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신박사님 고작가님, 세 이사님들과의 점심식사에서 윤종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아주 오래전에 윤종신이 매달 1곡을 작곡하기로 결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지금까지 그것을 이어오고 있었다는 것이다. 10주년 프로젝트를 위해 방송활동을 중단한다는 이야기, 예전에 놀러와에 신승훈과 윤종신이 작곡대결을 했는데 천재로 묘사되던 신승훈을 윤종신이 너무 쉽게 이겼다는 이야기까지. 결국 꾸준히하면 무조건 이기게 된다는 결론으로 이야기는 끝이 났다. (메시와 호날두에 비견되던 호나우딩요가 전성기 때 클럽에서 죽돌이로 살면서 자기관리를 못하더니 끝났다는 이야기는 덤)


예전에 내가 <1만시간의 재발견>을 읽고 쓴 글, '재능을 타고 났다는 말을 들으면 정말 화가 납니다' 에서도 말했듯이 "매일" 무언가를 의식적으로 노력한다면 불가능할 것이 없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무엇을 꾸준히 하고 있을까? 이것은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 나오는 습관과 정체성의 관계와도 연결된다. 나의 습관이 곧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내가 꾸준히 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1. 나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인간이다

나는 체인지그라운드에서 진행하는 독서모임, 씽큐베이션에 2기째 그룹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1기수가 3달동안 진행되는데 씽큐베이션의 특징은 1주 1책 1서평으로 굉장히 스케줄이 빠듯하다. 사실 나는 1주일에 책 한 권 읽는 것도 쉽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일이 주어졌고, 나는 하겠다고 나섰고, 잘 해내고 싶었다. 이렇게 나에게 책을 읽고 쓰는 완벽한 환경설정이 주어졌다.


2기 중반이 지난 지금, 세어보니 벌써 만 5개월, 주차로는 20주가 지났다. 그리고 나에게는 자식같은 서평 20개가 생겼다. 모든 서평이 다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것은 시간에 쫒겨서 겨우 마감시간에 맞춘 것도 있고, 어떤 것은 급하게 썼는데 만족하는 글이 탄생하기도 했다. 어떤 것은 책 한 부분에 집중해서 썼고 어떤 것은 책 전체를 요약 정리하며 썼다. 하지만 한 가지 내가 한 약속- 매주 화요일 24시 전에 제출하겠다는 약속-은 한번도 어긴 것이 없다. 잘쓰고 못 쓴 것을 떠나서 지난 20주 동안 나는 이게 제일 뿌듯하다. 고백하지만 나는 원래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지도 잘 하지도 않았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킨 덕분에 따라온 것은 사람들의 신뢰와 글쓰기 실력이다. 지식의 깊이는 조금 더 깊어졌고, 모든 것은 내가 해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능력인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었다. 고작 5개월만에 일어난 일이다. 

*서평은 매주 이곳에 업로드하고 있다 (김팀장 브런치)


이번에 지인들과 30일 연속 글쓰기를 시작하게 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글을 좀 더 쉽고 잘 쓰기 위해서다. 물론 사람들과 함께 하면 더 쉬워질 것이다.


2. 나는 달리는 인간이다

올해 2월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다. 이것도 사실 나의 순수한 의지에서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회사에서 기획 컨텐츠를 만들어야 하던 압박 속에서 <순간의 힘>을 읽었고, 거기에 나오는 조시 클라크의 이야기가 내 마음속의 불을 지폈다. 함께할 동료 두명을 구했고, 3개월 후에는 불가능해보이던 5km를 뛰었다. 여기서 뛰는 것도 서평에서처럼 스스로와 한 한가지 약속이 있었다. 절대 중간에 쉬거나 걷지 않는다. 한번 뛰면 끝까지 뛴다.  (그러고 보면 나도 참 피곤하게 산다ㅋㅋㅋ)


마라톤이 끝나고 조금 헤이해지고 여름에도 들쭉날쭉하게 뛰긴 했지만, 그래도 달리는 습관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요즘에는 조금 선선해져서 그동안 달리던 2키로를 3키로로 늘리고, 횟수도 더 자주 (2~3일에 한번씩) 뛰려고 한다. 나이키 앱으로 뛴 것만 벌써 68키로 누적되었다. 누군가에게는 이 숫자가 적을 수도 있지만, 예전에 뛰는 걸 극도로 싫어하던 내가 이렇게 뛰었다는 것은 정말로 놀라운 일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달리는 것이 즐거워졌다는 것이다.



3. 영어로 말을 잘하는 인간

내가 영상편집자로서 가진 가장 큰 특징은 영어 콘텐츠를 바로 편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영어를 잘하지 못했다. 수능점수에 맞춰진 영어공부를 했고 대학교 1학년 때는 토익시험 점수 500점만 넘으면 pass를 받는 수업을 fail하는 치욕적인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에는 영어를 잘 해야 한다는 무의식이 있었다. 호주로 교환학생을 갔고, 호주 현지회사에서 인턴으로 일도 해보고 부산국제영화제와 아리랑TV에서 일을 했다. 프리랜서로 일 할 때는 영어 자막과 나레이션이 들어가는 영상을 제작 했고, 이후에는 온라인 영어교육업체에서 영상을 편집했다 (이때 문법을 제대로 공부했다). 좋아하는 미드를 엄청나게 소비하며 영어 리스닝 능력도 꽤 향상되었다. 쓰고 듣는 것은 어느 정도 해결되었지만, 나에게 부족한 것은 '말하기'라는 것을 안다. 안그래도 부족한데 기회마저 없으니 더욱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 4일 전 부터 영어 말하기를 30분씩 연습하고 있다. 좋아하는 강연을 따라 말하는 연습인데 이게 좋은 이유는 강연의 흐름(글의 구조)도 함께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은 월드뱅크의 김용 총재의 대학교 강연을 반복하고 있는데, 15분 영상에 30분이 걸리니 시간이 적게 걸리지는 않지만, 아직 하기 싫다는 마음보다는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크다. 이 미션의 환경설정은 핸드폰 촬영이다. (그래서 중간에 딴짓을 할 수 없다) 몇 번이고 반복해서 완전히 내것으로 만든 뒤에 다음 다음 영상으로 넘어가는 식으로 해보려고 한다. 하면서 방법을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개선해보려고 한다. 


세 가지 습관 모두 올해 시작한 것이다. 올해 말 다시 점검해보고 피드백을 받아봐야겠다. 불과 5개월, 7개월만에 글쓰기 달리기 실력이 이정도 성장했으니 앞으로가 더더더 기대된다. ^^





Posted by kimberly


쌍둥이 빌딩에 비행기가 부딪히다니... 


아무도 몰랐다.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 충격이 컸다. 이처럼 예측할 수 없는 현상으로 경악과 피해를 동시에 경험하는 것을 나심탈레브는 '블랙 스완 Black Swan'이라고 부른다.

(출처: Global Guerrillas)



Black Swan : 검은 백조의 출연 (검은 백조라는 말이 참 아이러니하다. 백조에 희다는 뜻이 이미 들어있는데)


'블랙 스완'이라는 용어는 나심탈레브가 그의 책, <블랙 스완>에서 언급하면서 유명해진 단어다. 제임스 쿡 선장이 호주에서 검은 백조를 발견하면서, 모든 백조는 하얀색일 것이라는 믿음이 깨졌는데, 이처럼 우리가 지금까지 축적해 왔던 지식과 믿음은 불확실하며,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일이 일어나는 상황을 블랙스완이라고 부른 것이다. '블랙 스완'은 예측이 불가능한 데다 불규칙적으로 일어난다.


블랙 스완이 항상 나쁜 일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1942년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이후 약 100년 동안, 스페인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행운을 경험했다. 잉카와 마야 제국의 지배자들에게서 약탈한 금과 은이 고갈될 무렵, 볼리비아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은광을 발견했고, 이로부터 1년도 안되어 멕시코에서 풍부한 은맥을 발견한다. 1540년 개발된 수은 추출 공법은 스페인에게 안성맞춤이었다. 자국 내 거대한 광산의 발견과 혁신적인 제련 기법을 통해 스페인은 엄청난 부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것은 이러한 좋은 블랙스완도 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저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스페인은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가 되었지만, 통화량이 갑작스럽게 늘고, 걷잡을 수 없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아메리카 대륙의 거대한 식민지를 운영하기 위해 다양한 필수품을 끊임없이 실어 보내야 했는데, 수요를 맞추기 어려운 품목들을 사기 위해 금과 은을 적국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스페인의 왕들은 대규모 전쟁을 끊임없이 일으켜 사태를 악화시켰는데, 결국 1575년 스페인 왕실은 파산했다. 오스만 투르크 제국과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스페인 용병부대에 급료를 지급하지 못하자, 당시 네덜란드에 주둔하고 있던 스페인 용병부대는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인 앤트워프를 약탈해 7천 명 이상의 시민을 살해하고 도시를 폐허로 만들어버렸다...ㅠㅠ (참고: <돈의 역사>, 37~43p.)




스페인 군대의 앤트워프 약탈 / Sack of Antwerp in 1576 (출처: GOODFREEPHOTOS)


이에 경악한 네덜란드 남부 상인들과 지식인들은 스페인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고, 네덜란드 북부와 남부가 종교 차이를 불문하고 협력하는 헨트 협약을 체결하게 된다. 은 광맥을 찾았을 때 스페인은 이런 상황을 예측할 수 있었을까? 나심 탈레브는 대부분의 역사는 결국 블랙스완 현상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고, 서로 영향을 미친다. 


역사학이 지닌 가장 뚜렷한 특징 중 하나는, 특정한 역사 시대에 대해 많이 알면 알수록 왜 하필 일이 그런 식으로 전개되었으며 다른 식으로는 전개되지 않았는지를 설명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중략)... 역사는 결정론으로 설명될 수도 예측될 수도 없다. 역사는 카오스적이기 때문이다. 너무나 많은 힘이 작용하고 있으며, 이들 간의 상호작용은 너무 복잡하므로, 힘의 크기나 상호작용 방식이 극히 조금만 달라져도 결과에는 막대한 차이가 생긴다. - <사피엔스>, 338~340p.


이렇게 '블랙 스완'의 존재를 인정하는 시스템, 예측하기 어렵고 카오스적인 시스템을 '복잡계'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정확한 값으로 로켓을 우주에 보내는 것은 복잡계가 아니지만, 일기예보를 예측하는 기상계는 '복잡계'에 속한다. 수학이나 통계처럼 딱 떨어지는 답이 나오는 문제는 복잡계가 아니지만, 경제는 복잡계에 속한다. 정책에 따라 기업의 운영이 바뀌고 국가 경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복잡계는 복잡한 시스템을 말한다. 여기서 '복잡한'이란 의미는 뒤죽박죽이 되어 혼란스러운 상태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정보의 양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복잡성이 올라갔다고 표현하면 그 현상을 설명해야 할 변수들이 많아졌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수많은 변수들이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는데 그 관계가 비선형적임과 동시에 되먹임도 일어난다. - <일취월장>, 73p.


다시 말해 복잡계는 '수많은 변수들이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예측 불가능하고, 운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미래를 예측하고 싶어 하지만, 사실상 불가능한 이유다. 하지만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서 왜 일어났는지 어떤 순서와 영향을 통해서 일어났는지 알고 싶어 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 아닐까? 


그런 관점에서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는 알고 싶지만 너무 복잡해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던 나에게 친절하게 내밀어 준 도움의 손길 같았다. 역사와 경제 둘은 서로 떼어놓고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한데, 이 얽혀있는 복잡한 관계가 이야기를 통해 들으니 오히려 쉬워졌다. 읽다가 <사피엔스>의 과학혁명 부분과 겹치는 내용이 있어서 ('자본주의의 교리' 편) 다시 읽었더니 이제는 너무 쉽게 한 번에 읽혔다. 전체 그림을 못 본 채 부분 부분 퍼즐을 맞추다가 전체 그림을 확인한 느낌이다.


<돈의역사>, 홍춘욱 지음

특히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1920년대 일어났던 대공황의 원인에 대한 부분이다. 1929년 10월 29일, 모두가 낙관하던 뉴욕증시가 하루아침에 30% 이상 폭락했다. (블랙 스완 발생!!) 뿐만 아니라 그 후로도 계속해서 하락해 1932년 7월 9일에는 1929년 10월 29일 고점 대비 무려 89%나 폭락했고, 1933년 미국 명목 GDP는 1929년 대비 -46.4%, 실업률은 약 25%까지 급등하면서 많은 미국이 깊은 경제 침체에 빠졌다. 문제는 이 미국의 위기가 전 세계로 전이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공황은 왜 그렇게 길게 이어졌을까? 


무리해서 빚을 내어 투자하던 투자자들에게는 주식이 조금만 폭락해도 원금을 다 날릴 뿐 아니라 추가 빚이 생기기 때문이다.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은 추가적인 담보를 예치하지 않는 한 강제로 투자자가 보유한 주식을 매도해 대출을 회수하기 시작한다(*=마진콜). 주가가 급락한 경우 이러한 마진콜이 꼬리를 물고 발생하고, 주가는 추가로 하락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기 돈을 찾지 못할 것이라는 사람들의 위기감은 은행들이 연쇄적으로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복잡계의 특성인 '되먹임'(*=상호작용이 한쪽 방향으로만 가지 않고 여러 경로를 거쳐 다시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을 의미한다)이 어떻게 작용했는지 잘 살펴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런 되먹임이 2008년 금융위기 때에도 발생했고 부동산과 주식의 가격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경제의 세계가 복잡계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사회의 모든 현상들은 서로 지속적으로 영향을 준다. 때문에 어떤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 한 가지 관점, 한 가지 작용만 보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지난주 토요일 대교에서 진행한 홍춘욱 박사의 <돈의 역사> 특강에서 한 질문이 기억에 남는다. "아파트를 구매하면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해야 하기 때문에 소비위축이 되지 않을까요?" 이 질문에 대해 홍춘욱 박사는 아파트를 구입하고 집값이 오르면 사람들은 부자가 된 심리 작용으로 돈을 더 쓰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에는 무주택자가 1 주택자가 된 경우보다 1 주택자가 다주택자로의 이동이 많았기 때문에 집 값이 상승하면서 오히려 경기 부양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내 입장에서만 세상을 바라보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한 가지 현상이나 관점으로는 세상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너무 많다. 이 복잡계를 한번에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이 세상이 돌아가는 현상을 조금 더 쉽게, 조금 덜 두렵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kimberly

코카콜라를 매일 같이 마시던 한 소비자가 코카콜라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콜라 때문에 치아가 상했고, 콜라를 그만 마시려고 했지만 중독되어 끊을 수 없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외국에서도 '콜라 소송'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햄버거 소송', '담배 소송' 등 본인의 중독으로 인한 피해를 제조사에게 책임을 묻는 사례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콜라 소송'과 '햄버거 소송'은 치아와 비만의 원인을 각각 한 가지에서만 찾기 어렵기 때문에 원고가 패소하는 일이 많지만. 미국에서 '담배소송'은 원고가 승고 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1953년 진행되었던 첫 소송은 폐암으로 사망한 사람의 유족들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담배의 유해성을 고지하지 않은 점을 인정받아 40만 달러의 배상 판결을 받았고, 그 이후로 1990년대 말 미국의 모든 주 정부들이 담배 소송을 제기해 46개 주는 담배회사들과 2060억 달러에 최종 합의를 받았다. 하지만 미국과 달리 일본과 프랑스, 독일에서도 담배 회사의 책임이 없다는 판례를 고수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15년을 끌어온 국내 흡연자들의 담배 소송이 원고 패소한 적이 있다.


누구의 편을 들어야 할까? 다시 말해서, 중독(= 반복되는 습관)의 원인을 누구에게 돌려야 할까?


미국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습관과 자유의지에 대한 신경학 연구가 상당히 진척되었다. 그 연구 결과가 반영되면서 미국 법원에서는 (우리의 정상적인 선택 능력을 방해할 정도로) 강력한 습관에 대해 인정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범죄자가 몽유병 같은 '무의식적 행동'을 핑계로 무죄를 주장하는 경우, 그 습관에 따른 행동에 대한 면책권을 인정하기도 한다.


책, <습관의 힘>에서는 두 가지 사례를 보여주며 습관과 자유의지에 대해 설명한다. 


사랑하는 아내를 살해한 몽유병 환자(A) vs 도박에 빠져 수십만 달러를 잃은 평범한 주부(B)    


결론부터 말하면 몽유병 환자(A)는 무죄, 도박에 빠진 주부(B)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 둘의 공통점은 둘 다 뿌리 깊은 습관을 따랐기 때문에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둘 다 습관의 노예가 되어 자신의 행동을 통제할 수 없었고, 아무 생각도 없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하지만 차이점은 있다. 바로 의지의 문제다. (A는 수면상태였고 의식이 없었던 반면, B는 자율 규제 프로그램을 스스로 신청할 수 있었다)


이런 맥락에서는 (아이언맨의 부모를 살해한) 버키반즈는 세뇌되어 있었기 때문에 무죄다.(출처: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어떤 습관이 존재한다는 걸 아는 순간부터,
그 습관을 변화시킬 책임은 전적으로 자신의 몫이다.

- <습관의 힘>, p. 373


<습관의 힘>에서는 '변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또 그런 믿음을 습관화한다면 변화가 실제로 가능하다'라고 역설한다. 단, 이 습관이 어떻게 기능하는지 알아낸다면 말이다. (어떤 습관이든 '습관 고리'가 있어서 이 습관 고리를 파악하면 된다)


*습관 고리: 신호 -> 반복행동 -> 보상 
*습관을 바꾸는 방법: 신호와 보상은 그대로 두고 반복 행동을 바꿔라!
나쁜 습관은 다른 것으로 대체하면 된다. (출처: <습과의 힘>)


다시 처음의 물음으로 되돌아가 보자.

"중독(= 반복되는 습관)의 원인을 누구에게 돌려야 할까?"


(이 문제는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지만) 습관 하나로만 판단한다면, 그것은 담배 회사 등의 원인 제공자가 아닌 나의 문제가 더 크다. 왜냐면, 습관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의지의 문제다. 어렵지만 통제는 가능하다. 


그러면 앞서 언급한 '나쁜' 습관들이 아닌 다른 습관들로 눈을 돌려보자. 우리는 하루에 핸드폰을 얼마나 많이 바라보고 있는지.


어쨌든 이런 장면이 비정상적임을 인식해야 한다.


이 세상은 우리를 습관으로 길들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를 유혹한다. 기술이 발전한 현대 사회에서는 이 알고리즘은 갈수록 교묘하고 정교하게 계산되고 있다. 미국의 target은 임산부들에게 그들이 기분나빠할까봐 절대 사지 않을 것 처럼 보이는 광고도 섞어서 보낸 다는 사실! 광고가 무작위로 보내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우리가 보고 있는 광고들은 우리의 구매 형태에 감추어진 습관을 찾아내는 전문가의 계산된 행동인 것처럼 말이다.


조깅을 시작한 이후로 내 sns 계정에 트레이닝 복과 각종 운동 앱들이 뜨기 시작했는데, 구글 알고리즘은 지금 내가 무엇에 관심이 있고 어디서 지갑을 열게 할지 알고 있다. 이것은 우스갯소리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인터넷이 우리를 쉴 새 없이 산만하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은 단순히 쇼핑에 중독되게 할 뿐 아니라 우리가 집중하고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리게 만든다. 그러면 sns에 중독된 우리는 각종 플랫폼을 고소 해야 하나? 물론 아니다.


인터넷을 하지 말고 산속으로 들어가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니콜라스 카의 말처럼 효율적인 정보 수집을 위한 시간과 함께 비효율적인 사색의 시간도 필요하고, 기계를 작동하는 시간과 함께 전원에 멍하게 앉아 있는 시간도 모두 필요하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균형을 맞출 능력을 찾을 수 있도록, 이미 길들여져 있는 습관이 우리를 먹어치우지 않도록 우리의 행동을 통제해야 한다. 


구글을 탓할 것이 아니라 결국 스스로 습관을 바꿔야 한다. 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앞에서 언급한 습관 고리(신호-반복행동-보상)에서 반복행동을 바꾸면 된다. 핸드폰을 보는 시간을 책을 보는 시간으로, 사색하는 시간으로!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의식적으로 몰입해야 한다. 

 

미국의 심리학자였던 고 윌리엄 제임스는 습관을 이렇게 정의했다. "처음에는 어렵게 하던 일을 점점 쉽게 해내고, 충분히 연습한 후에는 거의 기계적으로 혹은 거의 의식하지 않은 채 해낼 수 있게 해주는 힘."이라고. 그가 습관을 종이나 코트가 일단 구겨지거나 접히면 그 후로는 항상 똑같은 곳이 접혀지는 것과 같다고 표현한 것이 좋은 비유인 것 같다. 습관을 유지할 것인지 바꿀지는 전적으로 나에게 달려있다. 그리고 내가 어떤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하고, 훈련한다면 반드시 연습한 방향으로 성장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일주일에 한 권 책을 읽고 서평을 쓴다. 30분 조깅을 한다. 어렵게 하던 일이 조금씩 쉬워지고 있다.



덧. 혼자 힘으로 책 읽는 습관을 만들기 어렵다면, '빡독'과 '씽큐베이션'에 참여하여 최고의 환경 설정을 의식적으로 할 수 있다. (*씽큐베이션: 1주일 1권 서평 쓰고 토론하는 12주 무료 독서모임)

 

'빡독' (*빡세게 독서하자: 하루 종일 핸드폰을 끄고 책을 읽는 1일 무료 독서모임)

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