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지금은 아니지만) 나의 단골 커피숍에서는 미술품 전시와 판매를 함께 했다.
여름에는 커피숍과 같은 건물에 있던 미술학원의 아이들 작품을 전시했는데, 내가 미술학원에 대해 갖고 있던 나의 고정관념과 많이 달랐다. 하나하나의 작품들이 모두 재밌고 개성이 있었다. 무엇보다 이 곳은 아이들의 작품이 모두 달랐다.
왼쪽 아래는 아이들이 자기만의 이야기와 그림으로 만든 동화책~
협동작품으로 만들었다는 환상의 섬~
나는 이 아이들 작품만 보고는 우리 아이들을 보내기로 마음 먹었다.
특히, 형에게 늘 스스로를 비교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감성적이고 예민한 수현이와 그림을 그리거나 표현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수민이 둘다 미술학원에 다니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있던 터였다.
일단은 수현이만 보내고 싶었는데 (수민이는 태권도를 다니니) 수민이가 이 미술학원에 다니는 어린이집 친구 둘이 재밌게 무언가를 만드는 사진을 보고는 본인도 다니겠다고 졸랐다.
원장님과 상담을 받아보았더니 내가 느꼈던 것 처럼 획일화된 미술학원과는 달랐다.
특이한 점은 한 반이 최대 4명으로 소규모로 진행이 되고, (수민이네 반은 세 명, 수현이네 반은 네 명)
1년에 네 학기로 나뉘어 학기 별로 주제를 정해서 운영된다는 것.
9~11월 마침 새 학기가 시작되었고, 우리 이사 예정일 전에 끝나는 일정이라 바로 그 주부터 시작했다.
<식재료 탐색 후 과일/채소 얼굴 만들기-수현>
<상자로 우리 집 만들기-수현>
<내가 상상하는 자동차 아이디어 스케치 후 만들어 보기-수민>
<우주를 그려보고, 로케트 만들기 -수민>
<우드락으로 도장을 만들어 거북이 등딱지 표현하기 -수현>
<정글의 소리를 들으며 친구들과 탐험지도를 그려보고, 나만의 뱀을 만들어 보물찾기 놀이>
<친구들과 구슬길 만들기-수민>
선생님 feedback :
"수민이는 이번 시간에 친구들과 협동하는 구슬길을 만들었답니다. 아이디어스케치 단계에서 치훈이와 같이 고민을 하면서 여러 트랙이 있는 재미있는 구슬길을 그려냈답니다. 박스를 색칠하는 과정에서는 붓도 써보고 손도 써보면서 여러모로 다양한 기법을 스스로 찾아내어 실행하였답니다. 구슬을 굴리면서 뭐가 더 필요한지 고민도 해보고, 친구가 어려워하는 부분을 선뜻나서서 해주는 수민의 배려심이 잘보였던 수업이었답니다"
<도시소리를 들어보며 다양한 재료로 나의 길 만들기-수현>
선생님 feedback:
"수현이는 다양한재료를 탐구하면서 내가 다니는 길을 찬찬히 기억해내며 도입부에 들려준 도시소리를 연상하며 도화지에 수현이만에 재미있는 길이 완성되었답니다.
덥고 차가운 목욕탕을 잘 표현해주었으며, 거북이 친구를 나의 작품에 더함으로 한층 더 재미있는 길이 되었으며, 크레파스로 거북이가 사는 환경을 조성해준점이 인상 깊었고, 부드러운 천의 촉감으로 거북이가 살고있는 바다의 이름을 부드러운 바다라고 칭해준 점이 참 기억에 남습니다^^ 글씨가 적힌 리본끈을 다른 나라의 언어로 연상시켜 '중국' 이라는 나라 또한 만들낸점이 훌륭했답니다.
그외에도 기찻길 및 표지판등 주어진 재료를 이용하여 수현이가 바라보고 생각하는 세상이 멋지게 표현되었답니다."
<보호색을 띄고 있는 자료사진들을 보고, 수민이는 부엉이를 선택해 부엉이와 망토 만들기-수민>
<방패와 검을 만들어 보고, 탐험놀이-수민>
<사랑하는 대상(호랑이!)을 위한 케이크를 그려보고 실제로 만들기-수현>
<내가 살고싶은 나라-수민>
선생님 feedback:
수민이는 이번수업시간에 내가 만들고싶은 나라라던가 살고싶은 나라에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아이디어 스케치를 하는과정에서는 용암이 아래에 흐르고 착한사람과 나쁜사람이 싸워 착한사람이 이기는 세상을 그렸습니다.
이어 수민이의 착한사람과 나쁜사람이 싸워가는 세상을 클레이로 만드는 과정에서는 클레이의 여러가지 색을 이용하여 착한사람이 나쁜사람을 물리치러 가는 길 즉 '용사의 길'을 표현한 점이 너무 인상깊었으며, 수민이의 작품중 갈색종이컵이 붙어있었는데 빨간클레이로 나의 모습을 만들어내어 갈색종이컵이 텐트라 힘들면 이곳에와서 쉬어도 된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작품내에 불어넣어줬습니다.
마지막에 수민이가 만든 길의 끝에 마치 포탈처럼 가운데 구멍이 뚫린 동그란 원을 만들어주었는데 이는 곳
최종보스한테로 가는길이라는 얘기를 덧붙임으로써 훨씬 더 멋진 수민이만의 클레이 세상이 완성된것같습니다.
<도자기 찰흙으로 만들고 싶은 것(오토바이)을 만들어 보고, 가마에서 구워낸 작품 확인-수현>
<도자기 찰흙으로 만든 수민이의 개구리 컵-수민>
<흙으로 재밌는 세상 만들기-수현>
선생님 feedback:
이번 흙 놀이 수업에서 수현이가 생각하는 재밌는 세상들을 꾸려나가 보았습니다.
수현이가 지난시간 도자기 수업에서 물을 많이 묻혀 묽어진 흙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많이 힘들었는지
"이번엔 물 안 묻힐거예요!" 이러는 모습에 너무 사랑스럽고 지난 시간에 힘든 와중에 열심히 한 모습이 더더욱 대견해 보였습니다^^ 넓은 작업 공간에서 지렁이 굴이 있는 지렁이 섬으로 시작한 수연이는 다리를 이어주기도 하고, 친구들이 만든 응가 나무에 열매를 맺어주면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들어주었습니다.
마늘 다지기 기구를 이용하며 날아다니는 파스타와 듬성 등섬 수풀을 만들고 넓은 공간에 자유롭게 활동함에 즐겁게 수업하였습니다.
<나무를 만들고 단풍잎을 물감에 물들여서 붙여보기-수현>
<비오는 날 물감과 크레파스로 그림그리기- 수현>
<카멜레온의 보호색 표현하기- 수민>
수현이는 처음 미술학원 가던 날에는 자신이 잘 못할 것 같다며 자신감이 없더니, 나중에는 미술학원 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수업을 한 다음날에는 선생님이 사진과 장문의 피드백을 카톡으로 보내주셨는데, 이런 부분도 참 좋았다.
다만 두 아이들이 미술학원에 다니면서 나의 스케줄은 바쁘고 복잡해졌다.
수민이가 미술학원가는 화요일에는 태권도를 한 시간 당겨 3시반 타임으로 보내야 했는데, 그 시간에는 태권도장에서 픽업이 안되서 내가 직접 데려다 줘야했다. 3시10분에 수민이를 데리고 태권도에 데려다주고, 4시 반에 수민이와 수민이 친구를 미술학원에 데려다주고 다시 어린이집으로 가서 수현, 수빈이를 데리고 집으로 왔다. 미술학원이 끝나는 7시에는 친구 엄마나 형이 수민이를 데려다 주었는데, 가끔 동생들을 집에 두고 내가 뛰어갔다 올 때도 있었다.
수현이가 미술학원에 가는 목요일에는 3시10분에 미술학원에 데려다주고, 4시반에 다시 미술학원으로 데리러 갔다가 5시 전에 수빈이를 데리러 어린이집으로 갔다.
내가 설마, 벌써 애들 학원 픽업하느라 이렇게 바빠질 줄이야...
마음 한 구석으로 비판하고 있던 헬리콥터맘이 된 기분이다. 특히 사교육을 지양하자던 내가 어느새 아이들 사교육을 이렇게 적극적으로 시키고 있다니 내 마음에 양 극단이 교차했다. 이상과 현실이 부딪히는 느낌.
사실 싼 편이 아닌 학원비 두 명 분 삼개월치를 한꺼번에 내야했기 때문에 부담스럽기도 했는데, 좋다고 생각하니 비용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영어유치원을 반대하는데, 그 곳에 아이들을 보내는 엄마들도 나의 마음과 다를 것이 무엇이겠는가.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 때문이다.
하지만 학원비이나 등,하원의 어려움 외에도 미술학원은 나에게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수민이가 미술학원을 같이 다니는 두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고 싶다고 하길래 한 번 초대하게 되었는데, 어쩌다보니 그 날 이후로 미술학원 끝나고 두 친구들이 우리집으로 오는 것이 코스가 되었다. 수민이 친구들은 미술학원보다 끝나고 우리 집에 오는 것을 더 좋아하고 기대하게 되었다.
처음엔 아이들끼리 잘 노니 좋고, 밥 먹이는 건 어차피 밥상 차리는 거 숟가락만 얹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남편도 항상 늦을 때라 저녁 9시 반쯤 가는 것도 괜찮았지만...
하루는 수민이에게 샤워를 하는 날이라고 했는데, 친구들도 하겠다고 해서 하루에 남자 아이들 다섯을 씻긴 적도 있었다. 아이들 다섯이 발가벗고 뛰어다니는데, 그 모습이 가관이었다. ㅋㅋ 밥도 은근히 신경써서 차려야 하고, 아이들 놀거리도 제공해줘야하고, 간식도 챙겨줘야 하고 점차 마음의 짐이 되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이사가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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