 안내고 지나가던 사람처럼 자리를 잡고 앉았다. ^^; 

막 큐레이터의 작가소개가 끝나고 작가님에게 마이크가 넘겨져서 나는 작가님이 어떤 분인지 정보 없이 오롯이 작가님이 이야기하는 걸 듣고 나 혼자 작가님에 대해 파악하게 되었는데, 첫 시작 독일 유학이야기부터 푹~ 빠져들었다.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모습과 공감가는 이야기... 또 꿈이나 사람들에 대한 생각들을 작품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도 흥미진진했고, 사진을 찍은 후에 포토샵으로 하는 어마어마한 작업과정도 너무 재미있었다.



용기를 내서 질문도 했다. 

"작품스케치 후에 사진을 찍을 때 원하는 그림이 나오지 않을 경우도 있을 텐데 그럴 땐 어떡하나요?"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 시작부터 스토리를 내가 정해놓고 맞춰나가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사진도 똑같은 답을 기대했지만 달랐다. 그럴 땐 정확하게 원하는 그림이 나올 때까지 볓 번씩 그 장소에 찾아가서 수천 장을 찍는게 기본이라고 하셨다. 아. 사진은 작가 혼자 만드는 작품이라 대상과의 교감은 필요없겠구나.


원서원작가님의 작업 Process- 디지털 콜라주


세상에 대한 시선을 생각으로, 이미지로 형상화하고, 발로 뛰며 수천장을 찍고, 하루 15시간의 포토샵작업... 난 사진에 대해 잘 몰랐지만 정말 이렇게 힘들게 만들어낸 작품이라면 얼마가 되더라도 그만한 가치가 있겠다 싶었다. 

느끼고 생각한 것을 자유롭게 표현해내는 능력과 방법을 찾을 때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을까. 

특히 '아무리 시작이 유치하더라도 반드시 기록하고, 솔직할 것'이라는 작가님의 신조가 마음에 남는다.


남편을 위해 신청한 이 시간이 날 위한 시간이 될 줄이야...


그 두 시간동안 남편은 수빈이를 아기띠로 안고, 수현 수민 형제를 데리고 다녔다. 버텼다고는 말하지 않을련다. 나름 어린이 미술관과 바깥 뜰까지 돌아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길...ㅋㅋ 

어쨌든 이 자리를 마련해준 미술관과 주옥같은 강의를 해주신 원성원작가님과 남편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덕분에 나는 지적탐구의 볼모지와 같은 육아의 세계에서 살면서 느꼈던 갈증을 온 몸으로 쭈욱 빨아드렸다.


끝나고 미술관 구경~

'작품앞드로잉' 이라는 무로프로그램이 있었는데, 6세부터 신청해서 참여할 수 있다. ↑

뒤에 노래하는 사람 따라하는 수현이.. ㅋㅋ


이왕 온김에 어린이동물원도 갔다. (서울대공원 갈 시간은 안되고)


겁없는 두 형제

엄마, 나도 만져보고 싶어요~


너무나 알차게 보내고 온 하루! 쓰면서도 뿌듯하다...ㅎㅎ   

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