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여행, 나들이2015. 5. 30. 21:53


(5월 초에 갔던 부여여행.. 요즘 눈코뜰새 없어 한 달만에 겨우 올린다. 사진이 많음)


5월 2일 부여에서 결혼식이 있었다. 애들 다 데리고 갈까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하루 일찍 가기로 했는데, 

늦장 부리다 보니 출발 이틀 전... 숙소가 없다! 다음주에 어린이날이 붙어있어서 그런지 알아보는 곳마다 모두 만실에 전화도 안 받는다. 이런... 


검색 끝에 부여 근처 농촌체험마을이 있어 알아봤더니 거기도 예약이 끝났댄다. 그런데 친절한 아저씨가 숙박할 수 있는 곳 전화번호 두개를 알려주셨고, 그 중에 한 곳이 방이 있다고 해서 일단 예약했다. 아무 정보 없이 가기는 조금 불안했지만 우리한텐 선택권이 없었다. 1박 6만원.. 그래도 싸니 믿고 가보자! 하루인데 영 아니면 어떠리...  


그렇게 가게된 신암친환경마을... 실망할까봐 기대를 안했는데, 새로 지은 건물인데다, 우리가 첫 손님이었던 듯! 다 새거였다. 너무 좋았다~ㅋ


신암친환경마을 숙소

망고라는 강아지를 아이들은 이틀동안 졸졸 따라다녔다. 

저녁에 구경갔다왔는데 수현이는 망고 보고싶다고 울고, 저녁에는 망고준다고 뼈다귀도 얻어다줬다. ㅋ

딸기체험도 했다. 

(한살림에 납품하는 곳이었는데, 1인당 5천원 1kg 박스 2개 가져갈 수 있음)

                                              벌 보고 놀란표정... 수현이는 무슨 표정을 지어도 이렇게 귀여운지!


입 짧은 아이들은 열심히 따서 죄다 망고한테 바침..근데 안먹는다ㅋ       바람에 망고 눈 위로 덮여있던 털이 날리자 

                                                                            눈 봤다고 신남.. 눈이 없는줄 알았나보다ㅋㅋ


저녁과 다음날 오전에는 부여 관광~ 부소산성과 능산리 고분

두 곳 모두 언덕이 있었는데 수민이가 신난다고 위에서부터 뛰어내려가길 몇 차례... 

양쪽 사진에 점이 다 수민이ㅋ

여기 민들레 꽃씨의 반은 수민이가 퍼뜨려주고 옴...

       공벌레 건드리면서 놀기 & 장수풍뎅이 집에 넣어줄 솔방울 모으기...

결혼식 가기전에 떡이라도... 앉으나 서나 애들 먹일 걱정.. 아빠는 모르는 엄마의 스트레스...

소나무가 많아서 엄청난 송화가루가 날렸는데 남편은 좋은거라며 맞으라고... 좋은거 맞나염?ㅋ


서울 올라오는 길에는 서천에 계신 할머니댁에 들러서 인사드리고 왔다. 애들 셋 데리고 시골 한 번 맘먹고 찾아뵙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최근에 갔을 때가 수현이가 돌 즈음이었는데... 이제 연세가 90이 넘으신 우리 할머니... 할머니 살아계실 때 또 갈 수 있을까... 

시골 집 앞에서 나뭇가지로 칼싸움...


1박 2일동안 정말 많은 걸 하고 왔다. 

여행 다니면서 다시 한 번 느낀거지만 역시 애들은 이렇게 풀어놔야 된다. 특히 요즘 수민이가 어린이집 끝나면 놀이터에서 1시간이 넘도록 놀고서도 더 놀겠다고 떼쓰고 우는데, 이렇게 차없고 뻥 뚤린 곳에서 안전하고 걱정없이 노니 서로 스트레스가 없다. 


예전부터 남편은 경기도 광주나 양평에 마당있는 집으로 이사 가자고 노래를 부른다.(광주나 양평에 남편이 찍어놓은 혁신초등학교가 있음) 소리내서 기도하기 쑥쓰러워하는 남편은 심지어 내가 듣도록 "주현이의 마음을 돌려주십시오"하면서 기도를 한다. 얼마나 간절하면 저럴까 싶어서 매번 단칼에 거절하던 마음이 아주 쬐끔 움직일까 말까 하던 중...


나의 마음을 조금 움직인 일이 있었으니, 바로 이 아이들 때문이었다.



우리가 묵었던 숙소 옆방에 있었던 이 아이들은 전 날 저녁부터 우리 애들이랑 놀았는데, 다음날 아침부터 수민이가 누나를 찾는다. 베란다 문을 열어놓으면 옆 방 소리가 다 들리는데, "누나! 우리 놀자!" 했더니, 옆방에서 "그래~ 양치만 하고 갈께~" 하고는 나온다.

애들 밥 먹으라고 쫒아다니던 나는 이 누나를 그 때 처음 만났는데, 애들이 아무리 말을 해도 밥을 안 먹는다며 한탄(?)했더니, 이 아이가 "많이 힘드시겠어요.." 하면서 나를 걱정한다. 순간 엄청 어른스럽고 착한 아이라는 걸 느꼈다. 그런데, 애들이 노는 걸 보니 뭐 이런 애들이 있나 싶다. 너무 착하고 의젓하다.

우리가 결혼식가기 전에 어디갈까 하면서 낙화암갈까 그냥 던져본 말을 자기 가족은 지난번 여행에 다녀왔다며.. 이야기해주는데, "낙화암에는 사실 삼천궁녀가 떨어진게 아니고요. 찾아봤더니 그 때 예쁜 여자들 몇 명 뛰어내린 걸 미화해서 그렇게 전해지는 거래요." 한다. 

심지어 저 누나의 남동생은 어디서 대나무 통을 주워오더니 정수기를 만든다며, 맨 위부터 자갈, 돌맹이, 모래, 흙, 숯, 맨 밑에는 물티슈까지 해 놓고 흙탕물을 넣어 실험을 한다. 아무도 시키지도 않고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저러고 논다. 나는 속으로 감동의 물결이... 그래서 자꾸 물어봤다. 

경기도 광주에서 온 아이들은 지난 번에는 부여 역사체험을 하러 다녔는데 이번에는 공주로 간다고... 엄마아빠가 어떤 분일까 너무 궁금했는데, 오전 11시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결국 우리 먼저 출발했다.  

 

이 아이들이 다니던 학교는 남편이 말하던 그 초등학교는 아니었지만, 왠지 이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가 끌린다. 물론 그렇진 않겠지만 왠지 이 학교에 다니는 애들이 다 이럴꺼 같은... ㅋㅋ 

여행을 다녀와서도 이 아이들과의 만남이 계속 마음에 남는다.

  

  

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