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민이는 입원 당일부터 아픈 아이 같지 않게 너무 잘 놀았다.
그런데 열이 안 내려간다. 열이 내린 것 같으면 또 펄펄 끓기 시작.. 해열제를 1~2시간 간격으로 먹어도 계속 불덩이었다. 왜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도 이렇게 열이 안 내리는거지?
답답해서 친정엄마가 병원을 옮겨보자고 할 무렵.. 검사결과가 나왔는데 아데노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했다. 바이러스 감염의 50% 이상이 이 바이러스라고 하는데, 어른들은 면역이 있어서 증상이 없지만 아이들은 고열이 5일 정도 지속된다고 했다.
그나마 열이 안 내려가는 원인을 알게되니 조금 후련했다.
토요일 오후에 입원해서 월요일까지는 펄펄 끓었는데, 다행히 수요일부터 열이 내렸다. 완전히 열이 내리고 24시간이 지난 목요일 아침에는 뇌파 검사를 했다. 경련의 원인이 단순 열성경련인지 아니면 간질의 초기 증상인지 알아보기 위해 하는 위험하지 않은 검사라고 하는데, 수면제 먹이기 전 부작용 설명을 들으니 은근히 불안했다..
다행히 잘 깨어났고, 검사결과도 정상이라고 했다. 열성경련은 열에 예민한 유아들한테 가끔 나타난다고 하는데 5세 이후가 되면 대부분 없어진다고 한다.
이번 입원의 최대 수혜자는 수민이다. 아픈 덕분에 동생 태어난 후로 독차지 하지 못했던 엄마아빠의 관심을 일주일동안 24시간 내내 받았다. 밥을 입에도 안 대려고 해서 대신 빵이라도 먹으라고 빵도 실컷 사주고, 열이 나니 답답한 마음에 아이스크림이 도움이 될까 싶어 초콜렛 아이스크림도 사주고, 하고싶은 대로 다 해줬다. ㅋ
이 와중에도 운이 좋아서 수민이 입원해 있는 동안 병원에서는 크리스마스 행사를 많이 했다.
병실에 산타할아버지가 와서 선물도 주고 가고 (집에 있는 거라 늦게 입원한 다른 아가한테 줌),
내 커피사러 본관 로비에 갔다가 우연히 크리스마스 콘서트도 봤다. 마술쇼도 하고, 합창단 노래도 듣고, 수민이는 솜사탕과 풍선과 사탕을 얻고 좋아했다. ㅋㅋ 소아병동 놀이방에 아이들 책도 새 전집으로 다 바뀌고, 퇴원하던 목요일에는 두산베어스 선수들이 방문해서 아이들에게 선물도 전달했다.
크리스마스 콘서트/ 두산베어스 이종욱 선수와 함께
하지만 가족중에 누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면 순식간에 가족의 일상은 파탄나기 마련..
수민아빠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휴가를 내고는 집에도 안 가고 24시간 수민이 옆을 지켰고, 나는 수현이 젖을 먹이느라 친정집과 병원을 하루에 두 세차레씩 왕복했다.
하루에 수시로 먹이던 젖을 갑자기 못 먹이게 되니 젖은 줄줄 새고 딱딱해지고.. 수현이는 엄마 젖을 찾으며 울다 잠들기를 반복했다. 수현이도 하루하루 지나면서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듯 했지만, 그래도 나는 여기에 있으면 저 아기 생각.. 놔두고 온 다른 아들 생각에 발 빠르게 뛰어다녔는데, 그러다 결국 수요일에는 병이 났다. 잠을 자다가 갑자기 새벽에 갑자기 다 토하고는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도저히 기운이 없어서 마지막 날은 수민이를 아빠한테 맡기고 집에 와서 푹 자고 났더니 두통도 없어지고 많이 좋아졌다.
오랜만의 형제간 상봉.. 격하게 뽀뽀
그런데.. 퇴원하면 다 끝날 줄 알았는데, 갑자기 식욕이 돌아온 수민이가 과식(?)을 하더니 밤새도록 토하고 설사했다. ㅠㅠ 그리고 또 밥을 입에도 안댄다. 우리는 새벽에 이불빨래하고.. 수현이는 이번 기회에 젖을 떼나 싶었는데, 오히려 엄마 젖을 너무 심하게 찾아서 젖만 물고 자려고 한다.
그리고 남편은 일주일 만에 살이 쏙 빠져 해골이 되었다... 다행히 이번주에는 휴가인데, 푹 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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