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지인들이 세 아이들이 어떻게 다르냐고 묻는다.
그럴 떄 나는 첫째는 학자, 둘째는 예술가, 셋째는 운동선수 기질이라고 한 마디로 아이들을 정의한다.
물론 이 단어만으로 아이들의 복잡한 성격을이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게 말하는 나도 편하고, 상대방도 이해가 쉽다.
학자라고 설명한 첫째 수민이는 자기가 원하는 것에 대해서 집착이 심한 잔소리쟁이다.
수민이는 칭찬스티커 붙이기를 좋아하는데, 집에서 붙이는 것 외에도 어린이집과, 태권도장, 교회 각 장소에있는 칭찬 스티커를 정말 열심히 모은다.
집에서 한 번 칭찬스티커를 붙여주겠다고 말하면 내가 붙일 때까지 왜 안 붙여 주냐고 쫒아다닌다. 어린이집에서도 줄곧 칭찬스티커 1등을 유지하는데, '오늘은 누가 1등이고 누가 2등이고 누가 3등이고...' 집에 돌아오면 항상 칭찬스티커 이야기다. 어쩌다 결석한 다음 날에는 등원해서 제일 먼저 칭찬스티커를 확인하면서 자기가 결석을 했는데도 1등이라며 신나했다고 선생님이 말씀하신다...
돈은 얼마나 좋아하는지... 돈을 좋아하는 수민이의 지난 생일에는 외할머니가 500원 뭉치를 생일 선물로 주셨다. ㅋㅋㅋ 그 때 주신 돈이 4만 5천원어치였는데, 올해 설날 내가 통장에 넣었다고 한 새뱃돈 10만원과 합쳐서 자기는 돈이 14만 5천원이 있다며 여기서 항상 지출 내역을 더하고 빼면서 계산을 한다.
이렇게 돈을 아끼고 모아서 나에게 가끔 커피를 사준다. "엄마는 예쁘니까 사줄께" 하면서... ㅋㅋㅋ
그러다 보니 자연히 숫자도 좋아하게 되었다. 두자리 수를 암산으로 더하고 빼기를 즐기고, 아빠랑 종이 돈으로 장난감을 사고 파는 시장 놀이를 좋아한다. 도서관에서도 수민이 책은 항상 경제 관련 책만 빌려오게 된다.
그러고보니 학자가 아니라 사업가 기질인 것 같다. 자기는 나중에 엄청 돈을 많이 벌어서 핸드폰이랑 컴퓨터를 살 꺼라며... (게임하려고!!!)
아빠랑 시장 놀이 중...
"3만 8천 3백 10원 이수민돈" 자주 저렇게 저금통에 있는 돈을 세고,
저 돈으로 나에게 커피를 사준 다음에는 커피값을 빼서 적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런데 수민이는 가끔 자기가 집중하는 것 외에는 정신을 놓고 있는 때가 많다.
어느 날 아침에는 바지만 갈아입고 상의는 그대로 입고있길래 왜 옷을 안 갈아입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갈아입었다고 했다. 알고보니 입었던 옷을 벗어서 바닥에 내려놓았다가 다시 그대로 입었던 거다. 멍 때리는 시간이 자주 있달까. 자주 이러다보니 나는 수민이에게 정신차리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된다.ㅋ
욕심이 많은 수민이에 비해 둘째 수현이는 욕심이 없다.
곰돌이 젤리를 다섯개씩 나눠주면 수민이는 너무 아까워 엄마에게 줄 수가 없는데, 수현이는 나에게 먹으라며 하나를 주고, 또 주고, 마지막 하나가 남으면 그걸 또 반으로 나눠 준다.
딸이 부럽지 않은 애교쟁이 수현이!
사진만 들이대면 요런 표정으로...
말은 얼마나 예쁘게 잘 하는지! 형이 돈이나 칭찬스티커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옆에서 "그건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건 우리 가족! 그리고 장수풍뎅이! 이런거야" 한다. ㅋㅋㅋ
음악이 나오면 춤을 추는데, 뭔가 현대무용에서 볼 수 있는 그런 동작들을 춘다. 한번도 보지 못했을 발레 동장을 흉내내기도 하는데, 수현이는 태권도를 좋아하지 않아서 나중에 발레를 시켜볼까 싶다.
어린이집에서는 특히 여자친구들에게 인기가 많다. 친구들이 동시에 같이 놀자고 하면 그 중에서 고르기도 한다고 하고, 어린이집 하원 때는 수현이를 애타게 기다리는 친구도 있다. 내가 가면 수현이 엄마 왔다고 뛰어들어가 신발을 가지런히 놓고 기다린다는... 아무래도 수현이는 여성적인 성향이 있는 것 같다. 핑크 여자 미키마우스 팔찌를 소중하게 하고 다니는 것만 봐도 그렇다. ㅎㅎ
그런데 이렇게 사랑스런 수현이도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다. 감정이 예민한 편이라 누가 자기를 비판하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예를 들면 미끄럼틀을 탄 수현이 머리가 정전기 때문에 하늘을 향해 서 있는 걸 보고, 아빠가 "수현아, 니 머리좀 봐~ 이게 왜 그런지 알아?" 하면서 설명해 주려고 했더니, 자기를 놀리는 줄로 알고 "그런 게 아니야!!!!!" 소리를 지르며 동네가 떠나가도록 한참을 운 적도 있다.
이런 수현이의 감정상태를 이해해보려고 한동안 미술치료에 관한 책을 빌려다 보기도 했다.
뭔가 기분이 안 좋을 때는 풀기가 힘들다...
섬세한 수현이가 형이랑 동생 사이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 같다.
예전에는 아빠랑 수민, 수현 형제가 괴물놀이를 했는데, 끝난 뒤 수민이가 아빠에게 묻는다. 물리치는 과정에서 누가 더 셌는지... 아빠가 수민이더러 네가 더 셌다고 하자마자 나는 수현이한테 절대 이야기 하지말라고 당부했다. 그럼 수현이가 속상해 할 꺼고 나는 달래기 힘드니까.
그런데 수민이는 "말하고 싶다. 말하고 싶다."를 중얼거리며 계속 말하면 안되냐고 묻는다. 결국 참지 못하고 수현이에 가서 아빠가 자기가 더 셌다고 했다며 말함...ㅋ
수현이는 이렇게 매번 형에게 비교 당하고 동생은 수현이를 만만하게 본다. 두 형들 중에서도 특히 수현이 형이 갖고 있는 건 다 자기꺼라는 생각을 하는 듯? 수현이가 가지고 있는 것마다 빼앗고, 집에서도 막대기칼을 가지고 수현이를 쫒아다닌다.
위 아래에서 치이다보니 애교로 무장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사랑 받으려고... 애교 많은 건 둘째의 보편적인 특성일 수도.
그런데 원래 애교는 막내가 많아야 하지 않나? 그런데 우리집 막내 수빈이는 뽀뽀에도 인색하고, 매사 무표정이다.
수빈이는 몸으로 놀 때 제일 행복해 하는 것 같다. 특히 '과격하게' 노는 걸 좋아하는데, 거침이 없다. 몸을 사리지 않는다.
침대 위에서 점프를 한 다음 '등으로' 떨어지면서 좋아하는데, 그 뛰는 모습에서 한 치의 두려움이 없다. 높은 곳에 올라가기, 뛰어내리기, 형들한테 매달리기, 격렬하게 흔들리는 시소타기 등을 좋아하는데, 집에서도 내가 등을 보이면 무조건 달려와 말을 탄다. 어린이집에서도 공을 차거나 풍선을 던지고 받는데, 또래보다 운동능력이 많이 발달했다고 한다.
이런 수빈이는 넘어지거나 다쳐고 우는 법이 없고, 울더라도 울음이 짧다. 수빈이가 나중에 커서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길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이 있다.
요즘 수빈이는 (경험상)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유아기의 세살, 그 시기에 있다.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하는 고집 센 수빈이와 매번 실랑이를 하다보니 나도 나름 요령이 생겼는데,
아침에 어린이집 등원을 준비 할 때는 수빈이는 제일 마지막에 형들 채비가 끝나면 순식간에 씻고 옷을 입혀 나가거나,
소아과에서 자꾸 바닥에 앉아 있으려고 하는 수빈이에게 간호사가 바닥에 앉으면 안 된다고 이야기를 하는데도 나는 그냥 둔다. 내가 말려도 어차피 자기 마음대로 할꺼니까.
내가 억지로 못하게 하면 그 때부터 전쟁인거다. 위험하거나 안 되는 일 (TV보면서 밥먹기, 감기걸렸는데 아이스크림 먹기 등) 외에는 왠만하면 놔두거나 기다려준다.. 왠만하면 나의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한 나의 생존방법이다. (이게 아이 셋 엄마의 마음가짐이랄까.. ㅋ)
아무래도 외동인 아이들 보다는 형제끼리 부딪히면서 스트레스도 받고, 여러가지 면에서 조금 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 과정에서 생기는 결핍에 대해 오히려 긍정적이다. 너무 풍족하게 공급해 주지 못하는 게 좋은 것 같다. 부모가 집에서 해주는 것처럼 세상에서 이 아이들을 대해주는 건 아니니까.
어떤 분이 "둘은 키우는 건데, 셋은 자란다"고 하셨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맞는 말 같다.
막내 수빈이가 어느정도 말귀를 알아듣고, 큰 형은 옷 입고 씻고 양치하는 정도는 혼자 하게 되었다. 동생이 밤에 물을 달라고 하면 내가 움직이지 않아도 수민이에게 부탁하면 (칭찬스티커로 구슬려서) 수민이가 물을 떠온다. 자기들끼리 노는 시간이 많아졌고, 나는 언젠가부터 아빠의 퇴근 시간을 기다리지 않게 됐다.
키우는 데만 집중하면 육아가 힘들지만 자라는데 집중하면 재미가 있다.
참으로 뿌듯한 세 아이들의 뒷모습
나중에 아이들이 어떻게 자랄 지 궁금하다. 지금의 성향이 그대로일지 변했을지?
나중에 이 글을 보면서 비교해 봐야겠다. 아이들이 다 큰 그 때는 분명 지금을 그리워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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