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침에 무심코 바라본 안방 문 벽쪽에 새카만 물체가 붙어 있었다.
바퀴벌레!!!
우리집은 벌레로부터 안전 구역이라고 생각했는데 바퀴벌레라니... 방심하고 있던 터라 더 경악스러웠다.
정말 어마어마한 크기였다. 발견한 순간부터 무서워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 그래도 이 놈을 처리해야 할 사람은 나 밖에 없었고, 어쩔 수 없이 처리할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일단 수민, 수현이에게 방에 벌레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미션을 주었다. 내가 이 놈을 죽일 수 있는 물건을 찾아 올 때까지 혹시 어디로 움직이면 어디로 가는지 잘 지켜보고 있으라고..
급하게 콘푸러스트 박스를 찾아 왔는데, 막상 이걸 쳐서 바닥에 떨어뜨릴 생각을 하니 정말 미치고 펄쩍 뛸 노릇이었다.
혼자 '꺄악-꺄악-' 소리지르고 있는데, 수현이는 나를 보며 깔깔 거리고 웃는다.
"엄마는~ 겁쟁이래요~ 겁쟁이래요~~!" 하면서...
막내는 뒤늦게 알아채고 쫒아와서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우와! 우와!" 신이 나서 펄쩍펄쩍 뛴다.
수민이는 (내가 바퀴벌레라고 이야기를 안했더니) "저게 뭐지? 더듬이가 기니까 하늘소인가?" 이러고 있다....
도저히 칠 용기가 없어서 아들들에게 부탁해보았더니 신기해하던 아이들에게 나의 두려움이 전염되어 그런지 자기들도 못하겠단다. 사실 대신 해주겠다고 해도 이건 정확성이 필요한 일이라 맡기지 못했을 듯...
이 검은 녀석도 겁을 먹었는지 방문 문고리을 탁! 탁! 하며 벽에 부딪혀 보는데 움찔하기만 하고 도망치지 않았다.
일단 혹시라도 땅에 떨어져서 침대 밑으로 도망가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게 이불로 틈을 다 막고는 어쨌든 더 큰 소란이 발생하기 전에 눈을 딱 감고 내리쳤다.
천만 다행이었던 것은딱 내가 바랬던 대로 뒤집혀 누워 있었다는 거. 그리고 벽에 잔해가 남지 않았다.
도저히 내가 손으로 잡는 것은 못하겠어서 수민이에게 부탁했다.
수민이는 하고 싶지 않은데 엄마가 울기 직전이라 어쩔 수 없는 표정으로 돌돌만 휴지를 건네 받았다.
그러더니 바퀴벌레에게 다가가 순식간에 휴지로 움켜 쥐고는 변기에 버렸다.
내가 확실하게 죽여야 한다고 신신당부 했더니 손가락을 부들부들 떨면서 꽉 잡아 죽이는 그 모습이 나는 백마탄 왕자님으로 보였다.
처리하고 나서도 나는 진정이 안되서 으허엉~ 하며 가짜로 울움소리를 냈는데, 수민이가 나를 안아주며 양 볼에 뽀뽀를 해준다. "엄마 이제 괜찮아... 괜찮아..." 하면서...
수민이가 이렇게 커서 나를 위로해 주는구나... 감동스러웠다.
요즘 수민이가 특히 많이 컸다고 느끼고 있다.
혼자 태권도에 다니면서 형, 친구들을 사귀는 것,
태권도에서 소풍을 다녀왔는데, 돌아올 시간에 데리러 간 나와 엇갈린 수민이가 혼자 집으로 돌아온 것.
집에 아무도 없으면 얼마나 놀랠까 싶어서 급하게 따라왔더니 빈 집에서 혼자 손을 닦고 용변을 보고 있었던 일 (엄마가 없어서 조금 속상했지만 금방 올 걸 알았다고 함)
어린이집에 신경써서 일찍 데리러 간 날도 친구들과 놀고 싶다며 다시 어린이집으로 들어가버린 일...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고, 엄마랑 같이 있는 것보다 또래들과 어울려 노는 것을 너무나 좋아하게 되었다.
대견하고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 약간은 섭섭하다.... 하지만 아직 밑에 둘이나 기다리고 있으니.. 보내줘야지! 특히 통제 불가능한 세살의 막내를 보고 있자면 어서어서 자라라고 식물처럼 물을 주고 싶은 심정.. ㅋㅋㅋ
잠을 자다가 갑자기 "엄마가 할머니 얼굴처럼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하면서 울먹인다거나, 나중에 커서 엄마랑 따로 살기 싫다면서 제발 같이 살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일곱살 짜리 우리 아기... 물 대신 엄마 아빠 사랑을 듬뿍 주마...
어린이날 행사로 태권도장에서 딱지대회를 했는데 당당하게 또래에서 1등을 차지한 수민이 ㅋㅋㅋ
(전날 밤에 인터넷 찾아서 급조한 딱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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