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육아2012. 10. 25. 21:56

수민이가 돌 쯤 됐을 때, 말도 잘 못하는 수민이가 언젠가부터 "아이씨!" 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웃기기도 하면서, 도대체 이 말을 어디서 배웠을까 의아했었다. 어머니가 나더러 "이거 어디서 배운거니?" 하셨을 때도 모르겠다고 했는데, 어느 순간 내 입에서 저 소리가 나오는 걸 발견했다. 가슴이 덜컥해서 동생한테 "이거 나한테 배운건가봐.." 했더니, "언니 그거 몰랐어?" 한다.

나도 모르게.. 하는 줄도 모르게 순간 내뱉던 소리를 그대로 아이가 따라하고 있었다.

그 뒤로 말 하는 걸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최근 나의 알람이 다시 켜졌다.

잘 지내던 수민이가 이번 달 들어 갑자기 짜증이 늘고 떼를 쓰고, 밤에 두 번씩 이불에 쉬를 하기도 하고, 바지에 응가도 한다. 동생이 생기면 보이는 퇴행 현상.. 간절기라 더 심해지는 아토피 때문에 더 짜증이 많이 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수민이가 꿈을 꿀 때 자주 "까까 주세요~!" "갈꺼야~!" "싫어~" 이런 식으로 잠꼬대를 하면서 깨는데, 꿈은 현실을 반영한다고 했던가.. 꿈 속의 상황을 짐작해보면 대부분 내가 뭔가를 하지 못하게 하는 상황인 것 같다.

내가 너무 수민이를 억압했나.. 싶고, 또 요즘 수민이가 동생을 때리기 시작하면서 내가 수민이한테 소리지르고 혼내는 상황이 반복되는데 더 그게 문제가 된 것 같기도 하다.

 

뭘 잘못하고 있었던 건지 친정엄마랑 남편이랑 이야기도 해보고 우선 수민이 위주로 모두 바꾸기로 했다.

설거지 하는데 수민이가 놀아달라고 매달려서 울면, 전에는 설거지 다하고 간다며 나도 짜증을 냈겠지만 지금은 모두 스톱하고 수민이랑 방에 가서 논다. 몇 분 씩이라도 짬을 내서 책도 읽어주고, 수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데 수민이가 뺐으면, 오히려 수현이를 야단치는 식으로 바꿨다. "수현아, 이거 형아꺼야~ 만지면 안되~" 하면서 수민이가 들으라고.. 또 말을 최대한 부드럽게 바꿨다.

 

그랬더니 수민이도 변했다. 내 말투를 그대로 따라서 부드럽게 하는게, 아.. 이거 또 내 잘못이었구나. 싶다.

자꾸 짜증을 내고 날카롭게 반응을 하던 게 날 그대로 따라하고 있었나 보다. ㅠ

 

하지만.. 문제는 며칠 잘 해줬다고 수민이도 쉽게 바뀌지 않고, 나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거...

수민이랑 잘 놀아주려고 맘먹고 나서도,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수현이가 자기를 만졌다며 이빨 자국이 나게 머리를 물어버리면 난 다시 화내는 엄마가 되고, 또 이렇게 순식간에 난장판된 방을 보면 마음이 무겁다.. ㅠ

 

 

그림 그리기 놀이..                                          오늘 있었던 일 그림 그리기  

브이~! 천진난만하면서도 다 생각하고 있는 아들..

 

이렇게 수민이 스트레스만 걱정하다가 내가 먼저 병 날 것 같다.

 

그래서 방편의 하나로 구몬 선생님도 신청했다. 조금 이르긴 하지만, 아무리 내가 바뀌려고 노력해도 성격을 뜯어 고치지 않는 한 어쩔 수 없는 면도 있고, 그럴 때 누군가 아이를 위해서 집에 와서 놀아주면 너무 좋아한다고 했다. 수민이 친구 엄마의 조언을 듣고 맞는 말인 것 같아서 테스트를 해봤더니 정말 너무 좋아한다. 이모 선생님이라며 벌써부터 오기를 기다린다.

 

나도 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시간을 어떻게든 마련해야겠다.

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