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수민이 어린이집에서 재롱잔치를 했다.
3살 수민이. 어린이집에 다닌 지 10개월째.. 학부모가 되어 이런 행사에 참여하는게 아직도 어색하지만 은근히 기대도 됐다. 얼마나 귀여울까? 상상하면서.. ㅎㅎ
그런데 당일 날 어린이집에 안 가겠다고 운다.
옷 입기도 싫다고 울고 노래 안 부른다며 악을 쓰고 우는데, 싫다는 거 억지로 시키는 게 아닌가 싶었다. 친정엄마는 수민이 떼쓰는 모습을 보고 그냥 어린이집 보내지 말라고 하신다. 재롱잔치에서 입을 옷이랑 다 준비해놨는데... 그래도 보내야지 하면서도 억지로 보내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됐다.
달래고 타일러서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면서 선생님한테 수민이가 무대에 올라가기 싫어하면 시키지 말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수민이 차례가 됐는데, 막상 수민이 차례가 되니 나왔으면 하는 마음...
이게 부모와 아이가 원하는 것의 차이인 것 같다.
남들 하는 대로 다 하고 그 중에서도 제일 잘 했으면 좋겠는 부모 마음과, 하기 싫은 건 안 하고 싶은 아이 마음?
아이들이 크서 뭐가 됐으면 좋겠냐고 남들이 물어볼 때마다 나는 애들이 원하는 거 했으면 좋겠다고 쉽게 대답했는데, 정말 나는 그럴 수 있을까? 어린이집 재롱잔치 갔다가 갑자기 이런 벽에 부딪혀서 마음이 심란했다. ㅋ
결과적으로 수민이는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서 일단은 다행이었지만, 그대로 얼음이 되었다. ㅋㅋ
3살 아이들이라 아직 뭔가를 기대하기에는 무리였나보다. 10명 중에 2명은 울고 1명은 잘하고 몇 명은 조금씩 움직이고, 나머지 반은 그대로 얼음. 동영상을 찍었는데 수민이만 보면 정지영상 같다.
새싹반 아이들~
얼음이 된 수민이 영상 (수민이는 정 중앙에 있음)
무대 뒤에서.. 나름 꽃도 준비했다. (집에 있던 조화 포장해서ㅋㅋ)
선생님 말씀으로는 무대에서 내려오면서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 같은 걸 느낀 것 같다는데, 정말 그랬을까?
하여튼 스트레스 받은 건 분명한 것 같다. 내년에는 물어보고 시켜야지. 그때쯤 되면 의사표현도 확실히 하겠지.
그래도 울 아들.. 가만히 서있기만 했어도 엄청 귀여웠고, 동영상이랑 사진찍어온 걸 집에 와서 보여줬더니 그제서야 노래랑 율동을 하면서 신나한다.
처음 가 본 재롱잔치였는데 플랜카드를 만들어 온 엄마도 있었다. 요런 분위기 였구나ㅋㅋ 내년에는 최소한 울 아들이 엄마 얼굴 찾을 수 있게 일찍 가야지.. 이 날 행운번호도 당첨되서 책도 하나 받고 여러모로 수확이 있었지만, 수민이 아빠는 하필 이 날 회사를 가야해서 나 혼자 느끼고 왔다. 데이트도 포기하고 같이 와 준 양수한테 넘 고맙다.
양수 없었음 날도 춥고 애들 둘 데리고 얼마나 고생했을까! ㅋ
어쨌거나 부모가 되고 첫 재롱잔치였는데.. 직접 못 본 아빠도 많이 아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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