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여행, 나들이2013. 5. 29. 00:15

오늘은 화요일.

목요일 오전에는 공항으로 가야하니 내일 빼고 여유롭게 보낼 마지막 날이다.

 

오늘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보기로 했다. tkts 라는 당일 티켓 할인판매 창구에 가면 당일 공연 티켓을 50%에 살 수 있다. 인기가 많은 공연은 나오지 않는다고 함.. 타임스퀘어로 가면 많이 기다려야 한다고 하는데, 선직오빠가 브루클린에도 tkts가 있다는 좋은 정보를 알려줬다. 이 날도 우리는 느즈막히 일어나 버스타고 찾아갔다.  

평일이라 그런가?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서 바로 티켓 구매.. 50%해서 한 장에 75달러.

영어를 완벽하게 못 알아들을 거기 때문에 내용을 아는 걸 골랐다. <시카고>와 <맘마미아> 중에서.. <시카고>를 골랐다. 뭐 별로 선택의 여지가 없었음.. ㅎ

 

 

그리고 근처에 있는 덤보(DUMBO)에 갔다.

여기에서 무한도전에서 화보를 찍었다고 하는데, 무한도전 골수팬인 나도 똑같이 사진을 찍고 싶었다. 그런데 사진도 정확히 기억이 안나고 그 사진을 찍기 위해 장소를 헤매고 다닐 시간이 없었다. 대충 비슷하게 흉내만 내봤다. ㅋㅋ

 

덤보- 브루클린 브릿지 아래에서..

 

그리고 덤보를 구경했다. 윌리엄스버그와는 또 다른 분위기..여기는 빈티지라기보다는 아기자기한 샵들이 다양하게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물건들 질도 훌륭하고, 가격도 괜찮은 것 같다. 

 

DUMBO..

기억에 남는 가게.. 나중에 소호 갈 걸 생각해서 구매를 자제했는데, 이런 샵은 어디에도 없었다.ㅠ

역시 쇼핑의 최적 타이밍은 바로 지금! 인가보다. 오른쪽 저 무지개 컵 세트 전체가 35달러였음. 아쉽당... 

중고책 서점

 

애들 옷 파는 가게도 있어서 들어가봤다.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치듯이 엄마가 되면 이런 곳은 가게 입구로 그냥 빨려 들어간다. ㅋㅋ 여기 세일 코너에서 유아 옷들을 박스에 쌓아놓고 10~20불에 팔고 있었다. 물건이 많이 빠져서 종류가 별로 없긴했지만, 수현이 예쁜 난방을 10달러에.. 그리고 6개월 정도 되는 아기 잠바를 20달러에 샀다. 이건 선물하는 걸로.

이거 비싸보이는데 왜 이렇게 싸게 파냐고 물어봤더니, 샘플로 만들어 놓은 옷이라 그렇다고 했다. 

예전에 압구정에서 EGG라는 브랜드를 (유아 옷) 직수입해서 파는 곳이 있었는데, 그때는 너무 비싸서 구경만 했었는데 나중에 옷을 확인해 보니 거기였다. 더 살껄 그랬나 싶지만 사실 우리 집에는 애들 옷이 쌓여있고.. 싸다고 충동구매하는 것도 낭비라 생각하며... 나를 진정시켰다. ㅋㅋ

 

여기 말고도 더 탐색했어야 했는데.. 아... 오늘 너무 늦게 나왔고ㅠ 오빠는 지루해 하는 표시가 역력해 했기 때문에..ㅠ

여행 전체를 돌아보면 나는 덤보가 제일 좋았다. 이 이야기를 하면서 남편에게 언제가 제일 좋았냐고 물었더니, 출발하던 날 비행기였다며.. 헐..

 

덤보를 나와 우리는 브루클린 브릿지를 걸었다.

브루클린 브릿지는 '섹스앤더시티'에서 미란다와 스티브가 재회했던 바로 그 다리!

 

브루클린 브릿지

 

브루클린 브릿지를 건너서 맨하탄에 도착. 여기까지 왔으니 9/11 테러현장에 가보기로 했다.

 

9/11 메모리얼

 

도착한 시간이 6시쯤이라 출퇴근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입장권을 받아서 들어가야 하는데, 마지막 입장이 6시라 급하게 찾아갔다. 과거 월드트레이드 센터가 있던 자리는 쌍둥이 pool 이 들어서 있었다. 물이 두 번 낙하하는 구조인데 가만히 보고 있으면 영혼이 땅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건물이 땅으로 무너지는 모습을 형상화 한 것 같다.

 

Pool 주위로는 테러로 희생당한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도 빠짐없이 새겨 놓았다고 한다. 이름에 입을 맞추고 우는 가족들도 있다고 하는데, 내가 갔을 때는 온통 관광객들이었고 나는 이 때 꽤 지쳐있었기 때문에 심오한 생각을 할 여유는 없었지만, 절대 이 일을 잊지 않겠다는 미국의 의지는 느낄 수 있었다. 이 추모공원을 들어오는 데 공항에서 입국심사하는 것과 똑같이 입장해야 하는 것도 그렇고, 이 곳을 지키고 있는 수 많은 자원봉사자와 경찰들과 CCTV만 봐도 알 수 있다...

 

여기서 시간이 꽤 지체되서 서둘러 타임스퀘어로 향했다. 

저녁은 타이레스토랑에서 먹었다. 공연 시작까지 40분 정도 남아서 서빙하는 사람한테 우리 30분 안에 먹을 수 있겠냐고 물어 봤는데.. 사실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우리는 5분만에 먹는 스피드를 가진 한국인..

 

 <시카고>

타임스퀘어에서..

 

브로드웨이 공연을 본 소감은.. 조금 실망했다.. '브로드웨이니까 정말 특별한 뭔가가 있겠지!' 했는데, 그런 건 없었다. 내가 너무 기대를 했거나, 내가 무감각해졌거나, 아니면 공연이 그냥 평범한 수준이었거나.. 아님.. 내 수준이 너무 높거나? ㅋ

내가 대학생일 때.. 나는 과외알바로 열심히 돈을 모아서 뮤지컬을 보러다니며 행복해했었다. 심지어 2002월드컵 이탈리아 전을 포기하고 <캣츠>를 보러 갔던 기억도...

이러다보니 비싸도 지금 가장 인기가 있다는 <라이온킹>을 볼 껄 그랬나 싶다. 한국의 뮤지컬도 이정도는 할 것 같다. 다른 점이라면 여기는 짜여져 있는 각본대로 한 동작도 틀리지 않게 하는 것 같은데 한국에서는 훨씬 더 관객들과 소통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인상적이 었던 건 여자배우들이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는지 모두 근육질의 몸매를 갖고 있었다는 거..

 

무엇보다 이 날은 감기가 많이 나아서 다행이었다. 공연중에 계속 기침을 해댔으면 얼마나 눈치가 보였을지.. 

 

오늘도 정신없이 하루를 보냈지만 여행 전체를 돌아보면 이 날이 제일 좋았던 것 같다.

이런 컨디션으로 여행을 시작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쉽다 아쉬워...

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