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여행, 나들이2015. 8. 11. 14:53

해남은 나의 외갓집.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많이 편찮으시다고 하신지가 오래 됐는데, 땅끝마을까지 아이들 셋 데리고 가기가 쉬운일이 아니라 그동안 생각만 하고 있다가 이번 휴가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보다 더 간절히 아픈 엄마한테 달려가고 싶었을 우리 엄마도 이번에 해남에 가셔서 2주 동안 할머니, 할아버지를 돌봐드리기로 하셨는데, 우리 휴가 날짜랑 딱 겹쳤다. 아무래도 엄마가 계실 때 가는 게 편하니 잘 됐다 싶었다. 게다가 양수도 이번 기회에 같이 가겠다고 해서 목~토 2박 3일 일정을 맞췄다.


휴가가기 전, 엄마는 미리 해남에 가 계시니 친정집 찬스는 못 쓰게 됐고 남편은 늦게 들어오고, 

일주일 긴 휴가를 떠나기 전에 일하고 있던 영상은 마무리해서 보내놓아야 하고,

엄마 없는 집에 아빠랑 남동생이 밥을 잘 챙겨먹고 있는지 걱정이 되서 맘먹고 친정집에 가서 점심 준비, 저녁에 먹을 국과 반찬을 해놓고 오고, 교회 기도모임과 우리 건물 8월 공지문 작성, 우유 넣지 말라고 연락하고 집정리, 짐 챙기기... 한번 집 떠나려면 어찌나 일이 많은지!! 


몸은 바쁘고 마음은 더 분주하게 마무리를 하고 어쩄든 떠났다. 

전 날 밤 열심히 껍질을 벗겨 갈아놓은 토마토 주스병 두개를 냉장고에 고이 둔 채...

 

차 안에서 창문만 열어도 숨이 턱 막히고,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나던 날.

휴게소에서 쉬었던 시간 빼고 해남까지 5시간 걸렸는데, 그래도 힘든 기억은 별로 안난다. 이게 바로 양수이모 효과...! ㅋㅋ


              잠든 내 표정 따라하는 수민이..ㅋ       잠들면 누가 업어가도 모르는 수현이랑 밖으로 나와 신난 수빈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은 마당에서 1시간동안 물놀이를 했다. 대야에 받아있던 물을 보고 그냥 지나갈 리가 없다. 세 아이들 덕분에 조용하던 시골집이 시끌시끌해졌다. 외할머니, 할아버지도 이 시끄러운 손님들이 반가운 눈치...



이 시골까지 치킨을 배달해준다...ㅋㅋ        멀리 바다가 보이는 이 풍경을 집으로 가져가고 싶다.

갑자기 똥 눈다는 수현이더러 아빠가 여기선 아무데나 똥을 누면 된다며 진짜 아무데다 싸게 했다...

아빠 말 잘 듣는 수현이와 형아 똥 구경하는 수빈이ㅋㅋ


다음 날에는 해수욕장에 갔다. 

평상을 2만원에 빌려서 짐을 놓고, 바다에 들어가는데 준비물은 왜 이렇게 많은지.. ㅋ 힘들게 입으로 튜브를 불고 있었더니, 어떤 남자아이가 저기서 공짜로 바람 넣을 수 있는데 왜 그러고 있냐고 한다. 일찍 말해주지.. 다 불었는데ㅠ

수빈이는 바다를 무서워 할 줄알았더니, 16개월된 이 아가는 겁도 없이 발을 담그자마자 성큼성큼 들어간다. 그러고는 한참을 놀다 나가자고 해도 안 나가겠다고 고개를 흔들더니, 튜브 위에서 그대로 잠이 들었다..ㅋㅋ


 

잠이 든건가? 눈이 부셔서 눈을 감고 있는건가? 하는데 수빈이 고개가 넘어간다.

이대로 잘 수 있다니... 엄청 졸린가 싶어서 급하게 데리고 나왔는데, 3시간을 더 놀았다.. ㅋ

형들은 모래찜질..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가기엔 조금 아쉬웠지만, 1시간 정도만 바닷물에 담그고 왔다. 아이들 컨디션도 그렇지만, 뭣보다 또 들어가면 다시 씻겨야 하니 바로 포기가 된다.ㅋㅋ 

어쨌든 그동안 호수나 강이나 계곡이나 물만보면  모두 바다라고 하던 수현, 수민이가 이제는 확실히 알았겠지..


시골에 가면 시간이 남아돌 줄 알고 책을 다섯 권이나 싸갔는데, 한 권도 못 봤다. 애가 셋 인데 무슨 생각을 한 걸까.. ㅋㅋ 뭔가 하는 거 없이 계속 바쁜 느낌.. 이건 어디를 가나 똑같다.


아이들의 뒷모습만 봐도 자유가 느껴지는 시골 풍경..

서울로 떠나기 전에 할머니, 할아버지랑~


오랜만에 외갓집에 오니 여러 마음이 든다. 

어렸을 때 신정이면 엄마의 아홉 형제가 이 곳에 모두 모여 함께 지냈었다. 그 때는 그렇게 커 보이던 집이 이젠 작아 보인다. 어떻게 그 많은 식구들이 여기에 모여서 잤는지 신기하고, 사촌들이랑 숨바꼭질 하던 구석구석을 보면 추억이 아련하다. 시간이 이렇게 많이 흘렀다는 게 한편으로는 무섭다. 그렇게 정정하시던 할머니, 할아버지도 아흔이 넘어 이렇게 노쇠하시고... 어린 새침떼기의 아이가 이렇게 커서 남편과 세 아이를 데리고 오다니...


서울 올라오는 길에 군산에서 짬뽕이 유명하다길래 군산으로 들어갔는데, 유명한 집은 이미 장사가 끝나서 문을 닫았고, 다른 집을 가니 줄이 까마득하고, 그냥 아무데나 갔더니 그냥 앉은 채로 1시간을 기다렸다. OTL.. 늦게 나온다고 말해주지... 게다가 더 화가 났던 건 집에서 시켜먹는 짬뽕이랑 차이가 없었다는 거...!!!

다신 군산에 짬뽕을 먹으러 갈 일은 없을 듯... 그 땐 화가났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이건 맛집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잘못 됐다. 맛있는 음식이 날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니라 내가 기다리는 마음으로 가서 먹어야 한다는 거... 우린 애들이 클 때까지 맛집가서 먹을 생각은 말아야겠다. 


원래 우리의 휴가는 해남 2박, 보은 2박, 원주 2박.. 장장 8일의 여행이 계획되어 있었는데, 보은에 계신 남편의 작은아버지께 전화해보니 손님들이 오기로 하셨다고... 그래서 그냥 서울로 왔는데, 오히려 잘 된 것 같다. 

집에서 하루 짐을 재정비하고, 집도 정리하고, 집에서 편하게 쉬고... 

그리고 일요일, 교회에 갔다가 바로 강원도로 출발했다.


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