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면, 엄마는 아이를 자신과 동일시 여기게 된다.


"아이가 참 잘 먹네요. 아이가 참 예쁘네요." 아이가 받는 모든 칭찬도 엄마가 받는다. 이런 달콤한 순간들이 지속되다보면 점점 더 아이에게 집중하게 되는데, 아이가 밖에서 받는 모든 평가들이 엄마의 양육 문제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아이가 어렸을 때는 뭘 해도 사랑받던 시절이 지나고 나면 점점 더 엄마가 해야할 일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아이가 잘 해서 칭찬을 받으면 엄마의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문제를 일으키면 엄마는 죄책감을 어깨에 지고 산다. 


나는 아이들과 나의 정체성이 어느정도 분리되어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엄마는 엄마다. 나는 대충 먹어도 아이는 좋은 것을 골고루 먹이고 싶다. 한번은 아이가 미끄럼틀에서 위험하게 내려오는데, 나는 순간 내가 놀이기구 후룸나이드를 타는 그 느낌- 등골이 쭈뼛하던 느낌을 (내가 당사자였던 것처럼) 받기도 했다. 아이가 밖에서 친구들과 싸우고 울고 들어오면 (내가 더) 속상하고, 시험을 잘 보면 (내가 더) 기분이 좋다. 내가 칭찬받는 것보다 아이들이 칭찬받는 것이 더 좋다.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그렇긴 하지만 칭찬받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마법의 세가지 문장을 잘하는 것이다.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죄송합니다(미안해).' 이 세가지만 잘하면 된다. (이것만 잘해도 인간관계가 훨씬 편해진다)


오늘도 상점을 나서면서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를 하는 아들의 귀여운 모습에 미소가 절로 난다. 아이의 정중한 인사를 받은 어른이 귀여워하며 응답하는 소리는 내 어깨에 힘이 들어가게 한다.



[30일 글쓰기] #11. 이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