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차. 편의점에 가면 살 수 밖에 없는 것]
나이가 들면서 식욕이 점점 사라진다. 요즘은 특히 뭘 먹고 싶다는 생각이 거의 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주전부리를 좋아하지도 않아서 집에 과자를 사다 놓지 않는다. 엄마인 내가 과자를 먹지 않으니 덕분에 아이들도 과자를 먹을 기회가 많지는 않다. 누가 아이들 먹으라고 과자를 사다 주면 (그것이 아이들의 기호에 맞지 않을 때) 아무도 먹지 않아서 버리는 현상도 자주 나타난다. 나는 라면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먹다가 반도 안 먹고 버리기를 반복하다보니 그마저도 끓여먹지 않는다. 사놓은 라면이 유통기한이 지나서 버리는 현상도 발생한다. 가끔 남편이 라면을 먹으면 아이들이 달려들어서 먹기도 하지만, 내가 아이들에게 라면을 끓여준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편의점에 갈 일이 거의 없다. 내가 편의점을 찾는 이유는 1) 남편의 4캔에 만원하는 맥주를 사러 가기 위해서거나 2) 생필품이 떨어졌을 때 마트보다 편의점이 가깝기 때문이다. 가도 딱 필요한 것만 사오기 때문에 "편의점에 가면 살 수 밖에 없는 것"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이들에게는 있다. 며칠 전 둘째가 뭔가를 너무 먹고 싶다고 하길래 천원을 줬더니 혼자 풍선껌을 세개 사왔다. 어떻게 천원으로 세개를 사왔냐고 했더니, 투 플러스 원이라서 안 사면 손해라고 한다. 우리집 삼형제에게 2+1의 조합은 딱이다. 편의점은 이렇게 우리집에 최적화된 셈법으로 아이들에게 '어머 이건 사야해' '사지 않으면 너네 손해다' 라고 친절하게 강매한다.
나도 그 셈법이 싫지는 않다. 만약 1+1이었다면 우리는 1+1/1+1 총 4개가 생겼을 것이다. 그러면 남은 하나를 공평하게 세명에게 나누어 주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아이들에게 군것질을 주고 싶지 않은 엄마에게 형평성을 위해서 더 줘야 한다니!? 그런 면에서 투 플러스 원은 우리가족에게 완벽한 조합이다. 가끔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 제각각일 때만 빼면 그렇다.
그래서 나는 아이 셋을 데리고 편의점에 가지 않는다. 가끔 2+1 세 세트를 사오게 되는 경우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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