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일 년 정도 했던 고민이 있다.
수민이를 남편 직장어린이집에 보내느냐 마느냐...
지금 수민, 수현이는 어린이집을 다닌다. 주위 엄마들은 보통 6살부터 유치원을 보내는데, 어린이집은 보육-유치원은 교육의 느낌이라 아이들이 받는 교육의 질이 다르다고들 한다. 나도 한 때는 남들처럼 수민이도 유치원을 보내야하나 고민했었다.
그런데 유치원을 보내면 정부지원금 외 한달 평균 38만원의 추가비용을 내야하고, 방학도 있고, 종일보육을 하려면 또 추가요금이 생긴다. 아침에 아이 셋을 준비시키려면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 매일 생기는데 유치원은 차량 운행 시간에 딱 맞춰 준비를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있다.
일단 지금 어린이집도 잘 다니고 있기 때문에 유치원을 보내는건 접고 있었는데, 남편이 수민이를 내년부터 회사 옆에 있는 직장어린이집에 보내자고 한다. 직장어린이집은 회사에서 지원이 되기 때문에 따로 돈 들일이 없다. 게다가 선생님 1명당 평균 아이가 3-4명에 원어민 선생님도 하루종일 상주한댄다. 지금보다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거리다. 매일 삼성역까지 등하원을 해야 하는데, 아무리 남편이 맡아서 하겠다고 하지만 회사를 다니면서 불가피한 상황이 생기기 마련이고, 일단 출퇴근을 같이 하려면 어린이집에 12시간은 있어야 하는건데 아무리 어린이집이 좋대도 이건 좀 아닌 것 같았다.
남편이 출근할 때 수민이를 데리고 가고, 하원할 때 3시쯤 내가 차로 데리러 갔다 와서 동생들을 현재 어린이집에서 픽업하는 경우도 생각해봤지만 아무래도 에너지가 너무 많이 쓰인다. 이렇게 고생할 바에야 수현이까지 한꺼번에 보내는 방법도 생각해봤지만 아직 어린 아이들인데 등하원 시간에 너무 많은 시간이 낭비되는 것 같았다.
이럴까 저럴까... 너무 멀다며 접었다가도 또래보다 빠른 수민이한테 더 나은 교육을 시켜주고 싶은 생각에 하루에도 수 십 번 마음이 바뀌었다. 또 남편은 교육은 둘째치고 다양한 경험을 시켜주고 싶다고 나를 설득했다.
그러던 어느날, 어린이집 등원 길에 수민이가 친구들을 만났다. 두 친구를 양손에 붙잡고 기뻐서 어린이집 계단을 올라가는 수민이의 뒷 모습을 보고 마음을 정했다.
과연 내가 좋다고 생각한 것이 과연 아이한테도 좋을까?
내가 아이에게 좋을 거라고 판단한 것이 과연 아이는 행복할까?
지금 이대로 친구들과 생활하는 걸 너무 좋아하는데, 나는 무엇을 위해서 그 먼데까지 어린이집을 보내야 하는거지?
갑자기 왜 고민을 하고 있었나 싶었다.
어린이집이 끝나고 이렇게 매일같이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노는 수민이... 등하원으로 소비될 그 시간에 차라리 이렇게 뛰어노는게 행복하겠다 싶었다.
친구가 카스에 올린 글도 비슷한 경우다. 기차를 타고 싶다는 아이를 위해서 정말 기차를 타고 춘천까지 갔는데, 애들은 기차를 너무 오래타니 지겹고 답답해서 울고, 유적지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애들이 가서 한 일은 고작 땅바닥에 앉아서 한 흙놀이... 힘든 하루를 보내면서 아이에게 물었더니 소풍가면 돗자리피고 김밥먹고 누워서 사진찍고 축구하고 싶었는데 여긴 하나도 재미없었다고 했다. 엄마와 아이가 기대한 그림이 전혀 달랐다고...
어떤 날 나는 또 옷가지고 아이들이랑 싸운다. 교회에 갈 때 보기 좋게 삼형제가 똑같은 옷을 입히려고 했는데, 수현이는 안 입겠다고 떼를 쓴다. 밤에 입고 잤던 옷을 그대로 입고 가겠다고... 수현이를 설득하다가 화내다가 결국 수현이 의지대로 입고 갔다. 한참이 지나서 생각했다. 저 옷 안 입었다고 아무도 신경 안 쓰는데 나는 과연 누구를 위해서 소모전을 벌였나?
2주 전부터 수민이가 태권도에 다니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수민이가 태권도 다니고 싶어, 피아노 배우고 싶어, 미술학원 가고 싶어... 하던 걸 나는 너무 빠른 것 같아서 안된다고 했다. 그런데 하원길마다 놀이터에서 한시간을 놀아도 부족한 수민이 때문에 매일 실랑이를 하다가 결국 태권도를 보내기로 했다. 에너지는 태권도장가서 다 쓰고 오거라...
결과는 대 만족이다.
수민이 태권도 가던 첫 날 (관장님이 보내주심)
"태권! 효자가 되겠습니다!" 씩씩하게 인사하는 수민이도, 집에 돌아와 격파하기 몸통찌르기 막기 시범을 보여주는 수민이의 모습도 너무 기특하고 멋지다. 태권도는 일주일 중에 이틀만 하고 나머지는 여러 가지 체육놀이를 하는데, 그것도 너무 재밌나보다. 첫 주에는 태권도 가는 게 너무 좋아서 아침에 나보다 일찍 일어나서 태권도 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잔다.
수민이는 태권도가서 안전하게 뛰어 놀고, 동생들은 놀이터에서 적당히 놀다가 평화롭게 집에 온다. 집에 오자마자 씻고, 수빈이 물놀이 하는 동안 수현이랑 집중해서 놀아주고, 저녁 준비하면 딱 수민이 올 시간이 된다. 수민이 오자마자 씻고, 밥 먹이면 정신은 없지만 수월하게 저녁시간이 지나간다.
아이를 위한다고 하지만 정작 내가 원하는 건지, 아이가 원하는 건지...
고민이 될 때마다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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