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여행, 나들이2015. 1. 13. 02:27

남편 친구 넷이 모여 만든 여행 계.. 

한 사람에 2만원씩, 결혼한 사람은 두 사람 몫으로 4만원을 매월 내는데, 언제부턴가 밀리기 시작했다. 한 달만 미뤄도 8만원을 내야하니 나도 부담스러워져서 언제부턴가 안 내고 있었다. 그게 한 2년가까이 된 것 같다. ㅋ 

오랜만에 남편이 친구와 통화하다가 일주일 뒤로 "느닷없이" 날짜가 잡혔다. 겸사겸사 오랜만에 묶은 통장을 결산 했다. 회계 권한으로 (내마음대로ㅋ) 중간 지점으로 맞춰서 더 낸 사람은 환불해주고 덜 낸 사람든 더 내라고 해서 맞췄다.  그래도 통장에는 2백만원이 넘는 돈이 있었다.


어디를 가야되나..?

연말 안그래도 바쁘던 나를 더더 바쁘게 만들었던 여행계획 짜기. 그래도 애들 엄마가 정해야 애들을 데리고 그나마 편하게 다녀올 수 있다는 마음으로 했다.

울산과 구미에서 올라와야 되는 오빠들 중간지점에 있는 키즈펜션으로 알아봤는데,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홍천 꽁꽁축제와 홍천에 있는 곰펜션. 이거다! 일사천리로 바로 예약했다.


금요일 출발이었는데, 남편은 출근이라 퇴근시간에 맞춰 애들 셋을 데리고 택시 타고 회사로 갔다. 다행히 택시에서 노래부르며 너무 얌전하게 잘 따라와준 아이들.ㅋ  

아빠 퇴근 기다리기..

 

홍천은 생각보다 훨씬 가까웠다. 한시간도 안 걸려 도착했다. 펜션에는 키즈 놀이터도 있고, 방마다 장난감이 많아 애들이 너무 좋아했다. 아직 총각인 오빠들한테는 조금 미안했지만  애들있는 두 집 부모는 다들 만족해했다. 인테리어고 뭐고 장난감 있는게 최고다.. ㅋㅋ


 

다음날에는 얼음낚시를 하러 꽁꽁축제에 갔다.


홍천 꽁꽁축제


낚시공의 외로운 뒷모습..

두 형제의 번데기 흡입...

 

 

'낚시라는 건 말이야...' 수현이한테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가르치고 있는 수민이

한 마리만 잡혀라...

한 마리만 잡혀라...

한 마리만 잡혀라...

결국 잡은 송어!!!

...는 아니고 옆에서 낚시하다 가시던 분이 두 마리를 하사하고 가신 걸로 기념사진 찍었다. 


우리가 송어를 낚으러 온 게 아니라 송어가 우리를 낚은 듯... 사람은 많고, 고기는 안 잡히고.. 추웠다. ㅠ

그런데 옆에서 낚시하시던 젊은 여자분이 낚시한 한 마리를 갑자기 주시길래 "우리 주시는거에요!?!" 놀라서 소리쳤더니 "한마리 더 드릴까요?" 하시더니 주고 가셨다. 애들이 구경하고 있어서 그런걸까. 와... 이런일이... ㅋㅋ

한 마리라도 낚았으면 애들한테 영웅되는 거였는데.. 안타까운 마음..ㅋㅋ 그래도 송어랑 사진찍은 걸로 위안삼았다. ㅋ


얼음낚시가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는데, 애들 데리고 너무 추워서 오래할 수가 없었고, 쉽게 낚을 거라는 기대는 현실과 완전히 달랐다. 돌아와서야 송어 낚시하는 방법을 검색해봤더니 포인트가 있었다.

1. 물고기 잡은 사람들 근처로 가서 자리를 잡을 것 (매일 다니는 길이 달라진다고)

2. 예민한 물고기라 얼음구멍에서 멀찍이 떨어져야 함 (우리 애들은 얼굴을 들이박고 있었다... ㅋ)

3. 미끼를 색을 바꿔가보자 (그 날 마다 송어들이 잘 무는 색이 있다)

4. 그리고 우리가 위메프로 사놨던 낚시 세트 말고 (미끼가 가벼워 낚시줄이 지그재그모양) 몇 천원 더 주더라도 낚시대처럼 생긴 걸 사야됨.. 장난감 낚시세트로 잡은 사람을 못 봤다... 낚시대 파는 사람만 재미보는 듯..


참, 수민이를 잃어버린 일도 있었다. 

축제 첫날이라 그런지 인산인해였는데, 입구에서 닭꼬치를 사가지고 가는 길에 무심코 앞에 걸어가는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수민이랑 똑같은 바지네.. 똑같은 바지 입기 쉽지 않은데.. 그러고 있는데, 잠바도 똑같고 모자도 똑같다. 근데 손잡고 있는 남자어른이 모르는 사람이다. 얼른 달려가서 "얘 잃어버렸어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며 붙잡았다.

수민이가 혼자 서있길래 찾아주러 가는 길이었던 것 같다. 수민이는 울지도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어떻게 된 일인지 이야기 해줬다. 

"갑자기 엄마가 없어서 멈춰서 기다리고 있었어. 멈춘다. 기다린다. 생각한다. 그렇게 했어. 그런데 어떤 아저씨가 나이랑 이름이랑 물어봐서 알려줬고, 엄마 핸드폰번호는 안 물어봐서 안 말해줬어." 

나는 수민이가 아빠랑 있는 줄 알고, 아빠는 나랑 있는 줄 알고 있었던 상황. 잃어버린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쉽게 찾아서 천만다행이다...ㅠㅠ


오랜만에 만나 남자들은 늦게까지 이야기하고, 아이들은 놀다지쳐 잠들었다.


다같이~

뜬금없이 4월에 결혼할 여자친구를 데리고 온 준석오빠... 현호오빠만 남았다.. 어흑 ㅠ


일이 있는 성원오빠네는 먼저 출발하고 우리는 비발디파크로 갔다. 이틀 전부터 눈썰매 노래를 부르던 수민이 때문에.. 어른들도 등떠밀려 같이 탔다. 눈썰매 탄게 언제쩍이냐며... 스키광인 준석오빠는 옷에 단 썰매장 티켓을 너무 부끄러워 했다... ㅋㅋ


수현이는 한 번 타고 울고 내려옴...


점심먹고 헤어져 집으로 오는데, 집까지 한 시간밖에 안 걸렸다.  나는 이 때 약간 침체되어있었는데, 그래도 새로운 곳으로 바람쐬고 오니 확실히 기분전환이 되고, 모아놓은 돈으로 쓰니 왠지 공짜로 여행 다녀온 기분이다. 


게다가 뜬금없이 받은 송어 두마리와, 눈썰매장에서 모르는 사람이 안쓴다며 준 티켓 한 장을 보면서... 참 우리가족이 하나님께 사랑받고 있음을 느낀다..


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