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우리집 삼형제가 각자 훌쩍 커버린 느낌이다.
수민이, 수현이는 잘 놀다가도 한 가지를 가지고 싸우는데, 그럴 때마다 수민이가 "너 이거 주면 나중에 형아가 마이쭈 사줄께. 무슨 장난감 사줄께" 하면서 자꾸 공약을 세운다. 그래서 수민이더러 그렇게 약속만 해놓고 안 지키면 거짓말 하는 거라고 했더니 진짜 수현이한테 사줘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나보다.
지난 번에 문방구에서 수현이가 미니특공대 도장을 사달라고 한 시간동안 떼쓰며 운 적이 있다. 그 뒤로 자기가 그걸 사주겠다고 열심히 오백원을 모았나보다. 나는 평소처럼 뽑기하려고 동전을 모으나 했는데 어느날 아침 수민이가 오백원이 11개가 됐다며 이제 사줄 수 있겠다고 수현이 장난감을 사러 가자고 한다.
진짜로 사줄려고 하는 건가? 감동 반, 의심 반.. 마음이 바뀌기 전에 바로 그 날 어린이집 끝나고 바로 장난감 가게로 갔다. 사려고 했던 건 없었는데, 다행히 비싼걸 안 고르고 딱 가격에 맞는 5600원짜리 또봇 시계를 골랐다. 아줌마가 형이 기특하다고 백원 깍아주셔서 딱 5500원 쓰고 돌아왔고, 수민이도 덩달아 사고 싶어할 것 같았는데, 그냥 돌아왔다.
동생도 생각하고, 약속도 잘 지키고... 수민이가 이렇게 컸구나..
수현이는 장난감 사고, 수민이는 폭풍칭찬 받고, 나는 뿌듯하고 감동적이었던 모두가 좋았던 하루..
수민이가 모은 동전으로 동생 장난감 사주던 날
불소도포하러 갔다가 발견한 썩은 이..
마취주사도 맞았는데 울지 않고 치료하던 수민이 (나중에 개미가 무는 느낌이라고 표현함)
수현이는 요즘 유아사춘기인가 싶다. 기분이 좋을 때는 너무 귀엽고 착하고 말도 잘 듣는데, 한번 자기 마음에 안들면 아무리 달래주고 원하는 대로 해준다고 해도 무조건 다 싫다고 운다.
양치하자고 하면 계속 안하겠다고 해서 그럼 하지말라고 하면 한다고 하고, 하자고 하면 안한다고 하고...
옷도 안 입는다고 해서 그럼 입지말고 이따가 입으라고 하면 입을래~ 안 안 입을래~ 의 반복
씻을래~ 안 씻을래~ 씻을래~ 먹을래~ 안 먹을래~ 먹을래~ 할꺼야~ 안할꺼야~ 반복 또 반복..
어린이집에서도 이런 행동이 나타난다고 한다.
기분좋게 곰돌이 젤리를 형이랑 다섯개씩 나누어 줬는데, 자기가 가지고 있는 건 생각 안하고, 형꺼도 다 자기 달라고 한참을 울기도 한다.
뭐가 문제인가 계속 생각해봤더니 아무래도 형과 동생 사이에서 치여서 그런 것 같다. 항상 형이랑 똑같이 나눠야되고 동생한테는 양보해야되니까.. 더 어린 동생이 있어서 다 큰 것 같으면서도 그래도 아직 네 살인가보다.. 그래서 그런지 근처에 있는 외갓집에 갈 때마다 자기 혼자 자고 간다며 엄마는 가라고 한다. 거기서 사랑을 독차지하려고 그런 것 같다. 절대 엄마랑 떨어지지 않는 큰 아이랑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래도 너무 기특한 건 수빈이한테 물리고 맞고 울면서도 절대 동생을 때리지 않는다는 거.
동생 손잡고 걸음마를 같이 해주기도 하는데, 놀아주다가 중심을 못 잡아 수빈이가 넘어지면 나는 수현이를 혼낸다. 조심해야지! 하면서... 문제는 나한테 있었다.
그래서 수현이를 달래주려고 시간을 쪼개서 수현이한테 몰아주기는 시간을 가졌다. 막내는 친정엄마한테 잠깐 맡기고, 형은 어린이집 놀이터에서 친구들이랑 노는 동안 수현이만을 위해 유모차를 가지고 갔다. 시장 구경도 하고, 도서관도 놀러가고, 간식도 수현이꺼만 가지고 왔다며 줬더니 너무 좋아한다. 몇 번 했는데도 훨씬 상태가 좋아지는 느낌.. 가끔 이런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착한 수현이일 때는 세상에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있을까 싶을 정도ㅋ
막내아들 수빈이는 돌 지나서 걷기 시작하더니 엄마한테 제일 힘든 시기가 찾아왔다.
더러운 거, 무서운 거 모르는 이 시기... 잠깐 눈 돌리면 변기에 손 넣고 있고, 변기 뚜껑을 닫아 놓으면 그 위에 올라가 잡동사니 다 건드려 떨어뜨리고 빨고 있다. 식탁위로 올라가고, 간섭하고, 떨어지고, 넘어지고, 다 끄집어 내고, 밖에 나가자고 울고, 성질대로 안되면 소리지른다. 수빈이 일 저지른 거 수습하느라 나는 더 바빠졌다.
수빈이 뭐하니?
할머니가 떡 나누는데 다 참견하고 나섬... 복잡해... 사진찍으면 꽉차는 이 느낌.. ㅋㅋ
차도 좁고 집도 좁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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