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상
엄마의 사랑이 필요한 두 아들은 요즘 나에게 매달려 있다.
수민이는 툭하면 "안아줘" "안아줘" 하며 안아달라고 하고, 수현이는 맹목적으로 나를 하루종일 쫒아다닌다.
화장실에 가서 문 닫고 있으면 달리듯 기어와 그 앞에서 문을 두드리며 기절할 듯 우는 수현이 때문에 화장실도 몰래몰래 가거나 못 가거나... 설거지를 하고 있으면 내 다리에 매달려 벗겨지는 바지를 움켜쥐고 뛰어다녀야 하고..
잘 노는 것 같아 몰래 자리를 비우면 금새 눈치채고 울먹이며 허겁지겁 나를 따라 쫒아온다.
특히 밥그릇을 순식간에 엎어버리고, 나를 인정사정없이 물어버릴 때는 수민이가 단련시킨 나의 인내심이 시험받는다.
어떤 날은 수현이가 나를 물고 안 떨어지길래 수현이 엉덩이를 한대 쳤더니 수현이가 운다. 그걸 보고 수민이가 나를 혼낸다.
"엄마, 응애응애 울잖아! 혼내지 마!" 이러면서...
또 수현이가 내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거나 나를 힘들게 할 때는 수현이를 대신 혼내준다.
"이놈!!!" (이건 어디서 배운걸까) "너 혼날래! 엄마 아프게 하지마!!"
'나도 쫌 보여줘!' "응애응애, 너어~! 형아꺼잖아!!"
요즘 수민이는 말을 너무 잘한다.
내가 티비를 보고 있으면, "엄마 테레비전 너~무 많이 봤어. 그만 봐야되" 하면서 티비를 꺼버리고 잔소리도 하고,
자려고 누웠는데, 하루에 한번씩 어린이 성경책을 읽고 스티커를 붙이는 걸 안했더니 "맞다! 스티커 안했잖아~!" 하면서 책을 가지고 온다. 다시 불을 켜야하는 불상사가..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수민이가 뭘 해달라고 옆에서 징징 거릴 때, 내가 수민이더러 "엄마 설거지 금방 끝나고 해줄께~인내 하고 있어~ 인내가 뭐지?" 했더니 "이루어질 때까지 참고 기다리는 것!" 하더니 정말로 기다린다. (교회학교에서 배운거)
지난 번에는 집에 오래된 커피콩이 있어서 쓰레기통에 버렸더니 그걸 보고 뭐냐고 묻는다. 순간 커피콩이라고 하면 못 알아 들을 줄 알고 귀찮아서 몰라도 된다고 하려다가 "커피콩이야~" 알려줬더니, "엄마 참 똑똑하다~" 한다.
귀여워 웃음이 나면서도 아차 싶다. ㅋ 엄마가 생각한 것보다 아이들은 더 똑똑한 것 같다.
물론 이렇게 수민이가 말을 잘 듣는 편이지만 그래도 아직 아기라 떼쓰고 싶다.
삐진 수민이.. "수민이 삐졌어. 안 좋아!"
요즘 계속 남편은 야근이고, 나 혼자 아둥바둥 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수민이 이맘때를 생각해보면 지금이 훨씬 수월한 것 같기도 하다. 수민이 돌 전에는 낮잠을 재우려고 꼭 유모차를 태워 밖을 돌아다녀야 했는데, 지금은 그러지 않아도 잘 잔다. 또 왠지 심심하고 우울했던 그때에 비해 지금은 수민이랑 조잘조잘 떠드는 재미도 있다. 어쩌면 정신없이 뒤치닥거리하고 바쁜 게 오히려 약이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나와 눈만 마주쳐도 이렇게 행복하게 웃는 아기가 있다는 사실...
누가 안쓰시는 오래된 DSLR을 주셔서 가끔 카메라를 들고 달려가서 찍는데, 정말 사진 보정이 필요 없다. ㅋ 너무 무거워 밖에 가지고 다닐 수는 없지만 집에서 이렇게 찍어주기 용하다. 감사합니다...ㅎㅎ
이런 순간들을 찍어 간직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나중에 이 사진들을 보면서 그리워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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