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다 보면 전에 몰랐던 새로 배워야할 것이 많다.
하지만 요즘은 답을 찾으려고 검색을 하다보면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질 정도로 정보가 흘러 넘친다.
육아 관련 책만 해도 이렇게 많다. (작은 도서관의 일부분만 찍었는데도)
한 쪽에서 좋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있으면 항상 그것을 비판하는 쪽이 있다. 예를 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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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칠 공부책은 손 힘과 집중력을 키우기 위해 좋다고 하지만 한 편에서는 이미 규격화된 윤곽선에 색을 채우는 것이 아이의 상상력과 창의력 발달을 막을 수 있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전집세트는 아이를 다양하고 균형적으로 발달시키기 위해 필요하고 독서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하지만, 사실은 부모의 만족도를 위한 것이며 전권을 다 읽지 않고 전시용으로 집에 진열해 놓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육아서를 읽으면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서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육아서는 엄마들에게 죄책감을 주어 올바른 양육을 방해하고, 너무 강박적으로 육아서를 따라하려고 할 때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칭찬스티커는 아이의 좋은 습관을 격려해주고 나쁜 습관을 개선하기 위해 자주 사용되지만, 오히려 외적동기로 인해 내적동기를 말살시키는 일일 수도 있다고 한다.
플래시카드는 아이의 단어 공부를 위해 자주 사용하지만 플래시카드와 같이 아이들에게 단순 암기를 시키는 학습 도구나 놀이 도구는 오히려 두뇌 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어릴 떄부터 단순 기억을 촉진하는 훈련을 반복적으로 시켜 단순 암기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고등 사고 능력을 이용해서 적극적으로 사고해야하는 시기가 와도 단순 암기 기법에만 의존한다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학습만화가 독서의 매력에 빠져들게 하고 지식을 쌓는데 도움이 된다고 장려하지만 한 편에서는 학습만화는 재밌어서 읽고 정보 습득에는 도음이 될 지언정 독서력이나 습관에는 전반적으로 악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참고: <장난감 육아의 비밀>/정윤경,김윤정/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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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많은 정보들이 상술과 아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는 거다.
지난 달에 아는 분의 추천으로 한 출판사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인적성 검사를 했다. 집에서 수민이가 컴퓨터로 검사를 하고 내가 사무실로 찾아가 검사결과를 들었다. 그런데 다른 부분에서는 수치가 높은데 창의력 부분에서 평균에서 조금 낮은 결과가 나왔으니 책을 많이 읽어주어야 한다며 자신의 출판사에서 나온 전집 구매를 추천했다. 아이의 두뇌 검사 결과의 낮은 부분을 공략하여 엄마에게 죄책감을 주면서 본인의 책을 읽어주면 해결할 수 있다는 뻔한 결론.
상담을 하면서 한 가지 건진 것은 있다. 수민이가 창의력 점수가 좀 낮은 이유는 (어린이집 선생님도 이야기 하신 부분이다) 4살 때 한글 학습지를 시작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학습지는 정답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여러 사고를 차단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수민이가 남들보다 빨리 한글을 읽고 쓰고 하지만, 그것이 절대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
이 이야기를 듣고 나는 수민이에 비해 한글을 아직 읽지 못하는 수현이에게 학습지를 시켜야 하나 생각했는데, 바로 단념하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상담해주시는 분은 이런 부분을 본인이 지적해줬으면서도 자신의 출판사에서 나온 학습지를 추천했다ㅋ)
여러가지 이름으로 바뀌어 나오는 두뇌 검사들은 어떤 판매과 연관이 되거나 검사 그 자체만으로도 상술이 되기도 한다. 이것은 현재 내 아이의 상태를 측정하고 싶은 많은 엄마들의 바램과 맞아 떨어져 꼭 해야하는 것, 해보고 싶은 것이 되었다. 나도 그랬다.
실제로 인천에 있는 밸*스파크에서 수민이와 수현이의 지능검사와 인적성검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나중에 수민이한테 물어보니 수현이가 잘 못해서 자기가 대신 해주었다는 등의 어이없는 이야기를 들었다. 순간 나는 내 돈이 허공으로 날아간 것을 깨달았다.
물론 아주 영재성을 띄거나 발달이 지연된 아이들에게는 이런 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보통 지능검사의 결과는 아이가 뛰어나다는 말을 듣고 싶어하는 엄마의 바램과 달리 항상 안 좋은 점을 지적하고, 엄마는 자신이 뭔가 잘못했다는 죄책감과 뒤쳐질 것이라는 불안감을 조장하고 또다른 뭔가(사교육)를 하게끔 만든다.
비단 두뇌검사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육아에 있어서 모든 것이 돈과 연관되어 있다.
내가 자꾸 빠지는 딜레마 중 하나는 키즈카페를 가는 상황이다. 키즈카페의 입장에서는 정당한 가격일지언정 나는 아이들이 노는 데 돈을 써야한다는 사실이 마음을 찝찝하게 만든다. 아이들은 자연에 풀어놓는 것이 가장 좋은 것 아닌가...
또 수민이가 정식으로 국기원에 가서 태권도 단을 따고 싶어해서 알아보니 심사비만 15만원이 든다. 특공무술을 다니는 초등학생에게 물었더니 거기에서도 승급심사비가 15~20만원이 든다고 했다.
최근에는 태권도에서 작품사진을 찍으면 전문사진사가 도장에 와서 아이들을 찍어주고 액자로 제작해주는데,. 패키지 구성이 5만원.. (이날 나는 수민이를 태권도에 안 보냈다)
나는 수민이가 다니는 태권도장에 만족하고 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어떤 명목으로든 부모들의 지갑을 자꾸 열게 만든다. 이건 어느 학원이든 비슷할 거다.
본격적으로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사교육시장에 눈을 뜨면 필요한 돈의 액수는 지금 내가 고민하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될 수도 있다.
이렇다보니 육아하는데 드는 돈이 부담스러워서 출산을 포기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이를 잘 키우는 데 필요한 것은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믿는다.
일년 전에 수민이를 유치원에 보내야하나 하는 고민을 깊이 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내가 아이에게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은 아이가 원하는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많은 부모들이 아이에게 유명 브랜드의 비싼 장난감을 사주면 그만큼 좋아할 것이고 아이의 발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사실 아이들은 장난감의 가격이나 소재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
아이가 정말 원하는 것은 옆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줄 부모라는 것...
비싸고 유명한 키즈카페에 가서 혼자 놀라고 하는 것보다 동네 놀이터 가서 신나게 괴물놀이 해주는 것이 낫다.
독일의 교육심리학자 요세프 크라우스는 이렇게 말한다.
"교육학과 심리학을 빙자한 온갖 동화들이 부모들에게 속삭이는 수많은 감언이설과 그 속내를 깨닫길 바란다. 달콤한 말에 속아 정작 중요한 부모의 역할을 잊지 말기 바란다. 진실은 단 한 가지 뿐이다. '아이들에게 더 많은 시간을 내는 것!'"
<부모의 권위 (늦기전에 반드시 되찾아야 할)>/요세프 크라우스/푸른숲/p.13)
부모가 생각하는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것'과 아이가 생각하는 '자신이 자라는 데 필요한 것'이 일치해야 서로 행복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걸 안다고 해서 내가 잘 하고 있다고 착각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요즘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매일 도서관에 가서 한 시간씩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세 아이들을 키우는데 꼭 필요한 것을 분별해 낼 수 있기를 바란다. 교육에 돈이 들지 않는 다는 것을 증명해 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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