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쯤.. 오전에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왔다.
일단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온다는 건 사고가 생겼거나 특별한 일이 있을 경우이기 때문에 아주 긴장하면서 받았는데,
역시..
수민이 머리에 이가 있다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들었다.
교회모임중이라 끝나고 점심시간에 가겠다고 하고 끊었는데, 전화를 끊은 순간부터 머릿속이 온통 "이" 생각밖에 없었다.
도대체 누구한테 옮은거지?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되지? 어떻게 생긴거지? 어떻게 잡냐..
누군가 이를 옮겼을 친구(의 부모)에 대한 원망부터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눈앞이 깜깜했다. 갑자기 내 머리도 근질거렸다.
(사실 범인은 우리일지도... 그건 아무도 모른다...ㅋ)
급하게 어린이집에 갔는데, 수현이한테서도 이가 한 마리 나왔다며 씨앗반 선생님은 수현이도 데리고 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갑작스럽게 아이 둘을 데리고 애들 이불도 몽땅 싸들고 착잡한 마음으로 집으로 가는 길.. 머릿이 제거하는 약을 사러 약국에 가는데 주인 아주머니를 만났다. 왜 애들을 데리고 가냐고 물으시는데, 차마.. "애들 머리에 이가 생겼대요." 라고 하기에는 너무 창피했다.
"애들이 아파서요."
그러고는 약국가서 머리에 바르는 약을 사고, 뿌리는 약도 사서 집으로 왔다. 집에 오자마자,
1. 셋이 같이 머리에 약을 바르고 목욕을 한 다음,
2. 빨래를 시작했다. 옷을 먼저 빨고,
3. 이불은 다 벗기고 걷어서 옥상으로 가져가 약을 뿌리고 햇빛에 말렸다. (이 날따라 하늘은 구름이.. ㅠ)
4. 겨우 재운 아이들이 자는 사이에 눈에 불을 켜고 머릿속을 뒤졌다. 조금 오버해서 서캐(머릿이 알) 100개 정도 잡은 듯.. 이도 7마리 정도 잡았다.....악....... (손톱으로 눌러서 톡 소리 나게 죽여야 하는게 포인트임)
5. 말린 이불들은 격리 시켜 놨다가 차례차례 빨래를 하고,
6. 저녁에 집에 온 아빠도 바로 약을 발라 머리를 감게 시키고,
7. 최종적으로 저녁에는 아빠가 애들을 데리고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밀었다...
요렇게...
불과 며칠 전 티비에서 프랑스 전역에 머릿이가 극성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며, 프랑스에 가면 안되겠구만.. 했는데,
바로 우리집에서 이런일이 생길 수가!
내가 이를 잡는 순간이 오다니... 처음에는 기겁을 했는데, 한 번 잡기 시작하자 '니가 감히 우리 수민이 머리피를 빨고 있었어?' 하며 분노하며 죽였다.. ㅋㅋ
그렇게 하루이틀 지나고, 애들은 괜찮아진 것 같은데 내 머릿속이 근질근질... 가끔 서캐가 하나씩 보인다. 임신 중에 파마도 하면 안되는데... 이 약이 독할 것 같은데... 하면서도 두번이나 약으로 머리를 감았다. 그래도 찝찝했다. 눈이 뒤에 달렸으면 좋겠는게 바로 이럴 때인 듯.. 내 머리는 긴데다 보기도 힘들고, 봐주는 사람도 없고.. 못찾겠다며 건성으로 봐주는 남편한테 "나도 울 엄마한테 갈꺼야!!!" 소리쳤더니 그제서야 진지하게 머리를 살펴본다.
다음 날 엄마한테 가서 머리를 봐달라고 했더니, 다 뒤져본 엄마가 없다고 했다. 머릿 속이 온통 울긋불긋한게 약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인 것 같다며... 아... 약을 두번이나 발랐는데... 우리 아기.. 괜찮겠지? ㅠㅠ
이렇게 "이" 소동이 끝나고....., 지난 주에 또!!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왔다.
수현이가 수두에 걸린 것 같다며... 아......바로 병원에 데려갔더니 수두가 맞았다.
예방접종 덕에 수포도 생기지 않고, 거의 긁지도 않고 지나가서 다행이긴 한데
일주일 내내 수현이를 데리고 있다보니.. 특히 어제는 수민이가 어린이집에 안 간다고 해서 수민이도 데리고 있었는데, 하루종일 내가 얼마나 소리를 질렀는지.. ㅠ 정말 애들 키우기 힘들구나..
그나마 다행인 건 딱 일이 끝나고, 미팅을 다녀오는 길에 수현이가 수두를 시작했다는 거... 수두가 끝나가는 이 시점부터 다시 일을 해야된다는 기가막힌 타이밍!
아직 수민이는 수두에 안 걸려서 기다리고 있는데, 걸려야 한다면 딱 일주일만 늦게 시작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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