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잘 놀고 와서 다음날 아침... 작정하고 늦잠을 자려고 침대에 누워있는데 수민이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수빈이 수족구 걸렸다!"
뭐라고?!! 스프링 튕기듯 침대에서 튀어올라 확인해보니 손바닥 발바닥에 수포가 올라와 있는 게 영락없는 수족구다. 내가 제일 두려워 하는 수족구... ㅠㅠ 하아.... 보자마자 울고 싶은 심정..
입 주변까지 나있는 수포들...
얼마나 심하게 걸렸는지 손바닥, 발바닥에만 나는 수포가 이렇게 팔, 다리까지...
한 달 뒤인 지금까지 자국이 남아있다.
입 안에도 수포가 잔뜩 나서 물만 마셔도 운다. 아무 것도 먹으려고 하질 않고 아이스크림만 먹는다. 감기보다는 탈수가 더 무서우니 눈 딱 감고 첫 3일 동안은 아이스크림만 먹였다. 그래서 수족구를 아이스크림 병이라고도 부르나보다.
이 병은 유아 사이에서 전염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아이가 아파하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니 아이나 엄마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다. 어린이집은 물론이고 놀이터도 못 가고 꼼짝없이 집 안에서 갇혀 있어야 하니까.
이걸 어디서 옮아 왔을까? 누군가에게 원망의 화살을 돌리고 싶었다.
그런데 월요일날 어린이집 선생님께 물어보니 어린이집 전체에서 수빈이가 처음이라고.... 이런...!
이런 경우는 특히!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혹시라도 같은 반 친구가 수족구에 걸리면 나처럼 누구한테 옮았는지 범인을 찾으려고 하고, 손가락이 수빈이를 향하게 되기 때문이다... ㅋ
한편으로는 혹시라도 형들에게 옮기고 형들이 같은 반 친구들에게 옮기는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니 눈 앞이 깜깜했다.
물론 놀이터나 소아과에 가서 옮아왔을 수도 있지만, 화살을 우리 탓으로 돌리니 몇 가지 스쳐지나가는 그림이 있다.
욕조에서 물 받아놓고 목욕할 때 그 안에서 쉬를 할 때, 그리고 욕조에서 컵으로 물을 입 안에 머금고 있다가 '푸~' 하며 놀 때... 내 기억은 따로따로지만, 같은 날 안 했다는 보장이 없다. 또 형들 쉬통에 물을 받아 가지고 놀던 때와 응가를 하고 나서 물로 안 닦으려고 해서 물티슈로 닦았는데, 기저귀를 안하고 도망 다녔을 때... 의심스러운 장면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온 종일 아이를 감시하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한참 말 안 듣는 나이라 쉽게 제지도 안된다. ㅠ
일단 형들과 수빈이를 바로 격리시켜야 했는데 어린이날 연휴에 수족구에 걸린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수족구 발견한 날, 형들은 아빠랑 인천 할머니댁으로 갔고, 월요일에는 수빈이를 외할머니댁에 보냈다. 양 부모님의 도움으로 이렇게 떨어져서 전염력이 강한 초기 6일을 보낼 수 있었다.
수요일 오후가 되어서야 수빈이를 데리고 왔는데, 이 때부터는 아이들을 서로 분리시키는 게 일이었다. 양치컵도 따로 쓰고, 수건도 따로 쓰고, 막내랑 서로 만지지 못하게 하고... 이래저래 신경이 쓰였다.
이렇게 노력한 덕분인지 다행히 형들도 안 옮고, 어린이집에서도 수빈이 하나로 끝이 났다. 이렇게 노력했는데도 옮았으면 정말 좌절했을 듯.. ㅋ
수족구 10일...
갈 데가 없어서 산에가서 놀고, 길거리를 헤매고 다님... ㅋ
그런데 수빈이가 나아갈 무렵, 이번에는 수민이한테 농가진이 생겼다..
수민이는 아토피가 있어서 항상 몸을 긁는 게 습관인데, 어디선가 세균이 감염된 손으로 긁는 바람에 긁는 곳 마다 물집이 생겼고, 부분에서 온 몸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자주 긁는 팔 접히는 부분과 겨드랑이는 물론이고, 어린이날 어린이집에서 얼굴에 페이스페인팅을 해주었는데, 가려워진 얼굴을 긁다가 양 볼까지 큰 물집이 생겼다.
박트로반 연고를 사다가 바르고 메디폼을 붙이고... 하루 세 번 처치를 했는데, 오전에 등원시킬 때와 태권도 다녀와서의 제일 바쁜 시간에 30분씩 처치하는 데 매달려 있었다.
두 명이 이렇게 피부로 고생을 하니 친정엄마는 나더러 집 안에 위생을 잘 관리하지 않는 게 아니냐고 타박하셨다. 안 그래도 이런 일이 연속으로 생기니 내가 뭘 잘못했나 돌아보고 있었는데, 한편으로는 억울했다.
밖에만 나갔다 오면 아이들도 손씻기 발씻기 습관이 되어 있고, 세 아이들 모두 하루 세번 양치 시키고... 내 딴에는 위생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는데...
딱 보름 정도. 이 때 나는 신경을 너무 많이 썼나보다.
수빈이가 외갓집에 가 있는 동안 엄마한테는 아픈 아이를 맡겨 놓고 와서 죄송했고, 수빈이한테는 엄마와 떨어뜨려 놓아서 미안했고, 자꾸 이런 일이 생기니 속상하고, 자책했다. 잠을 잘 못 자기도 했고.
이 시기부터 편두통이 시작되었는데, 머리가 지속적으로 너무 아파서 아무것도 못 할 지경이었다. 허리를 숙여 뭔가를 집으려고 하면 머리의 통증이 앞으로 쏠려서 주저 앉았다. 처방을 받아서 두통약을 하루에 두번씩 먹었다. 지금은 조금 좋아져서 한 번으로 줄이거나 안 먹으려고 하지만 아직도 멈추질 않는다.
아이들이나 나나 아프고 나니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낀다...
내 탓이라고 하지만 이 일을 계기로 사람 많이 안 살고 공기 좋은 곳으로 이사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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