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여행, 나들이2013. 5. 26. 21:37

오늘은 월요일.

이 날은 우리의 가이드였던 선직오빠 없이 다녀야 해서 왠지 엄청 고생할 것 같은 불안감이 있었다. 애버뉴(세로로 된 거리)와 스트릿(가로로 된 거리) 넘버도 너무 헷갈리고, 지하철도 복잡하고.. 하지만 죽이되든 밥이되든 뉴욕을 한번 파헤쳐 보자는 자신감으로.. 하루를 시작.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는 있겠지..ㅋ

 

오늘도 느즈막히 일어나 준비했다. 남편은 그동안 피로가 쌓였는지 좀 더 쉬고 싶다며 나 먼저 나가서 구경하면 안되냐고 했다. 안그래도 하루 날 잡고 이곳을 탐색하고 싶었는데, 쇼핑은 질색을 하는 남편이랑 같이 다니려니 은근히 눈치가 보였었다. 이 때다~ ㅋㅋ 한 시간 반 뒤에 '비컨스 클로짓'(윌리암스 버그의 유명한 빈티지 샵)에서 만나기로 했다.

 

내가 숙소를 윌리암스버그로 선택했던 이유는 이 곳 구석 구석에 빈티지 샵들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하루 전 날 윌리암스버그 곳곳에 숨어있는 작은 샵들을 미리 검색해서 주소를 핸드폰으로 캡쳐해 놨는데, 덕분에 계획적으로 잘 돌아다녔다.

 

윌리암스버그

비컨스 클로짓-  색깔별로 정리되어 있는 빈티지 옷들. 10달러 짜리 옷 세벌 구입..         

윌리엄스버그의 중심가 bedfore ave

오늘 점심은 일본 레스토랑에서...                                             여유롭게 커피도 한 잔

 

비컨스 클로짓에서 오빠를 만나기로 했는데, 왜 이렇게 안 오나 걱정이 되려고 할 때 딱 나타났다. 알고보니 스트릿을 반대방향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고 함.. 미국은 거리마다 번호가 있어서 위치를 찾기는 쉽지만, 익숙하지 않은 우리는 자꾸 방향을 반대로 가는 실수를 자꾸 한다. ㅋ

 

연락이 잘 안됐던 탓도 있는데, 일단 데이터를 사용하기만 하면 부과되는 9천원을 아끼려다 그랬다. 와이파이 되는 곳을 찾아서 카톡으로 연락했는데 치명적인 단점은 와이파이가 안 되는 곳에서는 서로 연락이 안 된다는 거... 결국 오빠한테 몇 번이나 전화가 왔다. 처음부터 그냥 쓸껄.. 도저히 안되겠어서 맨하탄 와서야 데이터를 사용하기로 했다. 얼마나 미련한가. ㅋㅋ 구글맵으로 검색하면 현재 위치와 가는 방법이 자세하게 나온다.

 

오늘은 자유의 여신상을 보러 가기로 했다.

 

여기가 어디인가... 구글맵 활용

스테튼 페리 스테이션.. 여기서 자유의 여신상을 볼 수 있는 무료 페리를 탔다.

멀리 보이는 자유의 여신상..

 

유료 페리를 타고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리버티 섬까지 들어갈 수도 있는데, 우리는 스테튼 아일랜드의 주민들을 위해 무료로 운행하는 배를 탔다. 편도 약 25분 정도 걸린다. 조금 긴 듯 하지만 그 시간동안 앉아서 다리를 좀 쉬었다. 

실내에 있다가 선상으로 나갔는데 이 날은 정말 추웠다. 어제 생각하고 얇게 입고 나왔다가 추워서 겉옷을 하나 샀는데, 안 샀으면 얼어죽을 뻔 했다. 오리털 잠바를 입고 다니던 사람이 부러울 정도로... 그래도 오늘 뿐이니 추워도 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며 밖에 서 있었다.

 

노을과 함께 자유의 여신상을 보는데 계속 아이들이 생각났다. 

...잘 있을까? 뭘 하고 있을까? 밥은 잘 먹을까? 잠은 잘 잘까? 엄마 아빠 보고 싶다고 울지는 않을까? 어머니랑 형님은 얼마나 고생하고 계실까?...

 

남편과의 둘 만의 여행이기에 제2의 신혼여행이라고 이야기 했지만 사실 신혼여행 때와는 기분이 많이 다르다.

일단 이제 결혼 5년 차쯤 되니 서로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는 거, 그리고 아이들이 항상 옆에 있다가 없을 때 느끼는 허전함 때문에...

 

자유의 여신상을 보러 갔다 왔더니 시간이 꽤 많이 지나갔다. 어디를 갈까 하다가 타임스퀘어에 갔다.

 

 타임스퀘어

 

                                                       토이저러스                                     Dalla BBQ

 

저녁에 타임스퀘어에 가면 휘황찬란한 전광판 때문에 감탄사가 절로 난다는데, 나는 너무 기대를 하고 가서 그런지 감흥이 조금 덜 했다. 음.. 여기가 타임스퀘어구나. 이 정도.. 우리 너무 늙었나봐...

 

타임스퀘어 한복판에 있는 토이저러스에도 가봤다. 장난감과 유아용품들을 구경했는데, 한국의 1/3 가격... 바퀴 셋 달린 너무 좋아보이는 유모차가 15만원 정도했다. 물려받은 유모차로 지금까지 버틴 나는 좋은 유모차 쓰는 게 소원이라 (그렇다고 명품 유모차는 싫고) 정말 사서 가지고 가고 싶었지만.. 참았다. 수현이 벌써 돌도 지났는데... 조금만 더 참자... 

수민이 기차놀이 세트며.. 살 물건들을 찜해놨는데, 결국 마지막 날까지 못 사고 왔다. 역시 딱 마음이 내켰을 때 바로 사야됨. ㅋ

 

돌아오는 길에 무서웠던 사건 하나.

타임스퀘어에서 지하철을 타는데, 어떤 남자가 얼굴에 피를 흘리며 비틀거리며 쓰러지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경찰 두 명이 옆에 서 있었고, 지갑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정황상으로는 소매치기가 지갑을 훔쳐가려다가 이 남자에게 붙잡히자 소매치기가 도망가면서 휘두른 칼에 얼굴을 다친 것 처럼 보였다. 피 흘리는 남자는 벌벌 떨면서 쓰러지고 있는데, 경찰도 부축을 안해준다. 사람들은 무심하게 지나가고.. 여기는 무서운 곳이구나. 놀랜 가슴을 진정시키며 우리 무사히 수민이 수현이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기도했다.

 

그래도 오늘은 밥도 잘 챙겨먹고 하루 알차게 잘 보냈다. ^^

 

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