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육아2012. 12. 17. 12:12

수민이가 병원에 입원했다...

 

토요일 오후 세시쯤, 애들아빠랑 수현이가 크리스마스날 세례를 받기로 해서 교회에 세례교육을 받으러 갔다. 그 동안 나랑 수민이는 나는 차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나는 책을 읽고 수민이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그 평화롭던 시간이 10분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수민이가 몸을 깜짝거리며 움직였다.

'아.. 조금만 더 자지..' 하면서 수민이를 안아 더 재우려고 했는데, 뭔가 이상했다.

 

갑자기 애가 몸이 뻣뻣해지고 눈을 치켜뜬 채로 경기를 하는데, 정말 머릿속이 하얘진 게 이런 느낌일꺼다. 수민이를 안고 정신차리라고 말을 거는데, 내 말은 들리는 것 같지 않았고 발작하는 것 처럼 몸이 심하게 움직였다.

심장이 덜컥 내려 앉는 것 같았다. 코트로 아이를 감싸안고 세례교육 받는 교육실로 뛰어올라갔다.

그 시간이 30초쯤 되었나? 얼마나 길고 무서운 시간이었는지.

 

교육실 문을 벌컥 열고 애 아빠한테 "애가 이상해!" 소리부터 질렀다.

먼저 옆 방으로 들어가 수민이를 눕혔다. 경기하는 건 없어졌지만 여전히 눈을 치켜뜬 채로 의식이 없었다. 다행히 호흡에는 문제가 없었고, 눈동자가 좌우로 천천히 움직이긴 했다. 그런데 수민이를 불러도 멍한 상태로 반응은 없었다. 바로 중앙대병원 응급실로 가기로 했다.

이대로 수민이가 어떻게 될 것 같아서 눈물이 막 쏟아지려는데 수민아빠는 지금 니가 그러면 안된다며 마음을 계속 추스렸다. 사모님이 수현이를 데리고 같이 가주셔서 나는 수민이를 안고 따뜻하게 말을 걸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눈을 감겨주었더니, 눈을 감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응급실 침대에 눕히고 의사한테 설명을 하고, 체온을 쟀더니 39도 정도 였던 것 같다. 해열제를 먹여야 한다고 해서 가만히 깨웠더니 수민이가 눈을 떴는데, 이번에는 촛점이 맞았다.

"수민아, 네~ 해봐" 했더니 수민이가 조그만 소리로 "네~" 한다. 그 소리가 얼마나 감격스럽던지.

자다가 일어나 낯선 환경에서 피를 뽑고 주사를 맞느라 놀래고 무서워 우는데, 나는 그 우는 소리마자 얼마나 반갑던지.

정말 나는 병원으로 달려오면서 별의별 생각을 다 했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대로 입원해서 오늘이 삼일째다. 이틀 내내 열이 내리는가 싶으면 다시 불덩이가 되다가 오늘 아침이 되서야 열이 많이 내리고 늦게까지 잠을 잤다.

열이 날 때는 40.2도까지 올라갔고, 밥은 입에도 안 대려고 해서 억지로 먹이려고 애를 쓰다가 결국 포기했다. 밥을 잘 먹어야 빨리 낳을 것 같은데.. 수민이도 먹기 싫은데 자꾸 먹으라고 하니 "속상해" 하고 운다. 그 모습을 보니 그냥 지금은 수민이 원하는 대로 다 해줘야 할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인 건 말도 잘 듣고, 약도 잘 먹고, 놀기도 잘 한다는 거..

 

 

 

왜 갑자기 경기를 했을까. 며칠동안 곰곰히 생각해봤다.

감기기운이랑 중이염 증상이 있어서 약을 먹고 있었는데, 전날 하린이 이모가 놀러와서 밤 늦게까지 놀아 피곤했고, 다음날 피부과에 가서 면역주사까지 맞는 바람에 열이 확 올라온 것 같다. 거기에다 집에 오는 길에 포스코에 들러서 물고기 구경도 하고 왔으니..  

 

피곤하고 아픈 아이를 데리고 다닌 것도 문제고, 감기기운이 있는데 인터페론 주사를 맞고 온 것도 문제인 것 같다.

남편도 주사 맞으면 그 날은 열이 난다고 했는데, 그것 때문에 열이 확 올라오면서 경기를 한 것 같다.

그동안 아픈 걸 모르고 건강하게 자라던 수민이라 내가 너무 방심했었나보다...

 

열성경기는 유아가 열이 나는 초기에 비교적 흔하게 나타나는데, 5세 이하일 때 일시적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이게 정확히 열성경기인지 뇌파검사를 해 봐야 하는데, 열이 완전히 떨어진 상태에서 해야해서 지금은 기다려야 한다. 

수민이 때문에 친정, 시댁 온 가족이 비상이다. 수현이는 친정집에 맡겨두었는데 아직 젖먹이 아기라 젖먹이러 내가 왔다갔다하고 있다. 여기 오면 병원에 있는 수민이 걱정, 병원에 있으면 여기 떼어 놓은 수현이 걱정.. 일단 수민이 열이 빨리 내렸으면 좋겠다. 검사하고 다같이 집으로 가야지.

지금 친정집에 잠깐 쉬러 왔는데 잠이 안 온다.

 

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